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맵스, 결국 전면 유료화

올 것이 왔구나

2018년 5월, 구글은 자사의 지도 서비스인 구글 맵스(Google Maps)를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6월 11일부터 무료 API를 없애고 모든 API를 유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 구글 맵스로 서비스를 만들어 온 수많은 지도 기반 서비스가 이용하는 API에 관한 유료화를 가리킴

 

이 결정으로 구글 맵스 API를 이용하는 개발자나 회사는 반드시 구글 맵스 플랫폼에 결제 계정을 만들거나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의 결제 계정을 갖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제 계정을 만들면 월 200달러(한화 약 225,000원) 상당의 무료 사용권을 준다지만, 이미 결제 수단을 등록한 개발자나 회사에게 쿠폰 이상의 사용을 유도해 언제든 과금을 시작하는 것은 구글에게는 너무나 쉬운 일이다.

유료화에 본격 시동을 건 구글 맵스 (이미지 제공: 천준범)

구글은 자타공인 혁신 IT 기업의 대명사다. 혁신적인 검색 서비스로 출발한 구글이 지도를 비롯한 다른 서비스에서도 전 세계 소비자를 빠르게 사로잡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만, 상세 지도를 외국 서버로 반출할 수 없다는 결정을 세 번째 반복하고 있는 한국에서 만큼은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맵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양질의 정보가 쌓이는 네트워크 효과가 가장 크게 발휘되는 지도 서비스의 특성상, 검색 포털과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등에 업은 구글 맵스가 다른 지도 서비스를 압도한 현상은 어쩌면 정해진 결론이었을지도 모른다. 애플에게는 아픈 일이지만, 미국 아이폰 이용자의 70% 이상이 애플 지도 대신 구글 맵스를 선호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 관련 기사: New survey says Google Maps favored by nearly 70 percent of iPhone users (Search Engine Land, 2016.6.15)©Christine Roy/Unsplash

또한 구글은 세계적이면서도 강력한 독점 기업이다. 2017년 기준으로 구글은 세계 검색 시장의 75% 이상을, 유튜브는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의 78% 이상을, 안드로이드는 모바일 OS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기업이 서비스 정식 이용료를 조금씩 매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지, 이게 독점 기업이 돈 버는 방법이지.

이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미국 반독점법 이야기>의 개정판을 생각보다 빨리 준비해야 할 수도 있겠구나.

5년 전, 미국의 독점 기업들을 공부하기 위해 서울을 떠나 뉴욕으로 향했던 날이 다시 떠올랐다. 교과서에 생생히 기록된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와 현실 속 미국을 오갔던 그해 여름이.

대기업과 로펌의 속살에 괴로워하던 때, 서울을 떠나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렇다고 가르치지.

학교와 연수원을 벗어나 실무의 영역으로 나와 처음 몸으로 부딪힌 한국 시장.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이어지는 로펌에서의 일상도 쉽지 않았지만, 그 속살을 볼 때마다 더 힘든 건 마음이었다.©Veeterzy/Unsplash

내가 속한 세계에서 기업에게 공정거래란, 어떻게 하면 계열 회사에게 거래를 줄지 논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자, 어떻게 하면 담합으로 적발되는 것을 피해 골고루 시장의 파이를 나눠 먹을지 고민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큰 인수합병(M&A)은 더 효율적으로 사업하려는 전략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소위 '오너'라 불리는 개인들 사이의 거래나 상속 때문에 이뤄졌다.

 

혁신과 경쟁, 공정한 시장의 룰. 학교에서 가르쳤던 것들을 떠올렸다. 차라리 학교에서 가르치지 말았다면 어땠을까. 마치 아이에게 맞지 않는 아빠 양복을 입혀 놓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역시 한국은 아직 시장경제가 아니야.

합리적인 경쟁이 없어.

다 관치경제고 다 재벌이고 끼리끼리 짬짜미야.

로펌으로 몰려드는 대기업들의 온갖 담합, 갑질, 내부거래 관련 사건들을 밤새워 방어해주고, 어딘가 더 합리적일 것 같은 다국적 기업이 한국 대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할 때 몸을 날려 막아주던 하루하루가 힘에 부치던 2013년 여름이었다. 내가 이러려고 변호사를 한 건가, 자괴감에 괴로워하던 바로 그때.

 

드디어 나는 입사할 때 약속 받았(다고 생각했)던 미국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다. NYU(New York University)에서 무려 타이틀도 긴 LL.M. in Competition, Innovation and Information Law** 과정이었다. 원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진면목을 볼 것이라는 기대로 가득찼다.

* 예전에 한국의 대형 로펌들은 신입 변호사를 채용할 때, 일정한 기간을 근무하면 해외 유학의 기회를 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후보자들이 매우 뛰어난 인재라서라기보다는, 신입 변호사 채용 시장에서 로펌의 경쟁자가 권력과 명예라는 비금전적 가치를 주는 법원과 검찰 등 막강한 국가기관이었기 때문이다.

** 주로 외국 변호사들을 위한 1년짜리 법학석사 과정이다. 물론 1년 만에 경쟁, 혁신과 정보에 관한 법을 마스터할 수는 없다. 간단히 말해 미국 반독점법과 지적재산권법의 개론을 배우는 일종의 융합과정이다. 두 법은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독점을 못하게 하기도 하고, 국가가 독점권을 부여하기도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과 일본과 독일에서 가져온 한국의 법과 제도는 너무 이상적이거나 혹은 한국을 모르고 만들었거나, 시대에 앞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의 기업들은 계열 회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담합으로 시장을 지키며, 정치와 유착 관계를 형성해 관치금융의 성격을 가진다고 생각했다.

