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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전 세계가 모이는 곳

전 세계가 모이는 곳

오로빌에 모이는 전 세계 남녀노소

오로빌에는 54개국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통계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더한다면 더 많은 인구가 오로빌에 거주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로빌에서 50명이 모이면 그중 최소 한 명은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식사를 하거나 일을 할 때, 워크숍에 참여하거나 길을 걷고 영화를 보러 갈 때 등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항상 함께 있음을 인지할 수 있습니다.

* 2018년 1월 인구조사에 따르면, 오로빌 인구 구성은 성인 2,127명, 어린이 687명입니다.

 

2018년 2월 28일 오로빌은 50살 생일을 맞습니다. 50년은 긴 시간입니다. 하지만 오로빌에서 태어난 사람들보다 스스로 오로빌로 찾아온 인구가 아직은 훨씬 더 많습니다.

 

오로빌에는 전 세계의 공동체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장기 체류하는 사람도 있고, 방랑자 생활을 하다 오로빌에 정착하게 된 사람도 있습니다. 망설임 없이 오로빌에 와서 바로 정착을 결정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로빌리언Aurovilian이 되었지만 계속 오로빌 안과 밖을 왔다 갔다 하는 사람도 있고, 오로빌리언이 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볼런티어로 몇 년씩 머무는 사람도 있습니다.*

* 오로빌리언이 되기 위한 절차를 거친 사람만이 '오로빌리언'이 됩니다. 뉴커머newcomer와 볼런티어volunteer는 '한 번 살아본다, 경험해 본다' 정도로 머무는 사람들, 오로빌리언은 그냥 볼런티어가 아니라 오로빌에 거주하는 주민을 지칭합니다.

 

그중 한 예로 이탈리아인 J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그는 제가 오로빌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아온 사람입니다. J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14살 무렵, 100유로를 들고 프랑스로 갔습니다. 아버지가 소개해 준 아버지의 친구를 만나러 갔지만 그는 J를 돌보아 주지 않았습니다. J는 돈을 뺏긴 채 그 집을 나왔습니다. 수중에 남은 돈은 유로뿐이었습니다.

 

J는 프랑스어를 할 줄 몰랐고, 졸지에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J는 생각했습니다. 어딜 가나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있으니 그곳에 가면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J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라면 무작정 문을 두드려, 먹이고 재워주면 청소라도 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J를 받아주겠다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청소를 하며 숙식을 해결했습니다.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아온 J ©김지수J는 청소뿐만 아니라 웨이터 일을 병행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웨이터로 일하며 손님의 대화를 엿듣다, 중계무역을 시작합니다. 돈이 많은 수집가가 J에게 물건을 부탁하면 구해다 주었지요. 점점 J는 무역업계에서 꽤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었고 파트너와 함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럽의 작은 도시들, 중국의 장인들까지 인맥을 넓혔습니다. J는 전 세계 다양한 나라들을 깊고 넓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국가차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초청받아 러시아 장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문가 자격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J는 인도와 인도의 종교에 관심을 가지고 힌두교와 도교를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요가를 접하게 됩니다. 그는 인도의 요가학교에서 만난 친구와 함께 공부하다 스리 오로빈도와 마더*에 관해 알게 되었지요. J는 마더와 스리 오로빈도가 해온 일과 그들의 철학, 오로빌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10년 후, 오로빌에 왔습니다. J는 오로빌과 잘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J는 자신이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더의 본명은 미라 알파사Mira alfassa입니다. 마더의 정신적 협력자, 인도의 철학자이자 많은 사람들의 정신적 구루였던 스리 오로빈도는 투옥생활 중 인도의 식민지 상황과 자신의 상황을 보며 진정한 자유란 무엇일까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인도 독립 후, 완벽한 사회를 바라며 다섯 가지 꿈Five Dreams 을 제시합니다. 이는 오로빌을 설립하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1930년대 초, 마더와 오로빈도는 오로빌 공동체를 구상합니다. 그리고 1968년 2월 28일, 오로빌은 공동체의 시작을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선언합니다.

그는 오로빌 생활이
자신을 항상
깨어있게 한다고 말합니다

J는 중국에서 쿵후와 태극권을 익히고 일본에서 주짓수를 배워 현재 오로빌에서 무술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또한 이탈리아 잡지사에 전 세계의 식재료와 음식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오로빌에서 창업가들을 위한 인큐베이터 관련 일도 합니다. J는 항상 웃으며 허그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그는 가만히 있어도 매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젊음을 보낸 분들의 이야기

저는 사람들이 왜 오로빌을 오게 되었을까 궁금했습니다. 특히 오로빌에서 40년 가까이 거주하는 유럽의 복지국가 출신 오로빌리언을 만나면 항상 왜 오셨나, 얼마나 계셨냐, 왜 계속 오로빌에 사시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이 분들의 대답에서 제 삶에 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왜 모든 것을 다 놔두고 젊은 날 오로빌에 와서 오랜 시간, 그리고 남은 일생을 보내는지 신기하고 궁금했습니다.

