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VS 스타트업

스타트업기업 대표 P는 기회가 닿아 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을 만나더라도 항상 주눅이 든다. 기껏 준비한 IR 자료를 설명하다가도 어느 순간 그들이 자신들의 제품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감이 없어져서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한 채 돌아오고 만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투자제안서를 검토하는 벤처캐피탈들을 상대로 본인의 회사에 투자하도록 설득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반면 스타트업기업 대표 R은 요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새로 출시한 서비스가 시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서비스가 출시되자마자 여러 벤처캐피탈들이 접촉해오기 시작하더니 현재 한 달간 무려 8개의 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들과 미팅이 예정되어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출시한 서비스가 향후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에서 대체자를 찾을 수 없는 독보적인 서비스가 될 것이라 평가하고 있다.

 

R은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업계에서 어떤 벤처캐피탈의 평판이 좋은지, 또 자신들의 사업 영역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벤처캐피탈은 어디인지 알아보고 있다. 일단 몇 차례 미팅을 한 후,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해서 투자를 받을 생각이다.

 

위 사례는 협상에서 배트나(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BATNA)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배트나란 '협상이 결렬되었을 경우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뜻한다

협상 시 배트나가 확보되어 있고 그 배트나가 현재의 협상 상대방보다 더 매력적인 상황이라면 당신은 협상 테이블에서 저절로 '갑'의 포지션을 점하게 된다.

 

상대방과의 거래가 단절되어도 아쉬울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방 말고는 딱히 배트나가 없고 심지어 상대방도 그 상황을 잘 알고 있다면 협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협상력의 차이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궁금해한다. 경제력? 정치력? 인맥? 성별? 호감도? 외모? 나와 상대방의 협상력의 차이를 규정짓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을 한 가지만 꼽자면, 그것은 바로 배트나의 확보 여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