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하지 못한 목표, 최저임금 1만 원
[콘텐츠 발행일: 2019.06.07]
"2020년까지 전국 최저임금 1만 원(1000엔)."
한국과 일본의 정부가 똑같이 내건 목표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한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일본은 지난 2010년 일본 노사정이 모인 제4회 고용전략대화합의에서 도출한 합의안이었습니다. 일본은 지역별·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결정하는데요. 2010년 당시 전국 평균 최저임금이 730엔인 상황에서 일본 노사정은 합의안을 통해 "2020년까지 가능한 한 빨리 전국 평균 최저임금 800엔에 도달하고 경제 성장을 고려해 전국 평균 1000엔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2020년까지 1년밖에 안 남은 2019년 현재 한국과 일본 두 나라는 모두 목표치에 미달할 전망입니다. 한국은 아시다시피 올해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내년에 한 번에 1650원(인상률 19.8%)을 인상하지 않는 한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이 어렵게 됐습니다.
일본은 어땠을까요. 2019년 현재 일본의 전국 평균 최저임금은 874엔입니다. 일본의 올해 최저임금 인상 폭은 2002년 이래 최대치인 3.1%를 기록했지만, 목표였던 1000엔에는 못 미쳤습니다. 이런 속도라면 일본 역시 2020년 평균 최저임금 900엔을 겨우 넘길 전망입니다.
그런데 최저임금 목표치 달성에 똑같이 실패했는데도 두 나라의 노동계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한국의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 원 실현 공약 폐기 선언에 조의를 보낸다"며 강하게 반발한 반면 일본 최대 노동자 단체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日本労働組合総連合会, 이하 렌고)는 상대적으로 크게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습니다. 9년 전 노사정의 합의가 이행되지 않았다면 분명 문제를 제기할 만한데도 렌고가 조용했던 이유는 뭘까요?
같은 전망 다른 반응, 그 이유는?
당시 노사정 합의에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2020년까지 명목 경제성장률 3%, 실질 경제성장률 2%가 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아베 총리가 아베노믹스라는 전대미문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쳤음에도 이는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일본 경제성장률은 지난 10년 동안 0~1%대에 머물렀고, 이에 렌고도 최저임금 1000엔 달성 실패를 인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