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청 신공 속 첫 촬영팀의 무사귀환

Editor's Comment

- 본 콘텐츠는 2018년 4월에 발간된 <나영석 피디의 어차피 레이스는 길다>의 본문 내용을 발췌하여 구성하였습니다.

첫 촬영은 언제나 힘들다. 정해진 로드맵이 없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거리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과도 같다. 잘 되어가는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을 때마다 연기자들의 표정을 살피고 고개를 돌려 동료 스태프들의 표정을 살핀다. 웃으면서, 괜찮아, 걱정 마, 어떻게든 되겠지 뭐, 하고 서로 대답해준다. 그러면 또 힘을 얻어 한 발짝씩. 일단 준비해온 것을 믿고 밀어붙인다.

 

오프닝을 시작하기도 전에 차에서 내리는 멤버들을 6밀리 카메라로 찍기 시작한다.

뭐예요, 이건? 벌써 찍어요?

의아해하는 멤버들에게 준비해온 멘트들을 날려준다.

이게 바로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거야. 할리우드에서는 다들 이렇게 찍는대. <서바이버Survivors> 알지? 거기도 이런 식이라니깐.

못 믿겠다는 표정이지만 일단 고개는 끄덕인다. 다들 착한 것이다. 오늘 하루종일 카메라가 따라다닐 거야. 쉬거나 화장실에 가거나 뭘 하든 간에. 진짜로? 신경쓰여서 어디 촬영하겠어요? 유럽에선 다들 이렇게 찍는다니깐. 언젠 할리우드 방식이라며? 아 몰라. 그냥 하라는 대로 해. 대충 얼버무린다. 그러고 촬영 시작.

영동에 갑니다.

외치고 출발. 차에도 카메라가 한가득 설치되어 있다. 저기에 뭐가 찍히든 사실 상관은 없다. 어차피 중요한 건 복불복이야. 밥 굶기고 밖에서 재울 때 뭐라고 잔소리만 못하도록 막아주면 그만인 것이다. 운전은 과묵한 수근 씨가 담당.

네 시간이나 걸리는데 계속 운전을 해야 해? 그냥 제작진 차 타고 가면 안 되나?
 

어허. 이것이 바로 리얼인 거예요.

설득해서 다들 태우고 출발. 네 시간이 지나고 날이 어둑해질 즈음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