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팔아라: IBM, 인터내셔널 솔트, 코닥의 전략
마이크로소프트가 OS에 웹 브라우저, 동영상 플레이어, 메신저를 같이 끼워 팔았던 전략은 스스로 생각해낸 방안은 아니었던 듯싶다. 미국 반독점 판결에서 끼워 팔기의 역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끼워 팔기 전략보다 70년이나 앞서 시작되었다. 그때도 혁신 기술로 특허를 낸 회사들이 특허 기술만으로 돈을 벌지는 않았다.
IBM, 기계가 아닌 종이로 돈을 벌다
모바일 시대로 넘어온 요즘에는 생소한 사람도 있겠지만, IBM(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은 데스크톱 이전 시대부터 이름 그대로 업무용 컴퓨터의 최강자였다.
누구든 학창시절에 OMR 카드를 쓴 기억이 있을 것이다.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빈칸에 체크를 하면 컴퓨터가 인식해서 데이터로 입력하는 방식이다. 그보다 앞서 현대적인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컴퓨터용 사인펜 대신 구멍을 뚫어 데이터를 표시하고 입력하는 천공카드(punched card)가 널리 이용되었다. 최근까지 미국 대통령 선거의 투표용지로 이용되기도 한, 유서 깊은 방식이다.
이런 천공카드는 기업의 업무에서 이용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데 쓰였다. 이 천공카드를 읽고 입력받는 가장 좋은 기계의 특허권자가 IBM이었다. IBM은 뛰어난 기술의 대가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그런데 IBM에게 큰돈을 가져다준 것은 특허받은 기계가 아니라 종이로 만든 천공카드였다.
이유를 생각해보자. 기계는 한 번 팔면 끝이다. 하지만 천공카드는 종이에 구멍을 뚫어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 쓰면 재활용할 수 없고 계속 새로운 카드를 사야 한다. 당시 천공카드는 80 x 40의 규격이 표준이었기 때문에, 최대 3,200개의 데이터를 입력하면 새로운 천공카드를 써야 했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거래와 일들을 모두 입력해야 하는데 고작 3,200개라니. 회사들이 얼마나 많은 천공카드를 써야 했을지 상상해 보자.
천공카드 기계의 특허권자 IBM은 어떻게 했을까? 그들의 전략은 이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