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언젠가는

누구나 버킷 리스트에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 가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곳, 그래서 '죽기 전에 언젠가는'이라는 단서를 붙여 미뤄두었던 곳, 큰맘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 버킷 리스트에 오른다. 물론 나에게도 있다. 한창 등산에 빠져 있을 때는 히말라야였고, 몹시 좌절하고 우울했을 땐 순례자의 길이라 알려진 스페인 산티아고였다.

ⓒHanna Viellehner/Unsplash

창업 역시 버킷 리스트에 담긴 여행지를 향해 마침내 떠나는 일과 흡사하다. 그래서 창업 초기에는 정말 하고 싶었던 일,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던 일을 시작했다는 흥분과 정말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잘해야 한다는 굳은 결심이 뒤범벅되어 늘 흥분 상태가 되기 일쑤다.

 

그 설렘과 흥분은 서비스를 기획하여 방법을 찾아내고 만들어가는 여정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그래야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기까지 온갖 우여곡절을 겪어도 이겨낼 수 있다. 고지가 저기 보이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목적지에 도착하니까.

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은
서비스 출시 이후 찾아온다
사실 이때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며, 스타트업 1년 차까지는 깨닫지 못하는 진리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미친물고기를 기획하고 프로세스를 만들고 앱을 개발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더 힘들고 어려웠을 때는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였다. 당시에는 서비스만 열면 고객이 모일 것 같았고, 어떻게든 목표는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일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목표에 다가설 수 있을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그리지 못했고, 닥쳐올 어려움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실패 후에서야 되돌아보며 이런 교훈을 얻었다. 예측하고 준비했더라면 좀 더 버텼거나 신중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멀리 보기란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먼지로 태산 쌓기

2015년 8월 27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하는 '2015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저널리즘의 미래를 이끌어낼 혁신 도구로써 드론이나 로봇 저널리즘 등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를 조망하는 세션에 O2O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당시에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O2O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