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페어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

독일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를 기획하고 주관하는 주인공은 독일 출판서점협회다. 독일 출판사뿐만 아니라 서점과 중고서점, 유통상까지 출판업의 전 영역이 모인,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협회다.

 

협회는 1825년 4월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최초로 설립됐다. 1948년 분단된 프랑크푸르트에 새로 문을 열었다가, 1991년 독일 통일 이후 동독의 출판협회와 통합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긴 역사 속에서 출판서점협회의 역할은 늘 '출판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독일 정부의 검열과 불법 복제에 맞서며 독일 전체를 아우르는 저작권법과 도서정가제를 이뤄낸 주체이기도 하다. 협회가 오늘날까지 출판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 역시 출판업계를 위해 행동했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 출판서점협회의 기둥, 4500여 회원

독일 출판서점협회는 회원사들의 회비와 자체 수익사업으로 운영된다. 협회로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은 없다. 현재 협회 회원사는 출판사와 유통사, 서점, 중고서점 등을 포함해 전부 약 4500여 개다.

 

협회의 회원 서비스 팀장, 수자네 크리티안-단처(Susanne Krittian-Danzer)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에 참가하는 독일 출판 관련 회사의 약 80%가 이미 협회의 회원이라고 한다. 북페어의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한 거대한 협회 부스는 대부분 회원사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2018 프랑크푸르트 북페어, 독일 출판서점협회 부스 ⓒ이유진

북페어의 시스템 부스가 줄지어 있는 홀 한가운데 협회의 빨간색 로고가 큼지막하게 보인다. 네트워킹과 대화를 위한 넓은 카페, 상담 장소, 그리고 각종 강연과 토론이 열리는 무대까지 갖춘 여유로운 공간이었다. 이 공간은 독자를 위한 장소가 아니라, 북페어에 부스를 빌려 참여한 출판인을 위한 장소다. 1인 출판사든 중소 출판사든 이곳에서 상담을 받는다면, 마치 VIP 고객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