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눈치 경쟁이 시작되는 때

한 회사가 시장을 독점(monopoly)한 상태는 아니지만, 소수의 강력한 회사 몇 개가 시장을 나눠 가진 상태를 과점(oligopoly)이라 부른다. 보통 1개 회사가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졌을 때 독점 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3개 정도 회사를 합쳐서 7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인다면 과점 상태라고 할 수 있다.

* 아마존은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49%를 점유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아마존을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독점 기업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다.

 

과점 상태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종의 힘의 균형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혁신 기업이 만든 시장에 카피캣(copycat)이 빠르게 따라붙어서 시장점유율을 비슷하게 높였을 때, 혹은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같은 업종의 회사들이 계속 경쟁하다가 힘에 부친 회사는 탈락하고 소수만 남았을 때 주로 과점이 생긴다. 또한 상품이나 서비스 자체의 성격이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이나 기호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을 때도 이런 과점 상태가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신나게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처음 앞뒤 좌우에서 정신없이 물감 총알이 날아올 때는 아무 데나 막 쏘는 게 정석이다. 그러다가 한 명씩 총알이 떨어져서 탈락하고 주변에 세 명만 남았다면? 우선 주변이 조용해진다. 누구를 쏠지 정확히 결정해야 한다. 눈치를 본다. 상대는 눈에 보이지 않고 긴장은 흐른다.

 

이럴 때 당신이라면 어떤 전략을 쓸 것인가? 한 명의 상대방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서 이길 확률을 높이다가 갑자기 등 뒤에서 달려든 다른 플레이어에게 공격을 당해 장렬히 퇴장할 것인가? 주변을 빠르게 살피면서 총알을 아낄 것인가, 아니면 은신처에서 나와 총을 내리면서 크게 이렇게 말할 것인가?

자, 이제 세 명밖에 남지 않았으니 휴전! 다 같이 1등 합시다!

아직 숨어 있는 다른 플레이어 두 명에게는 솔깃한 이야기다. 하지만 구경하던 사람들은 허탈한 마음이 든다. 그중 일부는 입장권을 산 사람도 있다. 과연 심판은 이 휴전을 인정해줘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