 

제가 찾던 답은 얻을 수 없었지만, 대신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대답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오로빌에 왔을 때, 오로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들의 가슴을 뛰게 했고, 신나게 살다 보니 시간이 흘러 이미 오로빌은 고향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고향의 사전적 의미에는 태어나서 자란 곳 이외에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Bamboo Centre의 월터 할아버지  ©김지수 본국에 있었더라면 이미 은퇴했을 나이지만, 그들은 아직도 다른 봉사자들과 함께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각자 좋아하는 일들을 재미나게 합니다. 대나무를 깎아 반지를 만들어 주며, 배우고 싶다면 언제든 가르쳐주겠다 친절을 베풀고, 본인이 지은 집에 초대해 따뜻한 핫초코와 쿠키를 건네주며 집의 구석구석을 소개해줍니다. 그들은 자신이 일하는 커뮤니티의 이슈에 대해 의견을 묻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합니다.사람들이 꿈꾸는 미래,
동화 같은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오로빌은 이미 완성된 유토피아가 아닙니다. 오로빌에도 여러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사람들은 오로빌에서 오랫동안 지낼수록 본국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집니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금전 문제입니다.

 

오로빌의 모든 사람은 똑같은 액수의 돈을 받습니다. 오로빌에서는 그 돈을 급여salary라고 하지 않고 유지비maintenance라고 부릅니다. 오로빌에서는 봉사자의 유형을 오로빌리언, 뉴커머, 볼런티어,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오로빌에 와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볼런티어입니다. 뉴커머는 오로빌리언이 되기 전 단계입니다.

 

오로빌리언이 되기 전에 오로빌리언으로 살며 정말 본인에게 이 커뮤니티가 맞는지, 이러한 생활이 괜찮은지 2년 동안 실험해보는 기간을 가집니다. 그 후, 몇 가지 절차를 더 거쳐 오로빌리언이 됩니다. 뉴커머까지는 기본소득인 유지비를 보장받지 못하지만, 오로빌리언이 되어 일을 하면 유지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유지비는 최적의 생활을 보장하는 만큼의 액수가 아니라 오로빌 내에서 기본 생활만이 가능한 금액입니다. 연차가 높은 사람이 더 많은 금액을 받지도 않고 오래 일했다고 거액의 퇴직금을 주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돈을 모을 수 없습니다.

오로빌에서는 기본소득 개념인 유지비를 받습니다. 근무하는 유닛unit에 신청하면 유지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넉넉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는 일을 하지만 유지비를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닛에 속해있지 않아도 자신이 오로빌 내에서 일 4~8시간 지속적인 활동하고 있음을 증명하면 유지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로빌 물가는 주변 인도 도시들에 비해 비싼 편입니다. 그럼에도 인도 평균임금을 웃도는 금액으로 오로빌 내 생활이 가능합니다. 오로빌에는 오로빌리언, 볼런티어, 관광객 이렇게 3가지 가격 지불체계가 있는데요. 가격표에 표시된 가격은 관광객에게 받는 금액입니다. 오로빌리언은 이른바 관광객 가격의 40~60% 정도를 내면 됩니다. 볼런티어는 볼런티 카드를 보여주면 20% 할인해 줍니다.

오로빌리언이 받는 비자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까지 연장 가능합니다. 비자가 만료되면 본국에 돌아가서 비자를 다시 받아와야 하는데, 왕복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어서 본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그래서 오로빌리언이 되려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비행기표만큼의 돈을 보증금으로 내야 합니다.

 

오로빌 재정상태가 모든 오로빌리언의 비자 연장 시기마다 비용을 지원할 만큼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데다, 오로빌이 불법체류자들이 머무는 곳이 된다면 인도가 아무리 오로빌을 적극적으로 지지해도 사회적으로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돌아가서 다시 직장을 구하기엔 이미 나이가 들었다는 현실입니다. 본국에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 집을 구하기도 어렵고 복지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척이나 가족에게 신세를 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오로빌 내에서 경제적으로 크게 불편할 일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의식주, 교육비 이 외에는 지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기본생활을 위한 비용은 유지비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또한 유지비에 포함된 오로빌의 의료보험은 어떤 질병이든 대부분 다 지원해 줍니다.

