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을 앞둔 모든 이들에게

변호사가 된 후 처음 비즈니스 협상 테이블에 나갔던 날이 또렷하게 기억난다. 상대방은 나보다 경험이 많았고 더 잘 준비된 것처럼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다해서 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협상 테이블에 들어서니 노련한 상대방에게 조금씩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협상 테이블에서 그런 느낌이 들수록 나는 상대방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과장해서 행동하고 더 강경하게 맞받아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협상을 하고 왔던 것 같다.

 

식은땀 흐르는 8시간의 협상을 마치고 온몸에 진이 다 빠져서 사무실로 터벅터벅 돌아오는데, 피곤함보다는 다음 날 협상에 대한 불안함이 더 컸다.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다시 계약서를 들여다보며 다음 날 협상을 준비했다.

 

돌이켜보면 나에게 협상은 늘 불안의 감정과 맞닿아 있었다. '협상 테이블에 들어서기 전,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진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내가 이제껏 수년간 협상을 연구하게 된 가장 큰 동기였다. 그리고 그 불안의 근원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사실 우리는 매일같이 협상 상황에 부딪힌다. 하지만 그동안 누구에게도 협상을 배워본 적이 없다. 그때그때 본능에 의존해 임기응변으로 상황을 모면해왔을 뿐이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불안함을 야기한다. 협상을 준비할 때 도대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협상 테이블에서도 자꾸 밀리는 기분이 든다. 협상이 끝나고도 왠지 모르게 손해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협상을 앞두고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독자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 리포트는2017년 8월 PUBLY에서 발행한 <스타트업을 위한 협상 인사이트 3.0>의 개정판으로, 그동안 중앙일보와 국제신문에 기고한 협상 칼럼과 협상 저서 <류재언 변호사의 협상 바이블>의 내용을 더해 작성했다.

 

되도록 많은 분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도록 비즈니스 협상, 외교 협상뿐만 아니라 연봉협상, 배우자와의 협상, 부동산 거래, 자동차 매매, 인재영입 협상 등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다루고자 노력했다.

 

또한 열두 가지 키워드를 선정하여 이를 공식화시켰고, 이를 적용하여 협상을 준비할 수 있는 NPS(Negotiation Preparation Sheet)를 개발하여 협상 준비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 리포트를 통해 독자 여러분이 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협상이 아닌, 나와 상대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지혜로운 협상을 해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바란다.

 

PUBLY 독자분들을 만나는 것은 설레고도 영광스러운 일이다. 독자분들에게 주어진 협상의 시간이, 불안의 시간이 아닌 확신의 시간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