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을 아는 재일 정치학자를 만나다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11월에 발간된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의 본문 내용을 큐레이터의 시선으로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부모님이 선택한 일은 제게 '가르침'을 주기도 했습니다. 폐품 회수란 사회의 순환 구조 자체를 취급하는 일이라, 부모님 곁에서 어깨너머로 보는 동안 '세상의 축도' 같은 것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에 이익이 되는 것과 무익한 것. 유해한 것과 무해한 것. 재활용되는 것과 되지 않는 것. 낡아도 가치가 있는 것과 낡으면 쓸모없어지는 것.

- 강상중,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나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치학과 정교수가 된 사람. 강상중을 설명하는 데 이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한국에서 그는 <고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 등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2008년 일본에서 먼저 출간된 <고민하는 힘>은 출간 당해 100만여 부가 판매되며 일본 사회에 '강상중 신드롬'을 일으켰다.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와 사회학자 막스 베버, 도저히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두 인물의 삶과 사상을 교차 편집하며 훑어 내려간 강상중의 '학문적 태피스트리'는 모든 면에서 정교하고 매혹적이다.

 

100년 전 근대의 개막을 알린 동서양 두 거장의 서사에 현대인의 고민을 창날처럼 꽂은 것. 예컨대 나는 누구인지, 돈이란 무엇인지, 왜 일을 하는지, 청춘은 정말 아름다운지, 왜 죽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

 

내가 그를 인터뷰할 무렵에는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이라는 책을 펴낸 참이었다. 학력사회 모델이 붕괴되고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강상중은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에서 당장의 취업보다 '일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다양한 시점을 가지고, 인문학에서 배울 것'을 권한다.

 

학자로서의 날카로운 시선과 일본 내 비주류 인간으로 살았던 실패와 슬픔의 개인사를 병치시키는 서술 기법은 지적 긴장 속에서도 독자들을 안도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