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닮은 기업의 오피스
대표들이 원하는 오피스는 꽤 단순하다. 돈을 과하게 쓰지 않으면서 멋있는 오피스. 돈 써 가며 멋지게 만드는 건 쉬운 거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설계사는 건축상을 타거나,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포트폴리오가 될 오피스를 만들고 싶어한다. 시공사는 가능한 한 저렴하고 빠르게 만들어 떠나고 싶어한다. 일을 진행하는 실무자는 되도록 일을 줄이고 싶어한다.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말자
자주 바꾸지 않아야
일정도 비용도 낮출 수 있으니까
직원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한다. 스탭이 일하는 모습을 한눈에 보고 싶은 관리자, 어떻게든 내 공간을 확보하고 싶은 직원, 헬스장 이야기도 어디를 가나 꼭 나온다. 요새는 책을 공간에 넣는 게 유행이다. 하지만 정작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뭘까.
오피스를 다니다 보니,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 투자하고 싶은 회사, 스카우트 하고 싶은 회사가 다 다르다. 분위기가 좋은 곳이라, 성장할 여지가 있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 곳이라, 그 이유도 각각 다르다.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 다르고, 직원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다르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다르다. 이처럼 같은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그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정확히 그 회사 직원들에게서 나오는 인상과 겹쳤고,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도 회사 철학과 닿아 있었다.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하나의 기업은 하나의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그 사람의 철학, 그 사람의 스타일, 그 사람의 마음새, 그사람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자주 하는 실수, 일을 수습하는 방식, 일을 처리하는 품새, 상대방을 대하는 품위까지 말이다.
물론 단 몇 시간동안 오피스를 답사하며 든 생각일 뿐이다. 오피스에 갔던 그 때, 평소와 다른 일이 일어났을 수도 있고, 누군가 실수했을 수도, 또 고쳐지기 직전일 수도 있다. 그러니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 우리가 추구하는 것
다녀온 기업들의 시가 총액을 전부 합쳐보면, 몇 나라의 GDP(국가총생산) 합산액보다 높을 수 있다. 그 정도로 엄청난 회사들이다. 어찌 보면 저렇게 돈 잘 버는 기업이니까 할 수 있겠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을 돌아보며 깨달은 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생각의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