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시작하는 모든 것

인공지능을 논하는 시대에 '책'과 '박람회'는 어쩐지 지루하고 낡아 보인다.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간다고 하자,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박람회*에서 최첨단 전자기기와 스마트 홈**을 체험해야지, 웬 시대 역행적 움직임이냐"는 지인들의 반응도 있었다.

*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IFA)는 매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로, 전 세계 전자·IT 기업이 총출동해 새 제품과 기술력을 선보이는 행사다.

** 관련 기사: [IFA 2018 결산] 집 안에 머무른 유럽 최대 가전쇼 (한국경제, 2018.9.4)

 

그러나 실제로 목격한 북페어의 이미지는 달랐다. 행사가 열리는 지하철역에 내리자마자, 계단을 사이에 두고 신세계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출판산업을 한꺼번에 품은 종합선물세트처럼 혹은 책과 관련된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북페어가 서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바로 북페어에 진입할 수 있다. ⓒ이은서

북페어에서 책은 씨앗이었다. 이 씨앗을 토대로 자라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곳곳에 넘쳐났다. 문자 콘텐츠를 바탕으로 창작되는 영화와 만화, 게임 등의 분야부터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예술 축제의 기능까지 아우르고 있었다. 출판 관련 부스들도 꼼꼼히 살펴보았지만, 이번 북페어에서 유독 '책의 시작과 끝이 과연 어디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부스들에 더욱 눈길이 갔던 이유다. 책을 요리하는 갤러리도 그중 하나였다.

요리책이 잘 팔리면 요리는 책이다

3번 홀의 미식 갤러리는 단연 돋보였다. 독일 가전제품계의 벤츠라고 불리는 밀레(Miele)사의 로고가 찍힌 요리 쇼 무대와 음식 관련 책들, 그리고 와인과 커피 등 기호식품을 전시한 부스도 눈에 띄었다. 매일 진행되는 아침 식사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의 요리와 시식 행사, 전문가 강연이 열린다. 전 세계 요리책 업계 종사자들의 네트워킹 장소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