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중의 변수는 사람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다. <1박 2일>기준으로 바꿔 말하자면, 촬영이 비극적일수록 방송은 희극적인 경우가 많았다.

 

수많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그걸 해결하면서 우린 나름대로의 스토리를 만들어왔고, 그것은 방송을 통해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주었다. 폭풍으로 비행기가 뜨지 않거나 앞바다 기상 상황으로 배가 뜨지 않거나 꽃구경하러 갔는데 강풍이 몰아치거나 수영하러 갔는데 비가 퍼붓거나 한다. 그러면 우린 비행기 타고 제주도를 가는 대신 을왕리를 가고, 배를 타는 대신 스태프들과 이름 맞히기 게임을 하고 꽃이 바람에 후드득 떨어지는 과수원 한가운데서 저녁을 먹고 비를 맞으며 미친 사람처럼 수영을 했다.

 

돌이켜보건대, 솔직히 즐거웠다. 여행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니던가. 계획대로 미끈하게 진행되는 여행도 좋지만 어쩔 수 없는 변수가 생겨 에라 모르겠다 식으로 진행되는 여행이 나는 훨씬 재미있었다. 그래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1박 2일>을 진행하며 가장 괴로웠을 때는 알 수 없는 자연의 심술로 촬영에 문제가 생겼을 때가 아니다.

자연의 심술에 맞서 같이 웃으며
촬영을 진행해나갈 동료들이
어느 날 사라질 때,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시작은 상렬이 형이었다. <1박 2일> 두번째 촬영인 죽도 촬영이 끝날 때쯤, 상렬이 형이 조심스레 그만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다. 깜짝 놀랐다. 몇 개월을 같이 고생한 끝에 프로그램이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하려는데 탈퇴라니.

 

게다가 지상렬이라는 사람은, 당시 내가 가장 신뢰하고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방송에서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가장 다른 사람 중 하나다. 약간 정신 나간 사람처럼 보이는 방송에서와는 달리, 동료들과 스태프를 살뜰하게 챙기고 방송에서의 이미지보다는 프로그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못된 형 이미지를 뒤집어쓰게 될 줄 알면서도 말 못하는 수근씨를 구박하며 말 한마디라도 더 이끌어내려고 노력한 것도 상렬이 형이고, 동갑인 호동이 형을 배려하여 치고 나가지 않고 옆에서 그저 서브 역할에 충실한 것도 상렬이 형이었다. 자기만 생각해서는 못 할 일들이다. 한마디로 팀워크가 뭔지 아는 사람이었다. '준비됐어요'라는 이름을 달고 나가던 몇 개월과 <1박 2일> 초창기 힘들던 시절 동안 나는 이 형에게 많은 빚을 지며 살았다. 힘들 때 상의하고 술을 기울이고, 많은 위로의 말도 들었다. 그런 사람이 그만둔다니.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