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미국 이커머스의 절반을 차지하다

2018년 7월 14일 자 테크 크런치(Tech Crunch)* 기사는 아마존의 독점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이 기사는 2017년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판매점유율 43%를 차지한 아마존이 1년 사이 무려 29.2%나 성장해 2018년에는 시장의 49.1%를 차지했고, 2위 이베이(6.6%), 3위 애플(3.9%)과의 격차도 매우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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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도 한마디 거들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7월 23일에 올린 트윗 ©realDonaldTrump/twitter

워싱턴 포스트는 아마존을 위한 값비싼 로비스트일 뿐이다. 이것이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반독점 소송에 대한 방패막이로 이용되고 있는 건가?

테크 크런치는 '아마존이 이커머스에서는 49.1%이지만 전체 소매 시장에서는 아직 5%밖에 되지 않는다'고 썼지만, 반독점법이 반드시 이러한 관점에 따라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몇 년 전, 대기업이 작은 슈퍼마켓 체인을 인수하는 거래를 담당했던 때가 생각났다. 한국도 미국과 비슷하게 M&A 심사를 하므로, 어떤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점유율을 차지한 회사를 인수하는지가 항상 중요한 쟁점이 된다. 내가 담당했던 회사는 슈퍼마켓 시장에서는 순위가 꽤 높았다. 하지만 전체 소매 시장에서는 0.1%도 안 되는 미미한 점유율을 보였다.

 

하지만 전체 소매 시장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것과 백화점, 편의점, 재래시장 같은 곳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유통 환경, 팔리는 물건의 종류, 가격대, 찾는 목적이나 시간대에 따라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건에서는 판매되는 상품이나 유통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 업종별로 대체성이 있는지, 즉 슈퍼마켓에 가는 사람이 어떤 사정이 생겨야 재래시장으로 옮길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간단한 경제 분석을 먼저 한 뒤, 그에 따라 시장을 정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커머스 시장에서 판매점유율 49.1%를 차지한 아마존은 과연 반독점 판결문에 이름을 올리게 될까?

혁신의 핵심은 원클릭 결제

반독점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시 돌아가 보자. 아마존의 혁신은 어디에서 출발했을까?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뉴욕 월가의 투자 은행에서 근무하던 1994년, 인터넷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인터넷 서점을 열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런데 단순히 인터넷에서 책을 팔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무엇이 혁신적이었을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아마존에게는 아주 중요한 특허가 하나 있었다.

1-click

많은 사람이 편하게 쓰는 원클릭 결제는 아마존의 특허 기술이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특허를 낸 지 20년이 지나서 2017년 9월 특허가 소멸하였기 때문이다. 한 번 눌러서 결제하는 단순한 서비스가 왜 특허였을까?

 

특허 명세서에 나온 내용을 요약하면, 아마존이 1997년에 낸 특허(US 5960411*)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Method And System For Placing A Purchase Order Via A Communications Network (통신망을 통해 구매 주문을 하는 방법과 시스템)

이용자가 자신의 컴퓨터에 표시된 물건을 선택해서 통신망을 통해 구매 요청을 하면, 회사 컴퓨터는 그 이용자가 이전에 구매했던 카드와 배송 정보를 찾아서 장바구니 주문 없이 새로운 구매에 적용하여 결제를 완료한다.

©Christian Wiediger/Unsplash조금 더 이해하려면 사업 방법에 관한 특허(Business Method Patent)를 알아야 한다. 기술적인 혁신을 통해서가 아니라, 잘 알려진 기계 또는 전자적인 방법으로 사업 방법을 혁신하는 경우에도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이를 보통 BM 특허라고 말한다. 아마존이 받은 특허도 이 작동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1997년이 어떤 시절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다. 웹 브라우저가 막 알려지던 이때는 이메일, 이커머스와 같이 단어 앞에 'e' 자를 붙이면 뭔가 새롭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 전자상거래의 효시 인터파크가 창업한 해도 1997년으로, 인터넷 산업이 막 싹을 틔우던 초기라고 볼 수 있다.

 

이때, 미국 특허청은 아마존의 특허를 등록해 주었다. 당시 수준에 비추어 새롭고 혁신적이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사실, 특허 제도는 누구든 '조금이라도 먼저' 신청하는 사람에게 권리를 준다. 아무래도 제프 베조스는 법이나 규제 분야에 밝은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지난 20년 동안 아마존의 경쟁자들은 '1-click' 특허를 무력화하고자 노력하기도 하고, 돈을 내고 사서 쓰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애플은 이미 2000년에 아마존으로부터 원클릭 결제에 관한 라이선스를 취득하여 자신의 전자결제 시스템에서 이용하고 있다.

 

이렇듯 아마존은 시대를 앞서가며 소비자 편의성을 추구했고, 또 현명하게 그 방법을 잘 지켜나간 덕에 초기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책에서 음반으로, 전자제품으로, 그리고 다른 모든 물건으로. 비록 특허는 소멸하였지만, 아마존은 이제 특허 한 개쯤은 필요 없을 정도로 성장하여 어마어마한 제국을 구축했다.

아마존은 반독점법 적용 면제일까?

지난 20년간 아마존은 종이책, 전자책(e-book), 전자상거래(e-commerce),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차례로 장악해왔다. 그런데 아마존은 단 한 번도 반독점법 판결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이런 현상 때문인지 국내 일부 사이트에서는 아마존이 미국 정부로부터 반독점법 적용 면제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도 있었다. 혹시나 해서 여러 경로로 찾아보았음에도 그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다.* 여러 노선을 운행하는 항공사들의 연합(alliance)에 적용되는 반독점 면제 프로그램 이야기**가 있을 뿐이었다.

