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방식으로 생각하기

미친물고기를 정리하고 인큐베이션 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창업가를 만났다. 그들은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꿈을 꾸면서 현실에서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과거의 내 모습을 보았다. 그들이 나처럼 실패를 선언하지 않도록 최대한 돕고 싶었다.

 

최근 스타트업에 좋은 환경이 갖춰지고 있다. 공공기관의 지원도 크게 늘었고 아주 초기부터 투자하는 펀드도 늘어났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사업이 편해지거나 성공 확률이 높아지지는 않았다. 과거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교육열이 늘어났어도 스스로 노력하고 집중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무리 창업 생태계의 환경이 좋아졌어도 스타트업이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까지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센터에 입주해 정진하는 스타트업을 보면서, 가끔씩 미친물고기가 떠올랐다. 인생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만약 처음 창업하던 때로 돌아가 새롭게 사업 모델을 구상한다면 어떨까? 스타트업의 방식으로 다시 창업을 그려보고 싶었다.

 

다시 시작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번 문제를 풀어보았으니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만나면 적어도 정답을 찾을 확률은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비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하고자 하는 일을 정의하라

사업을 하다 보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기본 질문이 중요하다. 믿기지 않겠지만 수많은 스타트업이 사업 계획을 세우고 실제 시장에서 부딪쳐보고 사업 계획을 수정하여pivoting 다시 해보고, 약간의 매출을 내고 좀 더 열심히 매진하는 과정을 거치다 문득 돌아보면 원래 어떤 일을 하려 했는지, 어떤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지 답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른다.

 

매일같이 서로 다른 종류의 문제가 발생하는 스타트업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는 때때로 피할 줄도 알아야 한다.가야 할 길을 명확하게 정해서
방향을 잃지 않는 일,
그것만으로도
성공 확률은 크게 높아진다

미친물고기는 '새로운 회러다임'을 지향했다.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일식집은 너무 비싸고 코스 중심의 구성은 너무 식상하다. 일반 횟집은 매장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고 자연산이나 남도산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 게다가 온라인 서비스 기반의 배달 문화가 자리잡는 추세와 비교해보면 아직 회나 해산물은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제한적이다.

 

미친물고기가 내세운 새로운 회러다임이란, 회나 해산물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좀 더 맛있고 손쉽게 회를 공급할 수 있는 온라인·오프라인 통합 서비스를 의미한다. 맛있는 생선회를 제공하기 위해 품종에 따라 가장 맛있는 숙성 시간과 방법을 연구했고, 해산물을 즐기는 다양한 조리법도 고민했다. 제철에 가장 맛있는 해산물을 소개하며 가장 편리한 방법으로 제공하는 일이 미친물고기가 지향한 방향이며 추구하는 가치였다.

ⓒKyle Head/Unsplash생선회는 기호가 분명한 음식이다.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분명하게 나뉜다. 우리의 목표는 생선회를 좋아하며, 선호도가 높은 사람들이 회를 먹을 때 미친물고기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미친물고기는 단순히 하나의 서비스나 하나의 식당이 아니라 회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아야 했다.

 

3년 전, 미친물고기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던 이유는 그곳이 생선회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모이는 상징적인 공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다시 미친물고기 사업을 시작한다면 수산시장을 온라인과 주거지역으로 확산하는 일을 핵심으로 삼겠다.

충분히 돈을 벌 수 있는 구조

스타트업 창업가가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자, 가장 답하고 싶은 질문이 바로 '사업 모델'에 관해서다.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며 답이다.

 

미친물고기는 온라인 기반으로 회의 새로운 유통 방식을 제안했지만, 온라인 서비스만으로는 충분한 매출을 올릴 수 없었다. 첫 번째 시도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문제였고,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꼬여서 실패를 맛보았다. 다시 시작한다면 이 부분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O2O 서비스를 열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온라인 서비스는 편리하고 새롭지만 확장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서비스가 자리를 잡기까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해산물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주로 간편하게 식당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배달해서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먹는 데 한계가 있어 더욱 성장 속도가 더뎠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바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다. 미친물고기의 오프라인 매장은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지금도 올바른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두고
미친물고기만의 방식을
만들지 못했기에 실패하고 말았다

온라인 주문으로 회를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고객들이 집이나 식당에서도 손쉽게 회를 주문해서 먹을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미친물고기가 시작할 때부터 큰 그림을 그렸다. 우선 범위를 좁혀 서울로 제한했다. 25개 동에 1~2개 정도의 미친물고기 매장이 있다면 배달 비용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좀 더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대대적으로 확대해야겠지만, 이는 스타트업이 할 수 없는 범위의 일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존의 프랜차이즈 모델과는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았다. 원래 프랜차이즈는 식당의 이미지와 메뉴, 운영 방식까지 동일한 매장을 의미한다. 하지만 미친물고기 방식의 협력 모델은 영업 중이던 일반 식당에 미친물고기의 메뉴를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사실상 B2B로 미친물고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당들과 협력하는 모델은 이미 실험을 거쳤고, 의외로 반응도 좋았다. 당시 방어를 회로 떠서 1kg 단위로 식당에 판매했는데 꾸준히 주문이 이어졌다. 그렇게 한두 군데씩 파트너가 늘어나면 고객들이 미친물고기 온라인 사이트에서 주문해서 동네 식당에서 즐기도록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었다. 배달 주문을 하는 경우에도 동네 식당에서 직접 배달하면 배달비를 3,000원 내외로 대폭 줄일 수 있다.

 

미친물고기에서는 꾸준히 해산물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가장 품질이 좋은 공급처를 찾아내며,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식당들과 협력하여 오프라인 매장을 늘려 나가고자 했다. 그렇게 하면 서로 윈윈하는 사업 모델이 되리라 생각됐다. 미친물고기의 협력 매장이 고객이면서 동시에 일반 고객들이 미친물고기와 편하게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도 할 수 있었다.

