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새겨진 스포츠 신전
나이키(Nike)에 얽힌 몇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중 손꼽히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다. 그의 에세이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중 '궁극의 조깅 코스'에는 나이키 본사에 간 이야기가 나온다. 나이키 직원들만 달릴 수 있다는 완벽한 조깅 트랙 이야기를 듣고, 달리기 마니아인 하루키는 겨우 뛸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그는 뉴발란스 옷과 신발을….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읽어 보길 바란다.

요즘 핫한 도시인 포틀랜드에 나이키 본사가 있다는 건 의외다. 포틀랜드는 꽤 한산하기도 하고 자연경관이 좋기로 유명한 도시이긴 하지만, 왠지 나이키는 뉴욕이나 좀 더 지정학적으로 스포츠가 유명한 동네에 있을 것 같다. 정확히는 '비버튼(Beaverton)'이라는 포틀랜드에서 30~40분 떨어진 외곽에 있다. 이곳에서 나이키가 시작되었다. 이름도 거창하다. 나이키 월드 헤드쿼터. 나이키 역사가 담긴 신전이고, 신들의 전설이 새겨진 비석 같다. 여전히 전 세계에서 전설을 만들고, 또 전설이 된 스포츠 선수들이 편안하게 찾아오는 집 같은 곳이기도 하다.

나이키에서 만난 사람들의 공통점은 '운동 잘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운동선수 출신을 많이 고용한다고 한다. 특히 국가대표 출신들이 많다. 그 자리까지 가기 위한 노력, 열정, 인내심이 한 분야에서 이미 정점을 찍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까무잡잡하게 타고 땀을 흘려 피부가 살짝 반짝이는, 어마어마한 근육질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군살 없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사람을 뽑을 때 체력장이라도 하는 걸까 싶었지만 당연히 그런 것은 없다고 한다. 무엇보다 건강한 눈빛을 하고 있다.

도시에서 꽤 떨어져 있다 보니 땅값도 저렴해서 건물도 시원시원하게 지어져 있다. 열몇 개 되는 건물이 듬성듬성 세워져 있고 중앙에는 꽤 커다란 호수가 있다. 무슨 대학교도 아닌데 회사에 호수가 있다. 호수 주변에는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는 철새들이 보인다.

스포츠를 향한 위대한 유산
입구 초입에는 기념관이 있다. 그곳에는 나이키의 시대별 주요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장 최근에 출시한 주요 제품들은 중앙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내가 갔을 때 메인은 양말처럼 보이는 제품이었다. 운동화는 보통 합성 피혁을 잘라 붙이듯 만드는데, 나이키는 요즘 신소재 실로 직조하듯 만든다. 그래서 더 가볍고 탄력이 좋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