* 미국 사이트에서도 비슷한 언급을 찾을 수 없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께서 힌트가 될 만한 사실을 아신다면, 연락을 주시기 바란다.

** 관련 기사: 태평양 하늘길 전략적 동맹 강화 (여행신문, 2010.10.18)

 

하지만 미국 최고 권위인 예일 대학교 로스쿨(Yale Law School)에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이라는 논문*이 발표될 정도로, 아마존은 120년 역사의 반독점법 학계에서도 연구 대상이다. 사실 반독점법은 제조업 시대에 태어난 법이어서, 이 법이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 사업을 지배하는 아마존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논문을 쓴 리나 칸(Lina M. Khan)의 관점이다.

* 예일 법학 저널(Yale Law Journal) 제126호 (2017년 1월)

반독점법과 아마존이
마주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아마존은 이익(profit)을
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존: 다단계 사기인가, 인터넷의 월마트인가?'는 아마존이 설립된 지 6년이 지난 해이자 거액의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던 2000년, 많은 조롱과 의심 속에 나왔던 기사 제목 중 하나다.

 

사람들은 아마존을 이해할 수 없었다. 거액의 적자를 내면서 최저가로 물건을 팔았고, 끊임없이 확장만 할 뿐 이익을 내지도, 내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랫돌을 빼 윗돌을 막는 것처럼, 아마존은 계속되는 투자금으로 적자를 보충하고 있었다. 최저가의 이익을 누리던 소비자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반독점법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법이다. 즉, 기업이 부당하게 독점 이윤을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소비자가 누려야 할 권리를 빼앗는다고 보는 관점이다. 경쟁자가 들어와서 가격이 내려가면 소비자에게는 좋은 일이다. 또한 경쟁자가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좋은 기술과 품질이 받쳐준다면, 그만큼 소비자에게 더 좋다. 그런데 아마존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독점 이윤을 전혀 가져가지 않았다.

 

아마존은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반독점법의 뒤통수를 친 것일까? 그렇지만은 않다. 여기 힌트가 될 만한 선례가 하나 있다.

밟아 죽이기의 역설

가격을 싸게 파는 것에 대한 고민은 예전부터 반독점법이 해 왔던 부분이다. 앞서 챕터 5에서 언급한 '밟아 죽이는 가격(predatory pricing)*'이 그것이다. 물론 록펠러의 스탠다드 오일도 리베이트를 통해 경쟁자들보다 싼 가격으로 석유를 팔았다. 때문에 석유 소비자의 관점에서는 록펠러가 무엇이 나빴냐는 주장도 없지 않다.

* 관련 글: 챕터 5의 '담배 전쟁(2): 하얀 담배 치킨 게임' 중에서

 

경쟁자가 새로 들어오면 원래 있던 회사가 내세우는 첫 번째 전략 역시 일단 가격을 '후려치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회사는 보통 벌어 놓은 여윳돈이 조금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회사는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금이 별로 없다. 이렇게 새로 들어온 회사가 돈을 제대로 벌기 전에 공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고 쉬운 기득권자의 전략이다.

©Justin Lim/Unsplash그렇기 때문에 반독점법도 독점 기업이 가격을 너무 낮게 정하는 것은 경계해왔다. 싸게 파는 게 뭐가 문제냐는 주장과 싸게 팔아서 경쟁자를 죽이면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왔다. 그런데 1993년, 챕터 5에서 살펴본 '하얀 담배 판결'에서 이런 결정을 내려졌다.

경쟁자의 저가 정책을 불법이라고 하려면 첫째, 가격이 비용 이하여야 하고, 둘째, 그렇게 팔아서 입은 손해를 나중에 메꿀(recoup) 수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전망이 있어야 한다.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고 증거도 없는데 '합리적인 전망'이라니. 법원 판결에서 왜 이런 요건이 나온 것일까?

 

판결은 누군가 제소를 해야만 나온다. 그런데 반독점 소송이란 경쟁자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법원에 호소하는 것이다. 만약 경쟁자가 죽어버렸다면, 소송도 없고 판결도 없다. 법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아직 살아있는 경쟁자가 제소한 소송 사건에서는, 밟아 죽이기 가격 정책을 시도한 상대방이 '앞으로' 어떻게 할지가 중요했던 것이다.

 

앞서 보았듯, '하얀 담배 사건'에서는 리게트를 밟아 죽이려고 했던 브라운이 이겼다. 그런데 사실 브라운은 리게트를 퇴출하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 전쟁을 했던 것이 맞다. 리게트가 중간에 꼬리를 내리고 전쟁만 중단했을 뿐.

그런데 이 판결과 같은 법*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아마존에게는
엄청난 편안함을 주었다

* 미국은 일반적으로 판례에 의해서 법이 만들어진다. 반독점법의 조문도 단 두 개다. 그러니 미국에서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면, 비슷한 경우에 관한 법이 생긴 것과 마찬가지로 보면 된다. 1993년에 나온 하얀 담배 판결(Brooke Group Ltd. v. Brown & Williamson Tobacco Corp. 509 U.S. 209)은 '밟아 죽이기 가격'에 관한 그동안의 논의를 집대성한 기본 판결로서, 지금까지도 유효한 법이다.

 

적자를 감수할 정도로 싼 가격 정책을 통해 경쟁자를 죽이고 다른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아서 독점 기업이 되더라도, 나중에 손해를 메꿀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면 반독점법의 칼날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프 베조스가 '소비자가 왕, 언제나 최저가!'를 외치고 실행한다면, 오히려 반독점법의 가치와 맞는 이야기가 돼서 할 말이 없게 된다. 독점 기업 아마존은 분명히 경쟁자를 모두 가격으로 밟아 죽이고 있는데, 반독점법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현실. 과연 소비자들은 아마존을 적극 지지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