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를 추구하는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을 만나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11월에 발간된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면 추위가 살아 움직인다.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평창의 추위는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존재였다. 45일간, 새벽까지 이어지는 리허설을 매일 반복했던 공연팀에게도 추위의 아귀힘은 강했다. 타는 듯한 냉기가 얼굴과 등골을 헤집고 지나갔다. 날씨가 가장 무서웠고 또한 날씨가 가장 고마웠다, 고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 송승환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몇몇 잡음에도 불구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은 우리에게 경쟁의 품격,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선물처럼 안겼다.

기술적인 역량과 유연한 문화적 힘을 펼쳐냈다.

- <월스트리트 저널>

 

수천 개의 드론이 오륜기로 변해 전 세계의 시청자를 놀라게 했다.

- <타임>

 

생동감 있고 화려한 불과 얼음의 개막식이었다.

- <로이터 통신>

3초 단위로 콘티를 짜고, TV 중계 컷 하나 하나를 모두 계산한 총감독 송승환이 그 무대 뒤에 있었다.

 

송승환은 1965년에 아역 성우로 방송에 데뷔했다. 1968년에 연극 <학마을 사람들>로 아역 최초로 동아연극상 특별상을 받았다. <아씨>, <여로> 등 텔레비전과 연극 무대를 오가며 열연했고, 20대엔 최고 인기 쇼프로그램이었던 <젊음의 행진> MC를 맡았던 청춘 스타였다. 비음이 섞인 낭랑한 목소리, 사려 깊고 명랑한 진행 솜씨로 MBC 라디오 간판 프로인 <양희은 송승환의 여성 시대> DJ로도 활약했다.

 

나이 마흔엔 사물놀이의 흥이 넘치는 아크로바틱 서커스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았다. 한국적인 흥을 세계 언어로 풀어낸 비언어극 <난타>는 1997년 호암아트홀에서 오픈한 뒤 전 세계 57개국 310개 도시를 돌며, 지금까지 갈채를 받고 있다. 그 세월이 무려 2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