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언젠가는
누구나 버킷 리스트에는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 가고 싶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곳, 그래서 '죽기 전에 언젠가는'이라는 단서를 붙여 미뤄두었던 곳, 큰맘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 버킷 리스트에 오른다. 물론 나에게도 있다. 한창 등산에 빠져 있을 때는 히말라야였고, 몹시 좌절하고 우울했을 땐 순례자의 길이라 알려진 스페인 산티아고였다.
창업 역시 버킷 리스트에 담긴 여행지를 향해 마침내 떠나는 일과 흡사하다. 그래서 창업 초기에는 정말 하고 싶었던 일, 하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던 일을 시작했다는 흥분과 정말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 잘해야 한다는 굳은 결심이 뒤범벅되어 늘 흥분 상태가 되기 일쑤다.
그 설렘과 흥분은 서비스를 기획하여 방법을 찾아내고 만들어가는 여정에 꼭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그래야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기까지 온갖 우여곡절을 겪어도 이겨낼 수 있다. 고지가 저기 보이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면 목적지에 도착하니까.
하지만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은
서비스 출시 이후 찾아온다 사실 이때부터가 진정한 시작이며, 스타트업 1년 차까지는 깨닫지 못하는 진리이기도 하다. 나 역시도 미친물고기를 기획하고 프로세스를 만들고 앱을 개발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더 힘들고 어려웠을 때는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였다. 당시에는 서비스만 열면 고객이 모일 것 같았고, 어떻게든 목표는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일 뿐이었다. 어떻게 해야 목표에 다가설 수 있을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그리지 못했고, 닥쳐올 어려움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실패 후에서야 되돌아보며 이런 교훈을 얻었다. 예측하고 준비했더라면 좀 더 버텼거나 신중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멀리 보기란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먼지로 태산 쌓기
2015년 8월 27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하는 '2015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저널리즘의 미래를 이끌어낼 혁신 도구로써 드론이나 로봇 저널리즘 등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를 조망하는 세션에 O2O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당시에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O2O 서비스가 생겨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