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 웡카의 스타벅스 버전

사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Starbucks Reserve Roastery and Tasting Room)을 본 리포트에서 다뤄도 될지 고민했다. 시애틀에 가면 모름지기 파이크(Pike) 스트리트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을 찾아가야 하지만 내 관심사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이곳이었다. 이곳은 디즈니랜드의 카페 버전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한편 카페 매장도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직장이자 오피스일 것이기에 우겨보자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  

한적한 시애틀 파이크 스트리트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 룸 외관 ©이은재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스타벅스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은퇴했다가 회사가 기울자 다시 돌아와 시작한 가장 큰 프로젝트가 바로 '리저브 로스터리'였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회사 전반의 경영을 책임지기보다는 리저브 로스터리를 어떻게 전 세계로 확장할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스타벅스는 이 공간을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 관련 기사: 슐츠 CEO 사임… 스타벅스, 고급커피 주력한다 (한국일보, 2016.12.02)

 

처음 스타벅스 매장이 수십, 수백 개로 늘어날 때만 해도 브랜드 계층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스타벅스는 매력적인 곳이었고, 사람들은 커피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문화를 소비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처음 스타벅스에서 마신 프라푸치노는 솔직히 문화 충격이었다. 그때는 서울에 매장이 딱 2개였다. 이화여대 앞과 대학로. 그런데 지금은 대한민국 서울만 해도 스타벅스 매장이 435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자신의 모습이 멋지다고 느끼지 않는다. 여기서 스타벅스의 고민이 시작된다. 

스타벅스 특유의 따뜻한 공간 분위기가 있다. 커튼에 새겨진 패턴은 원두를 담는 바구니가 모티브다. ©이은재
원두 바구니 ©이은재

윌리 웡카의 스타벅스 버전

사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Starbucks Reserve Roastery and Tasting Room)을 본 리포트에서 다뤄도 될지 고민했다. 시애틀에 가면 모름지기 파이크(Pike) 스트리트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을 찾아가야 하지만 내 관심사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이곳이었다. 이곳은 디즈니랜드의 카페 버전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한편 카페 매장도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직장이자 오피스일 것이기에 우겨보자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  

한적한 시애틀 파이크 스트리트에 있는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 룸 외관 ©이은재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스타벅스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은퇴했다가 회사가 기울자 다시 돌아와 시작한 가장 큰 프로젝트가 바로 '리저브 로스터리'였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회사 전반의 경영을 책임지기보다는 리저브 로스터리를 어떻게 전 세계로 확장할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스타벅스는 이 공간을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 관련 기사: 슐츠 CEO 사임… 스타벅스, 고급커피 주력한다 (한국일보, 2016.12.02)

 

처음 스타벅스 매장이 수십, 수백 개로 늘어날 때만 해도 브랜드 계층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스타벅스는 매력적인 곳이었고, 사람들은 커피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문화를 소비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처음 스타벅스에서 마신 프라푸치노는 솔직히 문화 충격이었다. 그때는 서울에 매장이 딱 2개였다. 이화여대 앞과 대학로. 그런데 지금은 대한민국 서울만 해도 스타벅스 매장이 435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자신의 모습이 멋지다고 느끼지 않는다. 여기서 스타벅스의 고민이 시작된다. 

스타벅스 특유의 따뜻한 공간 분위기가 있다. 커튼에 새겨진 패턴은 원두를 담는 바구니가 모티브다. ©이은재
원두 바구니 ©이은재

스타벅스의 첫 번째 행보는 '리저브 스토어'다. 검은색 별이 붙은 스타벅스 리저브 스토어는 이제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더 고급스러워진 인테리어, 단일 원산지에서 극소량만 재배되는 원두, 핸드 드립과 세련된 굿즈 등 스타벅스가 더 멋져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워드 슐츠는 그걸로는 부족했던 거 같다. '더 엄청난 걸 만들자'는 그의 비전이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천재 발명가 윌리 웡카의 스타벅스 버전*을 탄생시켰다. 우리가 하는 모든 작업을, 손님들과 멋지게 공유해보자!라는 것. 바로 첫 번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이다. 

* 관련 기사: Starbucks wants to be the <Willy Wonka of coffee> (CNN, 2014.12.05)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북적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 ©이은재

어서 와, 이런 곳은 처음이지?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카페가 아니라 제품 판매대가 먼저 나타난다. ©이은재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제품 판매대와 만난다. 지금까지 사 모으던 다이어리는 잊어라. 스타벅스가 직접 만든 제품도 많고 스타벅스만큼 멋진 브랜드와 협업하여 만든 제품도 많다. 포틀랜드 그롤러(Portland Growler), 미르(MiiR)와 같은 로컬 브랜드거나 소규모, 개인에 가까운 스몰 배치(Small Batch)* 브랜드들과 주로 합작했다. 제품 진열은 미국의 고급 백화점인 노드스트롬에서 데려온 비주얼 머천다이저**가 맡았다. 

* 원래는 소량 생산한 버번 위스키를 가리키는 말로, 블로거 제이슨 콧키(Jason Kottke)가 오늘날의 가내수공업형 소량 생산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

** 브랜드 컨셉에 맞춰 제품을 전시하는 등 매장 전체를 꾸미는 직종이다.

제품의 질과 양이 훌륭하다. ©이은재
포틀랜드 그롤러와도 합작했다. ©이은재
심지어 자전거도 콜라보레이션으로 만들었다. ©이은재

그중 단연 돋보이는 아이템은 하드밀(HardMill)이라는 두 남자의 가죽 공방에서 만든 앞치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의 전 직원은 이 가죽 앞치마를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선 화장실에 가는 직원의 것을 뺏고 싶을 정도였다. 뭐 팔고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아마 보통의 회사라면 이 앞치마에 스타벅스를 새겼겠지만, 이 앞치마에는 보란 듯이 하드밀의 로고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직원들은 '이것 봐, 하드밀하고 작업했어!'라고 엄청 자랑한다. 

