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브랜드 '무인양품'의 디자이너를 만나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11월에 발간된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의 본문 내용을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본문 내용은 당시 인터뷰 기준이며, 현재는 변경된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본문에 나오는 인터뷰이의 소속과 직함은 인터뷰 진행 당시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무인양품(無印良品, MUJI)을 좋아한다. 흰색, 회색, 검은색 같은 심심한 무채색에 불필요한 장식은 칼로 잘라낸 듯 매끈하고 간결한 디자인. 제품 어디에도 로고가 없다. 무인양품은 도장이 찍혀 있지 않은, 즉 브랜드가 없는 좋은 제품이라는 뜻. 면봉부터 침대까지, 7500여 개에 이르는 생활용품은 친환경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다. 꾸밈이나 허세가 없는 무인양품은 대지진 이후 더욱 일본인의 생활에 밀착한 '습관의 브랜드'로 정착했다.

 

무엇보다 무인양품이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아닌 일본의 미학을 담은 '국민 브랜드'로 성장한 데는 하라 켄야의 공이 크다. 2002년에 그가 디자인 수장이 되어 제작한 무인양품의 텅 빈 지평선 시리즈는 지금도 유명하다.

 

교토 사원의 다실처럼 정갈하고 군더더기 없는 하라 켄야의 공(空)의 철학은 무엇이든 담아내는 빈 그릇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했고, 2001년 단기 급성장의 후유증에 빠졌던 회사를 일으켜 세웠다. 현재 무인양품은 그 영역을 확장해 1인용 도심 오두막 '무지헛', 나무집과 창문집 등 다양한 형태로 판매되는 '무지하우스', 무지 제품으로 채워진 '무지호텔*'까지 만들어서 판매 중이다.

* 관련 글: 서비스 디자이너, MUJI HOTEL을 다시 찾았습니다 (2019, 9)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가고자 하는 청년과 중년 세대에게 구체적인 영감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디자이너의 디자이너' 하라 켄야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만남은 그가 머무는 비즈니스 호텔에서 가까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아침 8시에 이뤄졌다.

 

가까이서 본 하라 켄야의 손은 매우 투박하고 두꺼웠다. 깍지를 낀 양손이 마치 장인과 상인이 악수하는 것처럼 보였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1분 1초, 단어 하나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밀도 높은 디자인 이야기를 쏟아냈다. 시간을 쪼개 쓰는 그 알뜰함과 어마어마한 집중력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