 

만약 이러한 협력 식당이 늘어나 미친물고기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이 더 많아졌다면 어땠을까. 다시 시작한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구조를 구체화하는 일에 조금 더 힘을 쏟고 싶다.

함께 꿈꿀 수 있는 사람들

사업을 접은 후 '만약 다시 시작한다면…'이라는 가정으로 정리한 사업 모델도 (만약 정말로 다시 한다면) 실제로는 성공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실행력을 갖춘 팀이라면 분명히 가능하다.

 

인큐베이션 센터에서 많은 팀을 만나 다양한 사업 계획을 듣고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중요하다'는 가장 단순한 진리를 매일 터득했다. 창업팀에게 사업 계획을 실행할 능력은 물론, 팀이 어떻게 소통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지는 더더욱 중요하다.

 

미친물고기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꿈을 함께 실행할 팀원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다시 창업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팀을 꾸리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미친물고기 사업을 위해서 어떤 팀원이 필요할까? 물론 나처럼 회를 좋아하고 해산물이라면 자다가도 눈이 번쩍 뜨일 마니아여야 한다. 일을 하면서도 군침이 돌고 행복해질 테니까 말이다.

 

또한 해산물 조리법을 고민하고 연구할 사람이 필요하다. 일식을 정식으로 배운 셰프라면 가장 좋겠지만 단순히 일식 조리에 대한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식재료에 애정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오히려 일식 조리법은 배우지 않았어도 상관없다. 애정만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온라인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온라인 콘텐츠 감각이 있는 에디터도 있어야 한다. 더하여 오프라인 식당들과 관계를 맺고 운영해나갈 파트너 영업 담당과 살림을 꼼꼼하게 맡아줄 회계 인력도 필요하다. 이렇게 업무 분야 중심으로 인력 구성을 따지자면 끝이 없을 테고, 우선은 세 명으로도 출발은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은
'팀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미친물고기의 여정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부분이다.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변명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종종 창업자들은 초기에 자신이 품었던 이상과 꿈을 함께 일하는 팀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함께 사는 가족도 하루 이틀 대화가 끊기면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소통해야 하고,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고 각자의 일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저절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일같이 회사가 나아갈 방향, 꿈꾸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스타트업에게는 하루하루 처리해야 할 많은 업무와의 전투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상적인 업무에 치이다 보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방향을 잃고 만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직원들은 이직을, 창업자는 사업을 접을 궁리를 하게 된다.

 

해결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도움이 될 방법은 알고 있다. 우리가 가야 할 목적지를 정했다면 중간중간 쉬어갈 정류장을 정해야 한다. 이때 정류장에 도착해야 할 시간도 함께 정한다.

ⓒSayan Nath/Unsplash이렇듯 과정 전체를 팀원들과 공유하고, 다음 정류장은 어디가 되어야 할지 함께 모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업무 환경이라면 어렵지 않겠지만, 방향을 잃은 조직에서는 함께 가는 방향과 속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는 스타트업이 허다하다. 창업 초기에 멀리 잡아 놓은 우리의 목표 지점, 우리가 가야 할 곳을 함께 다독이며 자주 점검하지 않으면 하늘에 떠 있는 별로만 보일 뿐, 거리를 좁힐 수 없다.

끝까지 간다

미친물고기를 운영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린다면, 고객들이 우리가 제공한 회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다. 다시마로 숙성시킨 연어를 맛보며 미친물고기의 연어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는 못 먹겠다고 말한 고객, 매번 다른 친구들과 함께 와서는 미친물고기만의 독특한 아나고튀김, 전복마늘구이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자세히 설명해준 고객들이 떠오른다.

 

여름에 민어계를 판매할 때, 민어 1인분을 주문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SNS에 한껏 자랑하던 고객은 내게 날아갈 것 같은 에너지를 주었고, 식당에서 민어를 먹다가 너무 맛있다며 그 자리에서 부모님의 몸보신용 민어회를 추가 주문하는 고객의 마음 씀씀이는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방어와 소맥 파티에서 소맥을 정성스레 만들던 그 열정 또한 나를 행복하게 한 순간이었다. 모든 것이 고객과 함께였고, 그 응원이 사업을 지속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미친물고기는 고객의 경험에 집중하려 노력했다. 다시 한다면, 백배 더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고객과 함께 춤추는 재미가 빠진다면 이 사업은 의미가 없다. 새로운 회러다임을 즐기고 기뻐해 줄 고객과 왈츠도 춰보고 디스코도 추고 싶다. (가능하다면 아이돌의 칼군무도!)

실패 원인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그것은 성공할 때까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궤변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이 원인을 굳게 믿는다. 스타트업 창업은 '어렵고 힘들다'라는 말만으로는 도저히 그 고단함을 표현할 수 없다. 사업이 잘 풀려도, 매출이 커지고 인력이 늘어도 언제나 당장 풀어야 할 문제가 쌓이고, 그 문제를 얼마나 차근히 풀어가는가에 따라 서서히 전진할 수 있다.

 

그 어려운 날들을 모두 깨부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야 비로소 성장한다. 성공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다. 어제까지는 성공했어도 오늘은 풀어야 할 또 다른 문제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끝없이 반복된다.

 

물론 언젠가는 시작에 비해 거쳐온 길을 되돌아볼 여유도 생길 것이다. 첫걸음을 뗀 곳에서부터 제법 먼 길을 왔다면 그것으로도 '성공'이라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결코 끝이 아니니, 또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멈추는 일은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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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포트는 2018년 7월 31일에 발행된 것으로, 일부 참고 링크의 경우 만료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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