아름다운 꽃송이 ©김지수오로빌에서는 화려한 보석, 비싸고 좋은 옷, 가방 등 사치품을 착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흙냄새와 풀냄새, 이슬 냄새, 바람 냄새가 자연스러운 곳입니다. 더운 날 땀을 흘리는 건 당연합니다. 땅을 밟고 싶어서 일부러 맨발로 다니기도 하고, 옷을 간단히 입어도 괜찮습니다. 맨 얼굴로 다녀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람 본래의 모습을 가장 자연스럽게 여기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금전과 현실적인 문제를 넘어, 오로빌에서 자연스러운 내 모습 그대로 있을 수 있음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선택으로 오로빌에 남아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로빌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분들이 오로빌에서 해온 일과 삶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거창한 표현을 곁들이지 않아도, 그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 이 곳 삶의 방식이 참 괜찮다고 여길 수 있었습니다. 사막이 숲이 되도록 나무를 심고, 마을 중앙에 영롱한 크리스털이 있는 황금빛 사원을 지은 노력이 대단해서가 아닙니다. 매일을 가꾸어 가는 그들의 일상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로빌로 찾아오는 세계 청년들

전 세계의 청년들이 오로빌로 인턴십 경험을 하러 옵니다. 개인이 아무런 연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지만 오로빌은 여러 나라의 교육기관과 협정을 맺고 오로빌에 오는 청년들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제협력 개발부는 Weltwaerts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독일의 젊은이들을 전 세계로 보내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매년 10명 내외의 독일 청년들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혹은 그 이상 오로빌에서 볼런티어로 지냅니다. 이 프로그램은 오로빌에 오는 청년들이 오로빌에서 마음껏 경험하고 시도해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Bamboo workshop에 참가한 청년들  ©김지수

프로그램 매니저는 선발된 학생들이 오로빌에 도착하기 전에 미리 집을 알아봅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각자의 관심사에 맞는 유닛*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학생들이 도착하면 초기 정착에 필요한 도움을 받습니다. 오로빌에서 지내는 기간 동안, 생활비와 집세 보조금은 프로그램이 지원하고, 오로빌리언들은 멘토가 되어 학생들을 지원해줍니다.

* 오로빌 내에 프로젝트가 이루어지는 회사와 기관

 

이런 혜택을 받는 학생들은 프로그램 기간 중 최소 1회 이상 글을 써 프로그램 웹페이지에 올려야 합니다. 월 1회 정기모임도 참여해야 합니다. 정기모임은 볼런티어와 오로빌리언이 함께 만나 저녁을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는 자리입니다. 물론 몸이 아프다거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빠질 수 있지만 다들 최대한 참여하려고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으로 온 독일 학생들은 같이 온 친구들과 솔라키친Solar Kitchen*에서 밥을 항상 같이 먹었습니다. 저는 가끔 그들과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독일인 친구들은 밥을 엄청 많이 먹었는데, 그래서 뷔페식인 솔라키친을 아주 좋아했습니다. 밥을 먹으며 같이 여행 계획도 세우고 서로의 프로젝트를 주제로 토론하기도 합니다.

* 마더가 맨 처음 구상한 공동식당입니다. 태양열로 조리를 합니다. 100% 채식 식단이며 뷔페식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갭이어를 보내기 위해 왔습니다. 그들은 오로빌 생활이 만족스럽고,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분명히 다시 올 수 있지만, 다른 경험도 해보고 싶다는 의견이 대체로 많았습니다. 그들은 오로빌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토론했습니다. 그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경험을 넓혀나가는 과정, 그리고 비슷한 문화배경을 공유하는 또래와 토론하는 분위기 등이 부러웠습니다.

 

제가 오로빌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한국인을 만나 실제로 대화를 해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인도에서는 K-pop이 큰 이슈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 문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친구도 있었습니다.오로빌 친구들 ©김지수한국을 잘 모르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땐, 각자 살던 환경과 오로빌을 비교하는 대화를 주로 나눕니다. 한국 고등학생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인도에서는 대학생도 교복 입는다,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았지요. 하지만 자라난 환경이 다르다 보니 공감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건강한 토론이 가능할는지 확신할 순 없지만,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는 또래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오로빌은 독일의 Weltwaerts 이외에도 미국, 프랑스, 벨기에, 노르웨이의 대학과도 교육협정을 맺고 지속적으로 세계 곳곳의 청년 볼런티어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로빌을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생계유지가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오로빌의 철학에 공감해 이 곳을 찾아온 청년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대다수의 유닛에서는 볼런티어와 뉴커머에게 유지비를 지불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일했던 오로빌 컨설팅Auroville Consulting은 인도 내 청년들이 오로빌에서 부담 없이 지내고, 세계 각국에서 온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볼런티어와 뉴커머에게 유지비를 지불했습니다.

