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주 커다란 행성의
아주 작은 노예들

심보선 시인의 글귀입니다. 우리 모습이 딱 이렇습니다. 온갖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노예처럼 그 정보를 옮기고 만들어 냅니다. 보고, 듣고, 읽는 정보는 많은데 그 정보가 진짜 중요한지, 또 사실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누가 좋다고 하면 클릭, 도움될 것 같으면 저장도 해두고, 가끔은 실시간 검색어를 이리저리 누르며 관련 뉴스를 읽습니다.

 

우리는 하루 몇 시간이나 이런 방식으로 정보를 습득할까요? 2017년 기준 한국인의 하루 인터넷 사용량은 평균 4시간 14분이라는 조사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1분에 300글자 정도를 읽는다고 가정하면, 매일 장편 소설 절반 정도를 읽는 시간입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사용량을 합치면, 1년에 대략 1,700시간을 디지털 세상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날마다 영화 두 편 볼 시간을 인터넷에서 보내는 동안, 정보는 쉴 새 없이 우리 일상에 스며듭니다.

 

이런 시대에 제가 잠시 언론사에서 일하며 목격했던 건, 우리가 모두 너무 많은 정보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구조입니다. 페이스북 알림은 습격처럼 아무 때나 튀어나오고, 며칠 묵혀둔 메일함에선 온갖 정보성 메일이 북적거립니다. 선거철만 되면 어디선가 출처 없는 소문이 카카오톡으로 배달되고, 최근에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웬 미군들이 친구 신청을 해대기도 합니다.

 

뉴스는 또 어떤가요? TV나 신문 모두 온갖 기사를 쏟아내지만 사실 시간을 들여 읽을 만큼 의미 있는 정보는 찾기 어렵습니다. 물론, 의미 있는 정보인데도 친절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각 미디어의 책임도 있겠지요. 뉴스에서 정보를 찾는 것보다는 인터넷이 훨씬 빠르고 편리하긴 한데 정작 인터넷으로 아이가 아플 때 무슨 증상인지 찾아보는 일은 쉽지가 않습니다. 곳곳에 잘못된 정보와 지식이 복병처럼 숨어 있기 때문이죠. 미디어에 둘러싸인 우리가 마주한 위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