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화된 세계와 변화의 시작

일본 모바일 게임회사에서 모바일 게임 마케터로 일하던 저는 본사의 소개로 우연히 미국 모바일 광고 스타트업과 일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는 글로벌 SNS 플랫폼을 지향하며 미국, 유럽 등지에 지사를 설립하여 게임은 물론 글로벌 광고 사업 역시 적극적으로 확장했고 한국 광고 시장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국은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서 몇 개의 토종 애드 네트워크*와 리워드 앱이 모바일 광고 시장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초기 상황이었습니다. DSP(Demand Side Platform**)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한국에는 '기술 기반 플랫폼'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광고 산업에 발을 들였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미국에도 가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 편리한 광고 집행을 위해 다수의 광고 매체를 묶어 광고 전송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으로,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광고주와 퍼블리셔를 이어주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자체적으로 퍼블리셔를 확보하기도 하고, 다른 네트워크와 협력해 퍼블리셔 풀을 늘리기도 한다.

** 광고주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광고 구매를 돕는 플랫폼. 실시간(real-time bidding, RTB) 및 비실시간 인벤토리(광고 상품의 판매 단위 중 하나)로부터 광고를 구입해 최적화한다.

 

회사는 한국 시장에서 매출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몇 달 만에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한편 저는 미국 개발사가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 가진 높은 관심을 보고 무작정 에이전시를 설립했습니다. 언젠가 기술을 이용한 광고 플랫폼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중앙화된 세계와 변화의 시작

일본 모바일 게임회사에서 모바일 게임 마케터로 일하던 저는 본사의 소개로 우연히 미국 모바일 광고 스타트업과 일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당시 제가 다니던 회사는 글로벌 SNS 플랫폼을 지향하며 미국, 유럽 등지에 지사를 설립하여 게임은 물론 글로벌 광고 사업 역시 적극적으로 확장했고 한국 광고 시장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한국은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서 몇 개의 토종 애드 네트워크*와 리워드 앱이 모바일 광고 시장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초기 상황이었습니다. DSP(Demand Side Platform**)라는 말 자체가 생소할 정도로 한국에는 '기술 기반 플랫폼'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광고 산업에 발을 들였고,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미국에도 가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 편리한 광고 집행을 위해 다수의 광고 매체를 묶어 광고 전송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으로,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광고주와 퍼블리셔를 이어주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자체적으로 퍼블리셔를 확보하기도 하고, 다른 네트워크와 협력해 퍼블리셔 풀을 늘리기도 한다.

** 광고주 입장에서 가장 효율적인 광고 구매를 돕는 플랫폼. 실시간(real-time bidding, RTB) 및 비실시간 인벤토리(광고 상품의 판매 단위 중 하나)로부터 광고를 구입해 최적화한다.

 

회사는 한국 시장에서 매출이 안 나온다는 이유로 몇 달 만에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한편 저는 미국 개발사가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 가진 높은 관심을 보고 무작정 에이전시를 설립했습니다. 언젠가 기술을 이용한 광고 플랫폼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일을 저질러만 놓고 열심히 못한 걸까요? 그 사이 해외 광고주를 상대하는 에이전시가 늘어났고,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은 소수 퍼블리셔와 중국 업체로 재편되었습니다. 또한 해외 광고주들의 문의가 예전 같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차에 저와 비슷하게 해외 앱 광고주들의 국내 마케팅을 지원하는 해외 에이전시가 블록체인 ICO(Initial Coin Offering*) 마케팅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블록체인에 처음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초기 자금 조달을 위해 코인을 판매하는 것. 투자 자금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IPO(Initial Public Offering)에 비유한다.

 

한국에서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열풍으로 잘 알려진 기술이고, 저 역시 처음에는 비트코인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더리움 백서나 블록체인 관련 책, 해외 기사 등을 통해 알면 알수록 '우리가 그동안 살고 있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기술은 항상 그 자체보다 어떻게 쓰이는지가 중요하다는 전제 아래에서의 이야기입니다.

 

그 사이 블록체인 신봉자라도 된 걸까요? 2018년 3월 페이스북의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을 보면서 제 머릿속에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스캔들의 발단은 'This is Your Digital Life'라는 페이스북 앱이 정보 제공에 동의한 사용자 27만 명뿐 아니라 그 친구에 해당하는 약 5천만 명의 정보를 지난 미국 대선에 이용한 것인데요. 정보 제공에 동의한 사용자뿐만 아니라 그 친구들이 올린 포스트, 좋아요, 내용까지 알 수 있는 페이스북의 데이터 정책은 물론, 그렇게 얻은 정보를 사용자 동의 없이 다시 제3자인 정치 리서치 업체 캠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제공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물론 두 번째 부분은 페이스북의 직접적인 잘못은 아니지만, 사용자가 제공하는 막대한 정보를 가진 페이스북이 이를 다루는 데 있어 소홀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미국에서는 왓츠앱 공동 창업자인 브라이언 액턴,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이 동참한 #DeleteFacebook 운동이 일어났고, 페이스북은 며칠 만에 시가총액 수십조 원이 사라지는 사태를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 왓츠앱 공동 창업자 브라이언 액턴이 트위터에 남긴 메시지 ©Brian Acton/Twitter

 

다행히 페이스북 CEO 저커버그가 미 의회 청문회에서 사용자 정보관리에 있어 소홀함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함에 따라 사태는 진정된 듯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막대한 데이터를 쌓으면서 광고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자본수익률)가 가장 높아질지 누가 알았을까요?

