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워킹스페이스 라운지 개선하기

 '코워킹스페이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협업에 어울리지 않는 레이아웃을 가진 공간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독서실처럼 길게 늘어선 테이블들을 보고 있자면 답답기까지 하죠. 이미 만든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책상과 소파의 위치만 달라져도 사람들의 행동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 관련 기사: 몰입과 소통, 자리배치에 달렸다 (DBR, 2008.8)

오피스 레이아웃 유형과 커뮤니케이션 및 프라이버시 ⓒ한국실내디자인학회논문집(2004.12)

서울혁신파크 상상청의 디자인을 의뢰받았을 때 코워킹스페이스 라운지는 학교식 패턴에 가까운 상태였습니다. 상상청에 갈 때마다 사람들이 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계속 관찰했습니다.

  • 소파에 두세 명이 나란히 앉아서 이야기한다.
  • 소파에 누워서 자기도 한다.
  • 가장 인기가 많은 벤치 테이블에서는 음식을 나눠 먹거나 회의를 한다. 
  • 줄지어 있는 업무용 책상과 의자에서는 주로 각자 일하거나 공부를 한다.
  • 점심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은 스탠딩 테이블에서 가장 자주 보인다.
  • 스탠딩 테이블 주변 회사들은 사람들이 떠드는 목소리 때문에 힘들어한다.

프로젝트 예산으로는 가구를 새로 사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기존 가구를 활용할 방법을 열심히 궁리했습니다. 기존의 책상 배치는 빔프로젝터를 활용한 강의를 염두에 둔 것이겠지만, 제가 드나드는 몇 개월 동안 이곳에서 강의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어떤 레이아웃이 더 코워킹스페이스 라운지에 어울릴까요? ⓒ김란

그래서 한 방향으로 줄지어 있던 책상과 의자를 마주 앉아서 일하는 배치로 바꾸었습니다. 조금씩 어긋나게 만든 것은 일자로 배치했을 때보다 친밀감이 들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소파의 위치도 변경했습니다. 긴 소파는 3층 입주팀 사람들도 여기까지 올라와서 누워있을 만큼 인기가 많은 가구입니다. 소파에서 누워본 적은 있지만 4층에 어느 입주팀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파를 좀 더 중심으로 옮기면, 다른 입주팀과 자주 마주치게 될 거라 기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