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가 식당 선택에 미치는 힘
온몸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는 허기를 멈추고자 구글맵의 도움을 다시 요청하게 되었습니다. 아라시야마에서 사가노유라는 멋진 식당을 발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괜찮은 식당을 찾길 원했죠.
현재 위치 중심으로 구글맵의 추천 식당을 살펴보다가 눈에 걸린 곳이 화이트 러버(WHITE LOVER)였습니다. 우선, 이름이 독특해서 눈길이 갔는데요. 여러 사람이 한결같이 칭송 리뷰를 남긴 오므라이스 사진을 보자마자 이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식당으로 달려가 음식 사진을 담은 입간판을 보면서 오므라이스가 있는지 다시 한번 체크한 뒤, 가게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가게 안에는 손님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밖과 다르게 허름한 내부 모습에 살짝 움찔하기도 했죠. 조용한 정적과 팽팽한 긴장을 깬 건 사장님의 목소리였습니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 한 분이 나오더니 몇 명 왔는지 묻는 듯한 제스처를 보여주고는 앉고 싶은 자리에 앉으라고 양팔을 벌렸습니다. 저는 가게 중간쯤 앉았고, 사장님은 짐을 풀고 있는 제게 메뉴판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둔 메뉴가 있었지만, 더 욕심나는 메뉴가 있을지 모른다는 마음에 메뉴판을 살펴봤습니다. 그리곤 제가 들고 있는 것이 메뉴판인지, 아니면 사진집인지 헷갈릴 정도로 메뉴판이 이미지에 충실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죠.
게다가 직접 음식 사진을 찍고 손으로 메뉴명과 한 줄 소개를 적어놓은, 마치 잡지를 스크랩해놓은 듯한 정성도 느껴졌습니다. 모든 메뉴가 영어도 함께 표기되어 있어 어떤 메뉴인지 파악하기도 쉬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