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만드는 '뉴 하이엔드' 플라스틱

디자인과 기술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것은 이런게 아닐까? 복잡한 기술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를 구현하는 과정 그 자체로 디자인이 완성되는 것, 본질적인 원리와 아름다움이 하나로 연결돼있는 것.

 

독일과 슬로바키아를 오가며 활동하는 크래프팅 크래프팅 플라스틱스!(Crafting Plastics!)는 종종 작업실이 아닌 실험실에서 흰 가운을 입고, 비이커나 플라스크와 씨름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제품을 넘어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디자인하는 이들은 '물질의 순환을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정의가 어울리는 신인류 디자이너다.

 

2018년 4월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갤러리스트 로사나 오를란디는 '죄책감 없는 플라스틱(Guiltless Plastic)'이라는 디자인 이니셔티브를 론칭했다.*

* 그리고 2018년 6월, 예고한 대로 프로젝트 홈페이지를 열었다.

 

그녀는 해안가를 뒤덮은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디자인계의 각성을 촉구하며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다양한 가구와 실험적인 결과물을 선보였는데, 크래프팅 플라스틱스!의 조명 '바이오플라스틱 유니버스(Bioplastic Universe)'도 그중 하나였다.
2018년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선보인 조명 오브제. 바이오플라스틱 유니버스 ⓒDana Tomeckova언뜻 털실 뭉치처럼 보이는 4개의 오브제에 불을 켜면 지구, 달, 화성 등의 모습이 미묘한 음영으로 드러난다. 직접 개발한 100% 생분해되는 바이오플라스틱 소재에 미역 등을 활용한 천연 염료로 색을 입혀 손으로 엮은 것이다.

 

"이 안경은 당신보다 오래 살지 않을 겁니다(This eyewear won't outlive you)."라는 흥미로운 태그 라인의 100% 바이오플라스틱 선글라스는 2018년 4월 말부터 배송을 시작했다.

크래프팅 플라스틱스!의 선글라스 첫 번째 콜렉션 ⓒCrafting Plastics!이들은 플라스틱을 공예와 같은 방식으로 다루겠다고 말한다. 소재라는 본질에 대한 재해석은 디자인 과정과 방식, 결과물, 그리고 어쩌면 세상을 진정한 '하이엔드'로 탈바꿈시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