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와 커뮤니케이션: 체육 수업에 등장한 휴대폰

저는 핀란드에서 미디어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초등학교에서 일종의 교생실습(practical training)을 하고 있습니다. 교장의 제안으로, 체육 교사이자 4학년 담임인 엘리사와 함께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체육 수업을 영상 자료로 만드는 프로젝트로 학생들이 거꾸로 교실(flipped learning)*처럼 미리 수업 내용을 볼 수 있게 하고, 다른 교사들과 수업 내용을 공유하기 위함입니다. 하루는 엘리사가 저에게 이야기했습니다.

* 혼합형 학습의 한 형태.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수업에서 학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강의보다는 학생과의 상호작용에 수업시간을 더 할애하는 교수학습 방식이다.

원석! 다음 주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 수업에는 휴대폰을 사용할 거야.

오리엔티어링이면 지도 들고 정해진 지점 돌면서 완주하는 게임 아냐?

맞아. 우리도 그렇게 할 건데, 올해는 아이들이 장소를 제대로 찾아갔는지 기록하게 하려고 해.
좋은 생각이네, 엘리사! 그러면 누가 엉뚱한 곳 다녀왔는지 바로 알 수 있겠네.

핀란드에서 오리엔티어링은 가을마다 빠지지 않는 활동입니다. 한국 학교에서 보통 가을 소풍을 가는 시기에, 핀란드 아이들은 학교 인근이나 숲으로 야외 수업을 갑니다. 교사는 학생이 참고할 수 있는 지도에 방문 지점을 표시해 나눠주고, 아이들은 둘씩 짝을 지어 지점을 찾아다닙니다. 제가 함께한 학생들은 이날 자전거를 타고 오리엔티어링에 참여했습니다. 엘리사는 여기에 과제 하나를 더 추가해서, 학생들이 정확한 지점 앞에 가서 기념사진 찍듯이 기록을 남기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