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페스티벌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연사 한 명이 10분~15분 정도 발표하기 때문에 비록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지만 핵심과 개론에 대한 감은 잡을 수 있었다.

 

하루나 이틀에 몰려서 진행되는 대신 '오슬로 혁신 주간(Oslo Innovatino Week, OIW)'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며칠에 걸쳐 열리는 행사라 좀 더 다양한 주제에 기웃거릴 수 있었던 듯하다. 그럼에도 VR이나 AI, 헬스, 시니어를 위한 스마트 시티, 스타트업 피치, 애프터 파티 등 아예 취재하지 못한 주제도 많았다. 몸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나 셋이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OIW에서 또 하나 재미있는 장면은 깃발을 앞세우고 단체로 몰려다니는 중국 참가단이었다. 북유럽식 스마트 정부를 배우기 위해 대규모 참가단을 파견한 것이다. 한국의 참가단도 OIW에 갈 일이 있을까.

 

관 주도형 페스티벌의 한계도 있어 보인다. 은근히 빈 틈이 많아 기자들의 불만을 샀던 OIW의 홍보 담당자는 행사가 끝난 뒤 "네가 한국과 오슬로 이노베이션 위크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고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해가 바뀌고 그에게 또 메일이 왔다. 다른 회사 홍보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내용이었다. OIW와 간신히 연결된 끈은 또 이렇게 떨어지는 건가 싶어 약간 허무했다.

 

참가해보진 못했지만 PUBLY 리포트에서 맛본 '슬러시(SLUSH)' 같은 젊고 다이내믹한 행사처럼 에너지가 들끓는 느낌은 좀 부족했다. 다만 내가 본 것은 OIW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OIW 프레스 환영 만찬 중 ©Gorm K. Gaare/EUP-Berlin GbR기자들이 관심을 두는 건 아무래도 재미있는 '주제'다. 하지만 기업 관계자로 이곳에 참가한 이들은 네트워킹에 더 집중했을 것이다. 또 투자를 받거나 창업을 하려는 스타트업들은 피치에 온 힘을 기울였을 듯하다. 행사 후기 설문 결과를 보니 참가자 열에 여덟은 2018년 OIW에 다시 참가할 의향이 있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OIW에서 돌아온 뒤 한동안 멍한 느낌이었다. 테크 페스티벌에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단어가 '신뢰'라는 게 나로서는 충격적인 경험이어서였다. 여성과 남성이 동수로 할당된 그 기계적 균형감도 쇼크였다.

걸 테크 페스티벌 ©Gorm K. Gaare/EUP-Berlin GbR한국은 저신뢰 사회에다, 교육 수준을 제외하곤 남녀 격차가 크기로 유명한 나라다. 특히나 언론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지다 못해 지하로 뚫고 들어가다시피 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