 

어쩌면 우리는 페이스북을 비롯해 뉴스, 블로그, 동영상 등 많은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대가로 내 정보가 암묵적으로 이용되거나 광고에 노출된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프라이버시 데이터에 대한 권한은 모두 넘겨준 상황이고, 내 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조차 정확히 알 수 없으니까요.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업체는 수십억 명의 사용자와 그들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 세계 인터넷 광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마케터에게 상세 타기팅 옵션을 제공하는 한편, 스스로 광고 성과를 매기는 셀프 리포팅(self-reporting)을 통해 모든 광고 성과를 제어하면서도 사용자 정보 관리에는 허술한, 매우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껏 당연히 여겨온 이들의 중앙화된 서비스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를 핵심 가치로 하는 블록체인과는 정반대입니다. 블록체인 세상에서 페이스북과 같은 중개인의 존재는 희미합니다.

서비스의 주인은 우리이고,
내 데이터는 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스캔들이 터졌을 때 블록체인 기반 SNS로 유명한 스팀잇(Steemit) 같은 서비스가 재빠르게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저격수'를 칭하는 PR 기사에 열을 올린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가상화폐의 신뢰성을 떠받치는 블록체인은 이제 사람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거래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며 혁신적인 인터넷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금융을 넘어 소셜 미디어, 게임,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 시도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기존 서비스의 변화를 위한 파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이 광고 시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한국의 온라인 광고 시장은 네이버라는 포털이 제공하는 검색과 배너 광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대신, 구글의 애드센스(AdSense)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모바일 광고 집행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이라는 두 글로벌 업체의 존재감이 커지는 가운데 시장 자체는 물론 프로드(fraud), 즉 부정 광고까지 글로벌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모바일 광고 시장은 리워드를 거쳐 애드 네트워크, DSP, SSP(Supply Side Platform) 등 프로그래매틱 바잉(programmatic buying)*으로 발전하는가 싶더니 역시 어필리에이트(affiliate)**라는 장벽에 걸려 실제로 어디에 광고가 나오고 얼마나 많은 중개인이 존재하는지 모르는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이는 해외 온라인이나 모바일 광고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 전화나 이메일 등을 이용한 광고 구좌 구매가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자동 구매 방식. 실시간 입찰 및 비실시간 입찰 방식을 통한 구매를 모두 포함한다.

** 제휴 네트워크를 말하는 것으로, 한 매체가 다른 매체에 광고를 리브로커링(re-brokering)함에 따라 실제 광고가 어디에 나타나는지 알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부정 광고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 광고 시장은 구글과 페이스북이라는 양강 체제, 온라인이든 모바일이든 실체를 알 수 없는 중개인들과 부정 광고로 인한 비효율성, 무료라는 이유로 제대로 신경 쓰지 않는 사용자 데이터와 프라이버시 등 큰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과연 블록체인은
현재 인터넷 광고 시장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요?
모든 광고 노출(impression)의 기록을 시도하는 광고 회계 장부에서부터 온라인 광고 직거래 마켓, 사용자가 자신의 관심사를 직접 설정하고 광고를 본 대가를 보상받는 브라우저, 자신의 일상을 올리고 원하는 광고에 참여함으로써 사용자가 보상받는 소셜 네트워크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광고 프로젝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접목한 광고 프로젝트 사례들(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Indahash, Mithril, MetaX, BAT)

이들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광고 시장이 가진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존 인터넷 광고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앞으로 나올 광고 프로젝트도 이들의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저커버그 역시 자신들의 서비스와 역방향이지만, 사람들에게 권리를 되찾아주고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기술로 블록체인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블록체인을 활용해 가짜 뉴스를 잡아낸다거나, 혹은 사용자 데이터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거나 데이터를 사용하는 대가를 사용자에게도 보상하는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탈바꿈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커버그는 블록체인의 장단점을 연구해 페이스북을 '고치겠다(fix)'라고 밝혔습니다.*

 

참여와 공유를 표방하는 웹 2.0과 소셜 미디어가 등장했을 때 우리는 스스로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습니다. 한편 그 변화가 우리 생활은 물론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이렇게 깊숙이 영향을 미칠지 알았을까요? 블록체인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우리는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로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전 블록체인 전문가도 아니고 개발자도 아닙니다. 하지만 마케터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를 이해하는 일보다 그 기술로 인한 가치 변화와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역량일 것입니다.

 

본 리포트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이란 무엇이고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해외 블록체인 기반 광고 프로젝트들을 분석해 봄으로써 앞으로 인터넷 광고 시장에 일어날 변화와 기회들을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