직원들이 입고 있는 멋진 가죽 앞치마는 시애틀의 가죽 공방에서 만들었다. ©이은재

커피 메뉴를 보면 더 놀랍다. 일단 세 가지 종류의 드립 커피 시음 프로그램이 있다. 위스키 오크통에 숙성한 원두로 만든 커피도 있는데 맥주를 오크통에 숙성한 것은 봤어도 커피를 이렇게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 커피는 제대로 된 각얼음과 함께 나온다. "여기까지 왔으니 평상시 먹던 거와 다른 걸 먹어야지. 이건 어때?"라고 메뉴가 이야기하고 있다. 

위스키 통에서 숙성시킨(Whiskey Barrel-Aged) 커피 ©이은재
베이커리 구성도 향상되었다. ©이은재

결국 사람이 만드는 완벽한 서비스

한국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들은 수많은 손님에게 빠르게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미친 듯이 에스프레소를 뽑아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의 바리스타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건다. 

어디서 왔니? 맛 어때? 별로면 다른 거 만들어줄까? 이게 최고야. 저것도 한번 마셔볼래? 나 일본어도 할 줄 안다…

매우 친절하고 세심하게 설명해 주는 바리스타 ©이은재
3가지 커피를 비교해 가며 시음할 수 있다. ©이은재

한남동 근처 괜찮은 바에 들어간 것보다 친절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각 매장의 에이스들로 선발하고, 추가로 서비스 교육과 매너 교육을 더 받는다고 한다. 힘들지 않겠냐고? 사진을 보시라. 업무에 찌든 사람의 표정인지, 일을 즐기는 사람의 표정인지.

인사하면 무척 반갑게 맞아 주는 바리스타 ©이은재

매장의 큰 축은 로스팅과 패키징이다. 이곳에는 2대의 로스팅 기계가 돌아가는데 한 대는 전 세계로 나가는 원두의 로스팅이고 다른 한 대는 이 매장에서 소진되는 원두의 로스팅이다. 구부러진 파이프, 커다란 황동으로 만든 커피 저장소, 커피를 볶지만, 특유의 군내가 전혀 나지 않는 공기 순환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 로스팅 기계 하나로, 전 세계 리저브 매장 원두를 공급한다. ©이은재
황동으로 만든 거대한 통 ©이은재
마치 찰리의 초콜릿 공장처럼 커다란 관이 원두를 옮긴다. ©이은재
로스팅된 원두가 쏟아져 나오면 파이프로 옮긴다. ©이은재
로스팅된 원두는 파이프를 통해 자기 자리로 들어간다. ©이은재

최근 스페셜티 카페가 늘면서 바와 매장 내부를 고스란히 오픈하는 곳들이 종종 있는데, 보는 사람은 멋있을지 몰라도 운영하고 일하는 사람 입장에선 고역이다. 어느 한 곳이 더러워도 안 되고, 조금만 흐트러져도 금방 티가 난다. 손님에게 면대면 서비스를 하는 바리스타들은 그렇다 해도 사무직이나 원두 팩토리에서 일하는 크루들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구나 사진을 찍고, 모든 걸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구경도 익숙해져 버린 로스터 아저씨 ©이은재

이곳은 아직 전 세계에 유일하지만, 곧 상해와 도쿄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그 매장을 운영할 크루들이 이곳에 와서 미리 일을 배우고 있다. 약 6개월간 연수 과정을 거쳐 본인의 나라에서 이 매장을 세우고 운영해야 한다. 이미 에이스급의 점장들이지만 여기 와서는 상품 진열, 청소, 로스터리 운영 등 전 부문에 걸쳐 교육과 실습을 다시 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서비스가 핵심이기 때문이리라. 

곧 문을 열 상해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에서 일할 중국 직원이 연수 중이다. ©이은재

브랜드 꼭짓점에서 일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심장하게 본 곳은 화장실이다. 손 씻는 곳의 유리가 매직미러다. 손을 씻으면서 로스팅된 원두를 정리하거나 패키징하는 등 작업 공정을 고스란히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일하는 쪽에선 막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하는 입장에서 꽤 부담스럽지만, 손님들 입장에서는 언제든 '아, 커피가 저런 식으로 만들어지는구나'를 체감할 수 있다. 스타벅스가 이 모든 작업을 꽤 진지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화장실 손을 씻는 곳에서는 거울로 로스터리 공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이은재
이곳이 카페인지 공장인지... ©이은재

오피스로서의 매장은 그래서 가장 어렵고 힘든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의 꼭짓점으로 기능하는 가장 우수한 서비스와 가장 멋진 공간을 보여주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런데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원두 정리를 하고 있는 스탭 ©이은재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 룸 전경 ©이은재

이곳의 모든 직원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진지했다. 소명의식까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자부심은 충분히 느껴졌다. 전 세계에 하나뿐인 곳에서 일한다는 자부심, 그래서 내가 보여주는 서비스가 우리 브랜드의 최전선이라는 다짐이 여실히 살아있었다. 이 매장 또한 조금씩 늘고, 사람들이 익숙해지는 때가 오면 그때 스타벅스는 무엇을 보여줄까? 기대되면서 동시에 걱정된다. 너무 잘한다, 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