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서 컨설턴트로, 그리고 다시 의사로

오전엔 병원장으로 오후엔 스타트업 자문가로.

 

직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다. 평생 직업의 개념도 사라질 거라고들 한다. 김치원 서울와이즈재활요양병원 원장은 그런 시대를 앞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과감한 진로 변경과 거듭되는 도전을 통해 그는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김 원장은 내과 전문의다. 서울대병원 내과 레지던트 수료 뒤 2008년부터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서 2년 가까이 컨설턴트로 일했다. 삼성서울병원의 기획 담당 교수를 거쳐 2012년부터 경기도 의왕에서 노인 전문 재활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짬짬이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들도 돕는다.

컨설팅 회사에서의 경험으로 배운 것

하선영(이하 생략): 의대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는 게 흔한 커리어는 아니죠. 과감하게 진로를 변경한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김치원(이하 생략):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심하다 내린 결정입니다. 서울대병원 내과를 마치면 보통은 코스가 정해져 있어요. 의과대학의 교수가 돼서 연구와 교육, 진료를 동시에 하는 겁니다.

 

저는 환자를 보는 것도, 가르치는 것도 적성에 맞았어요. 그런데 요즘 교수는 연구 실적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저는 그 논문을 쓰는 작업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실용적인 일을 하고 싶었죠. 제 관심사가 다양했던 것도 아마 진로 선택의 배경 중 하나일 겁니다. 친구들이 의학 서적에 파묻혀 있을 때 저는 경제·경영·사회과학 책들을 많이 읽었어요. 그게 더 재미있었어요.

 

컨설팅 회사에서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게 있다면요? 그리고 컨설턴트는 왜 그만두었나요.

컨설팅 회사에서 배운 건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터무니없는 문제도, 논리적으로 쪼개면 결국은 해결 방법을 얻어낼 수 있구나, 하는 겁니다. 컨설팅 회사들이 늘 얘기하는, 문제 해결 능력이죠. 지금은 소소하지만 제 병원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어떻게 올릴지, 환자를 늘리려면 어떤 전략을 짜야할지 등을 고민하는 데 활용합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기획 담당 교수로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컨설팅 회사를 다닐 때에는 고민이 적지 않았어요. 의학과 컨설팅 업무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이 극단적으로 다릅니다. 의학은 굉장히 귀납적인 학문이에요. 환자 개개인에게 발생한 질병을 모두 관찰하고 그 사례를 축적해 나온 지식이죠. 컨설팅은 반대예요. 짧은 시간에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연역적으로 접근합니다. 시작하기 전에 가설을 갖고, 그게 틀렸다는 증거가 없으면 맞다는 결론이 나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