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받은 7000억 달러: TARP법
정리: 김동길 / 그래픽: PUBLY
9월 15일, 리먼은 비명에 갔다. 9월 17일,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AIG에 850억 달러 구제금융을 결정했고, AIG는 겨우 목숨을 부지했다. 금융위기라는 산불은 저축은행의 대표 선수인 워싱턴 뮤추얼, 강한 시중은행 와코비아, 자산 규모 2조 달러인 씨티그룹으로 옮겨붙고 있었다.
더는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 혼자 대응하기가 힘에 부치는 상황. 따라서 법으로 보장된 위기 대응 권한과 그 권한에 따르는 막대한 양의 공적 자금이 필요했으며, 이는 결국 입법과 예산 승인 권한을 쥔 의회의 허락이 필요한 일이었다.
9월 18일, 연준 의장인 버냉키와 재무부 장관 폴슨은 하원 의장,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 대표, 하원 소수당인 공화당 대표, 상원 은행위원회 및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의 지도급 인사들을 만났다.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몇 주일, 아니 며칠 이내에 닥칠 수 있습니다. 이는 급격한 경기침체, 주식시장 등의 심각한 폭락, 실업률의 급상승, GM 같은 비금융 대기업의 파산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 버냉키, pp. 364~365
지도자들이 모인 방은 숙연해졌다. 폴슨이 은행의 부실자산 매입을 위해 예산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이어 갔다.
9월 19일, 재무부는 폴슨의 제안이 정리된 세 장짜리 법안 초안을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냈다. 법안에 따르면 재무부 장관의 권한에는 제한이 없고, 집행할 수 있는 예산 규모는 7000억 달러에 달했다. 한화 약 800조 원 상당 규모의 돈으로 부실자산을 매입하되, 이에 대해 아무런 간섭도 하지 말라는 당돌한 법안에 의원들은 경악했다.*
* 참고로 한국의 2019년 예산은 470조 원, 일본의 2019년 예산은 약 1030조 원이다.
경제가 붕괴된다는 이야기에 겁을 집어먹었다가, 멋대로 쓸 수 있는 돈 7000억 달러를 달라는 요구를 접한 의회는 공격 태세로 전환했다. 이렇듯 부실자산구제 프로그램(이하 TARP)*은 시작부터 트러블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