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답이 있다

수산시장 O2O 서비스를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후부터는 노량진 수산시장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O2O 서비스는 말 그대로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경험 등을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장에 답이 있다고 믿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일제강점기 때 의주로에 있었던 '경성수산'이라는 수산물 도매 시장을 한국냉장이 1971년부터 관리 및 운영을 맡게 되면서 지금의 노량진동으로 이전했다. 그 이후 서울의 대표적인 수산물 도소매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에 조성된 시장이다 보니 허허벌판에 임시 건물을 세워 운영하는 식이어서 낡고 냄새도 심했다. 여기저기 버려진 생선머리며 내장 등이 가림막도 없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서울이 발전하고 세상이 변하는 40년 동안 '재래식 시장'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에 서울 최대 규모의 수산물 거래 시장임에도 고객 친화적이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노량진 수산시장은 2010년부터 현대화 작업을 시작했다. 신축 건물을 세워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고 다양한 공간을 조성해서 수산테마파크를 만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새 건물은 2016년 3월 완공되었으나 상인들의 반발로 한동안 입자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 관련 기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왜 3년째 싸우나 (아시아경제, 2018.6.12)

노량진 수산시장의 현대화에 발맞추다

외람된 생각일지 모르지만, 나의 O2O 서비스도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의 일환이었다. 새 건물이 하드웨어의 업그레이드라면 O2O 같은 서비스의 확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이었다. 하드웨어의 성능과 잠재력을 이끌어내려면 소프트웨어 없이는 불가능하다. 소프트웨어, 서비스의 불모지인 노량진 수산시장에 제대로 된 상품과 고객 서비스를 만들어서 수산물에 대한 가치를 높이면 고객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작 앱 하나 만드는 일에 마치 나라를 구하는 마냥 비장한 마음을 품었던 과거의 각오는 민망한 일이다. 하지만 경험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창업은 마치 사랑에 빠지는 일과 같다. 콩깍지가 씐 사람처럼 세상이 마냥 좋아 보이고 달라 보인다. 내가 하려는 일에는 '세상을 바꾸는 가치'가 있고, 이렇게 기가 막힌 아이템을 생각해낸 자신이 자랑스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