 

저는 약 13,500루피(한화 약 23만 원)를 매달 받았습니다. 거기다 매달 900루피(약 15,000원)에 달하는 자원봉사 기부금을 받았고, 점심도 유닛에서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부족함 없이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 2015~16년 평균, 1루피 당 17원

 

봉사자에게 유지비를 지불하는 유닛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오로빌의 월세는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습니다. 가장 기본인 의식주 조차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편히 지낼 수 있는 집이 없고, 현금 없이 생활할 수 없는 오로빌에서 수입이 없는 청년은 아무리 오로빌을 아끼고 좋아하더라도 미래를 꿈꾸지 못할 겁니다.

 

실제로 몇몇 인도 청년들의 경우, 의식 있는 부모 혹은 스리 오로빈도의 광팬인 부모의 등쌀에 밀려 억지로 오로빌에 오기도 합니다. 일하지 않고, 오로빌리언과 어울리지 않으며, 단순 여행자인 히피 청년들과 대마초와 음주만 즐기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오는 청년들의 숫자는 늘고 있지만 오로빌에서 태어나고 자란 청년의 수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많은 오로빌리언 자녀들이 오로빌에서 자립하지 못하고 떠나고 있습니다. 여러 오로빌리언의 자녀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폰디체리로 갑니다. 좀 더 여유가 있는 집은 프랑스 교육기관인 리세Lycee에 보내기도 합니다. 실제 오로빌에는 폰디체리에 있는 리세와 오로빌을 왕복하는 셔틀버스도 있습니다.

* 관련 자료: 오로빌의 2010-2014년 인구 구성 추이 (위키피디아, 2014.12.1)

 

오로빌에는 대학 교육 기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오로빌의 유닛들은 전문가 인력을 요구합니다. 유닛에서는 전문 기술이나 지식을 필요로 하지만, 생판 모르는 초보를 데려다 교육시킬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수료하거나, 대학에 재학 중인 볼런티어를 오로빌 바깥에서 찾고 있습니다. 오로빌은 '오로빌 자체가 교육의 장이다'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도자기를 만드는 유닛에 지원했으나, 미술 관련 전공자만 받는다며 거절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어떤 오로빌리언 자녀들은 오로빌에서 목공예를 접했지만, 더 심도 있는 공부를 위해 프랑스 직업학교로 가야 했습니다. 과학에 흥미가 있는 친구는 대학을 가고 싶어도, 생활비와 학비를 걱정합니다. 학비를 일부 지원해주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 대학에서 공부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연구를 지속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로빌에서 나고 자란 아들 딸들이 지닌, 더 나은 교육을 향한 갈증을 오로빌이 어떻게 풀어 나갈지 기대됩니다.

#2 전 세계가 모이는 곳 마침.

독자 리뷰

현재까지 184명이 읽은 콘텐츠입니다

  • 박**

    저 또한 제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채 여러가지 고민만 떠 앉고 있습니다. 검정고시 응시 후 대학에 갈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연한 고민이 계속되는 가운데 단순히 외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호기심 하나로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중입니다.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생활방식이 있는지, 얼마나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지. 막연히 안다고만 생각했는데 글을 읽어보니 정말 제 생각이 미치지 못한 범위로 세상이 다양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혹 나중에 세계여행을 계획 할 일이 있거나 아니면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을 때 오로빌 이라는 도시를 떠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호기심에 정독하게 되었지만, 아무렇지 않게 살아온 저에게는 지나친 환경주의자의 글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번에 있었던 쓰레기 대란으로 알지 못했던 쓰레기의 결말을 알게 되었는데 여기서 더욱 자세히 알게 되는 것 같네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서 한 번쯤 가르쳐 주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정**

    그렇게 내용이 무겁지 않아 시간될 때 편하게 읽기 좋았습니다. 읽는 내내 흥미롭고 가고싶다는 생각이 자꾸 일렁이네요. 무엇보다 마지막에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웠다는 것에 저 역시 생각이 많아지네요. 이 글을 통해 새로운 것을 접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짧게 나마 가지게 되어 좋았습니다.

오로빌의 집: 내가 만난 오로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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