성실을 논하는 100세 철학자를 만나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11월에 발간된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그가 자연사박물관 앞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자연사박물관은 말 그대로 자연사(自然史, natural history)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전시한 장소지만, 동시에 사막의 지평선처럼 자연사(自然死)라는 아득한 어휘도 떠오르게 했다.

 

그는 단정한 푸른 티셔츠에 깨끗한 흰 모자와 점퍼를 입고 있었다. 키는 작았으나 앉은 자세도 선 자세도 소나무처럼 꼿꼿했다. 보청기, 보철 틀니, 지팡이 등 허물어지는 육체를 상징하는 어떤 보조물도 없었다. 46년을 쓴 나의 육체보다 97년을 쓴 그의 육체가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어긋남이 없어 보였다.

 

한 세기를 살아온 한국 철학의 큰 산맥 김형석 연세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 97세의 '현역' 철학자는 매일이 바쁘다고 했다. 책상 위엔 매일매일 칸을 메워야 할 원고지가 기다리고, 일주일 단위로 강연 요청도 쇄도한다고.

 

노년을 앞둔 사람들을 위한 100세 인생 가이드 <백년을 살아 보니>는 발간 2주 만에 1만 5000부가 팔렸다고 했다.* 통계를 살펴보면 20대 독자도 50대 독자도 고루 100세 현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고.

 

이 책에는 재혼 문제, 재산 증여 문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운동할 것인가에 대한 인생 선배의 경험담이 생생하다.

인터뷰: 김형석, 철학자

철학자 김형석 &#9426;어떤책

김지수(이하 생략):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맞습니까?

김형석(이하 생략): 60은 돼야 창의적인 생각이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60에 어떻게 살까'는 40대에 정해야 해요. 지금은 다 떠났지만 내 동년배인 안병욱 교수, 김태길 교수, 김수환 추기경도 60~75세까지 가장 창의적이고 찬란한 시기를 보냈어요. 좋은 책은 모두 그 시기에 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