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해관계인이 존재한다

협상 테이블에서 눈에 보이는 당사자 이면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해관계인이 존재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협상 상황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적극적으로 협상에 개입하여 협상을 방해하기도 하고,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어느 일방을 지지하고 공모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조용히 협상 상황을 주시 하는 이도 있으며, 심지어 자신이 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거나 향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이해관계인도 있다.

 

사례: 숨은 이해관계인을 활용해 갑질에 대응한 스타트업 대표

소프트웨어 개발 스타트업 S사를 이끄는 강 대표는 업계에서 인정하는 실력자다. 어느 날 강 대표는 친한 지인 P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10억 원 규모의 정부 과제를 수주한 빅데이터 플랫폼 전문 기업 B사가 실력 있는 개발용역 전문 업체를 찾고 있는데, 지인 P가 강 대표를 추천해서 B사 대표가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며칠 후 S사의 강 대표는 B사의 최 대표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B사의 최 대표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정부 과제의 핵심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강 대표에게 맡기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미팅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B사 내부 개발 인력들이 자체적으로 개발을 시도하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급하게 개발 업체를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S사의 강 대표는 친한 지인의 소개이기도 하고 또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라 향후 정부 사업을 진행할 때 레퍼런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고심 끝에 최 대표의 제안을 승낙하고 개발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개발용역비 3억 원 중 계약금으로 우선 8000만 원을 선지급 받고, 개발 진행 후 중간 결과물을 확인한 뒤 중도금으로 1억 2000만 원을, 나머지 잔금 1억 원은 완성된 개발 결과물이 약속된 시간 안에 제공하면 지급받는 조건이었다.

 

기한이 빠듯해 보였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일단 B사가 내부적으로 진행한 개발 관련 데이터를 넘겨받아 참고해봤으나 활용 가치가 거의 없어서 처음부터 새롭게 개발을 시작했다. 강 대표뿐만 아니라 S사의 숙련된 개발자들이 대거 투입되었고, 거의 4개월 가까이 밤낮없이 개발 업무에 매진해서 마침내 결과물을 완성하고 이를 B사에 제공했다.

 

며칠 뒤 최 대표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개발 결과물을 확인해 보니 기존 본인들이 개발하여 제공한 데이터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 확인되었을 뿐만 아니라, 개발 결과물도 완벽하지 않아 자체적으로 추가 개발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잔금 지급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는 투로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