돈을 벌려면 제대로 좀 벌지.

무언가 불만에 가득 찬 투덜이가 해방구를 찾아가듯, 뉴욕행 비행기를 탄 나의 마음이 그랬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던 공룡, 구글과 아마존

세계적인 IT 선진국, 한국

누가 심어준 환상이었을까. 어쩌면 국뽕*이었는지도 모른다. 2013년 미국의 IT는 솔직히 놀라웠다. 5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에서도 당연한 일이 되었지만, 그 시절 이미 미국에서는 임대할 집을 구할 때 부동산을 찾아갈 필요가 없었다. 깔끔한 화면으로 준비된 상세 사진은 물론, 지역의 범죄율과 학교 등급, 통근 시간 등 자세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모두 확인하고 연락할 수 있었다.** 작은 아파트 관리비는 홈페이지에서 결제할 수 있었고, 인터넷으로 예약이 되는 식당도 많았다.

*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과도하게 올라가 무조건 국가를 추켜세우는 상태를 비꼬는 표현

** Trulia, Zillow 등 부동산 매매, 임대 사이트

Trulia에서 제공하는 범죄율 지도 (이미지 제공: 천준범)

이렇듯 인터넷 지도를 통해 내가 살고자 하는 지역의 범죄율을 생생하게 보여줄뿐더러, 클릭하면 어떤 범죄인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사히 집을 구하고, 오랜만에 다시 학생 신분으로 NYU 이메일 계정을 받고 미국 생활에 적응하면서 조금 더 큰 놀라움이 다가왔다. 유료라고 해도 아무 손색 없을 서비스들이 하나의 무료 계정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모든 과제 리서치의 시작은 구글 검색으로, 사진과 노트 필기는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하면 됐다. 여행 계획은 비행기 노선과 일정을 마음대로 바꾸면서 최저가 편명을 찾아보는 구글 플라이트로, 소도시의 버스 노선과 숙소 평가까지 한꺼번에 보는 구글 맵스로 여정을 결정하고 구글 캘린더에 일정을 저장하면 끝이었다. 여기에 마치 내가 직접 여행을 간 것처럼 자연환경과 건물을 3D로 보여주는 구글 어스까지.

 

특히 나처럼 미국에 처음 적응하는 유학생으로서는 도저히 이 서비스들을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NYU 학교 이메일을 만들자마자 날아온 프로모션 링크를 타고 아마존 프라임 계정을 만들었더니, 또 한 번 신세계가 열렸다. 특히 운전면허시험장(Department of Motor Vehicles, DMV)으로 대표되는 느려 터진 미국의 오프라인 서비스를 경험하다가 아마존 프라임이라는 서비스를 접하니, 상대적인 행복감은 두 배로 커졌다.

 

모든 온라인 구매는 말 그대로 '원터치'로 결제가 완료되었다. 새로운 창이 몇 개 뜨고 프로그램도 여러 개 깔아야 했던 한국의 인터넷 결제와는 사뭇 달랐다. '정말 결제가 된 건가' 의심마저 들 정도로 아마존의 결제 시스템은 무서웠다. 킨들에서는 무제한 콘텐츠까지 덤으로 쏟아졌다. 이 모든 것은 역시 무료다.*

* 아마존은 대학교의 이메일 계정이 있으면 6개월 무료로 아마존 프라임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구글과 아마존이 없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다

온몸으로 이 말을 실감했다. 구글과 아마존이 정말 거대한 회사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하나도 무섭거나 하지는 않았다. 너무 편리했으니까. 그리고 모두 공짜였으니까.

반독점 판결 속에서 록펠러를 만나다

가을 학기부터 본격적으로 미국의 독점 기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반독점법 케이스를 하나하나 공부하면서, 미국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갔다. 교과서를 몇 장 넘기자 이런 이름이 나왔다.

John D. Rockefeller

자선이나 기부, 근검절약이라는 말과 어울릴 것 같은 이 이름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는다는 미국 역사상 최고 부자의 이름인 '록펠러'다. 그런데 이 이름이 미국 의회가 반독점법(Sherman Act)을 만들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교과서 맨 앞장에 등장한 것이었다.존 D. 록펠러(1839.7.8~1937.5.23)

그리고 혁신의 대명사인 위대한 IT 기업의 이름이 이어서 등장했다. IBM, Kodak, Microsoft. 이 이름이 등장한 곳은 다름 아닌 반독점 판결문이었다.

왜 미국 회사들은 100m 트랙에서
열심히 달리기만 했을 거라고
생각했던가

라디오가 발명되었을 때 광고주들이 라디오에 광고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신문사, 다양성 증진이라는 명목 아래 장학금 액수를 담합한 아이비리그 대학들, 특허받은 소금 뿌리는 기계를 팔면서 소금도 꼭 자신에게 같이 사도록 한 소금 회사….

 

바로 오늘 일어났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미국 거대 기업들의 전략은 오히려 한국 기업보다 한 수 위였다. 아니, 오히려 한국 기업들이 배워 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120년 미국 시장경제를 쥐고 흔든 독점 기업들을 알게 되니, 구글과 아마존이 조금 무서워졌다.

이들도 선배들과 같은 길을 가겠구나.

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그리고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미국의 독점 기업들. 그들이 큰돈을 벌었던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이 글은 혁신의 대명사였던 위대한 기업들, 하지만 반독점 판결의 이름을 장식하기도 했던 기업들의 내부, 혹은 그 이면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한 꺼풀 더 들어가 본 이야기다. 가십이 아니라, 판결문 속에 들어 있는 사실 그 자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