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세 현역 디자이너를 만나다

Curator's comment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은 평균 나이 76세인 유명 인사와의 인터뷰를 모은 콘텐츠입니다. 제목에 철학이 들어가는 이유는 그들의 이야기가 끝없는 고민과 시행착오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사유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게 철학적 태도이듯, 인터뷰이들은 자신의 사유를 고집하기보다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해 고민해왔습니다.

퍼블리에서 선별한 인터뷰들은 '일과 관련된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일에 실패하고, 진로를 변경하고, 은퇴를 고민하고, 기대에 불안해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는 이야기들은 현재 '일하는 우리들의 고민'과 공감대를 이루는 동시에, 원숙한 선배의 고민 과정을 전해줍니다. 철학은 하나의 학문으로서 개인의 생각에 그치지 않고 후대에 전달되고 발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콘텐츠를 통하여 먼저의 생각을 들어보고, 이다음 우리의 고민에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11월에 발간된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90세 현역 디자이너를 찾아가는 길은 간단했다. 내비게이션을 사용하지 못하는 나이 드신 택시기사도 학동사거리 모퉁이 하얀 집을 쉽게 찾아냈다. "그분이 의상 일을 오래 하셨죠? '노라노'라는 이름을 아주 옛날부터 들었어요. 저 자리에서만 한 30년째 봤어요."

 

만나자마자 노라노 여사는 며칠 전에 동갑내기 90세 노인이 노라노(Nora Noh) 매장을 찾아왔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학동, 노명자, 노라노'라고 쓰인 쪽지 하나 들고서. 작고한 '베스트 프렌드(한국일보 이무현 기자)'의 친구였던 그 노인은 양로원 수속하러 서울 왔다가 죽기 전에 노라노를 한번 보고 가자는 일념으로 청원경찰 두 명과 함께 찾아왔다.

노인의 얼굴을 보고 내가 저렇게 늙었겠구나, 했어요.

그녀가 인절미와 원두커피를 앞에 두고 호탕하게 웃었다. 누군가는 조용히 삶을 정리하러 양로원으로 들어가는 나이에, 그녀는 여전히 현직 디자이너로 유럽에 수출할 옷의 패턴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