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 웡카의 스타벅스 버전
사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Starbucks Reserve Roastery and Tasting Room)을 본 리포트에서 다뤄도 될지 고민했다. 시애틀에 가면 모름지기 파이크(Pike) 스트리트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을 찾아가야 하지만 내 관심사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이곳이었다. 이곳은 디즈니랜드의 카페 버전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한편 카페 매장도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직장이자 오피스일 것이기에 우겨보자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
![](https://d3oth3oks7q81w.cloudfront.net/images/2017/11/25/1511606197_TfMykaHxhs2XezXxCRf0UcioN6YMP6uqbYKekKJ0.jpeg)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스타벅스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은퇴했다가 회사가 기울자 다시 돌아와 시작한 가장 큰 프로젝트가 바로 '리저브 로스터리'였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회사 전반의 경영을 책임지기보다는 리저브 로스터리를 어떻게 전 세계로 확장할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스타벅스는 이 공간을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 관련 기사: 슐츠 CEO 사임… 스타벅스, 고급커피 주력한다 (한국일보, 2016.12.02)
처음 스타벅스 매장이 수십, 수백 개로 늘어날 때만 해도 브랜드 계층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스타벅스는 매력적인 곳이었고, 사람들은 커피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문화를 소비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처음 스타벅스에서 마신 프라푸치노는 솔직히 문화 충격이었다. 그때는 서울에 매장이 딱 2개였다. 이화여대 앞과 대학로. 그런데 지금은 대한민국 서울만 해도 스타벅스 매장이 435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자신의 모습이 멋지다고 느끼지 않는다. 여기서 스타벅스의 고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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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 웡카의 스타벅스 버전
사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Starbucks Reserve Roastery and Tasting Room)을 본 리포트에서 다뤄도 될지 고민했다. 시애틀에 가면 모름지기 파이크(Pike) 스트리트에 있는 스타벅스 1호점을 찾아가야 하지만 내 관심사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이곳이었다. 이곳은 디즈니랜드의 카페 버전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한편 카페 매장도 누군가에게는 분명히 직장이자 오피스일 것이기에 우겨보자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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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스타벅스 경영에서 손을 떼고 은퇴했다가 회사가 기울자 다시 돌아와 시작한 가장 큰 프로젝트가 바로 '리저브 로스터리'였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회사 전반의 경영을 책임지기보다는 리저브 로스터리를 어떻게 전 세계로 확장할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스타벅스는 이 공간을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 관련 기사: 슐츠 CEO 사임… 스타벅스, 고급커피 주력한다 (한국일보, 2016.12.02)
처음 스타벅스 매장이 수십, 수백 개로 늘어날 때만 해도 브랜드 계층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스타벅스는 매력적인 곳이었고, 사람들은 커피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문화를 소비했다.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 처음 스타벅스에서 마신 프라푸치노는 솔직히 문화 충격이었다. 그때는 서울에 매장이 딱 2개였다. 이화여대 앞과 대학로. 그런데 지금은 대한민국 서울만 해도 스타벅스 매장이 435개다. 사람들은 더 이상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자신의 모습이 멋지다고 느끼지 않는다. 여기서 스타벅스의 고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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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의 첫 번째 행보는 '리저브 스토어'다. 검은색 별이 붙은 스타벅스 리저브 스토어는 이제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더 고급스러워진 인테리어, 단일 원산지에서 극소량만 재배되는 원두, 핸드 드립과 세련된 굿즈 등 스타벅스가 더 멋져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하워드 슐츠는 그걸로는 부족했던 거 같다. '더 엄청난 걸 만들자'는 그의 비전이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천재 발명가 윌리 웡카의 스타벅스 버전*을 탄생시켰다. 우리가 하는 모든 작업을, 손님들과 멋지게 공유해보자!라는 것. 바로 첫 번째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이다.
* 관련 기사: Starbucks wants to be the <Willy Wonka of coffee> (CNN, 201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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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이런 곳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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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 안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제품 판매대와 만난다. 지금까지 사 모으던 다이어리는 잊어라. 스타벅스가 직접 만든 제품도 많고 스타벅스만큼 멋진 브랜드와 협업하여 만든 제품도 많다. 포틀랜드 그롤러(Portland Growler), 미르(MiiR)와 같은 로컬 브랜드거나 소규모, 개인에 가까운 스몰 배치(Small Batch)* 브랜드들과 주로 합작했다. 제품 진열은 미국의 고급 백화점인 노드스트롬에서 데려온 비주얼 머천다이저**가 맡았다.
* 원래는 소량 생산한 버번 위스키를 가리키는 말로, 블로거 제이슨 콧키(Jason Kottke)가 오늘날의 가내수공업형 소량 생산을 지칭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
** 브랜드 컨셉에 맞춰 제품을 전시하는 등 매장 전체를 꾸미는 직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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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단연 돋보이는 아이템은 하드밀(HardMill)이라는 두 남자의 가죽 공방에서 만든 앞치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 앤 테이스팅룸의 전 직원은 이 가죽 앞치마를 하고 있다. 마음 같아선 화장실에 가는 직원의 것을 뺏고 싶을 정도였다. 뭐 팔고 있으니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아마 보통의 회사라면 이 앞치마에 스타벅스를 새겼겠지만, 이 앞치마에는 보란 듯이 하드밀의 로고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직원들은 '이것 봐, 하드밀하고 작업했어!'라고 엄청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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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메뉴를 보면 더 놀랍다. 일단 세 가지 종류의 드립 커피 시음 프로그램이 있다. 위스키 오크통에 숙성한 원두로 만든 커피도 있는데 맥주를 오크통에 숙성한 것은 봤어도 커피를 이렇게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게다가 이 커피는 제대로 된 각얼음과 함께 나온다. "여기까지 왔으니 평상시 먹던 거와 다른 걸 먹어야지. 이건 어때?"라고 메뉴가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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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람이 만드는 완벽한 서비스
한국 스타벅스의 바리스타들은 수많은 손님에게 빠르게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미친 듯이 에스프레소를 뽑아내야 한다. 하지만 이곳의 바리스타들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건다.
어디서 왔니? 맛 어때? 별로면 다른 거 만들어줄까? 이게 최고야. 저것도 한번 마셔볼래? 나 일본어도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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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근처 괜찮은 바에 들어간 것보다 친절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각 매장의 에이스들로 선발하고, 추가로 서비스 교육과 매너 교육을 더 받는다고 한다. 힘들지 않겠냐고? 사진을 보시라. 업무에 찌든 사람의 표정인지, 일을 즐기는 사람의 표정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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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의 큰 축은 로스팅과 패키징이다. 이곳에는 2대의 로스팅 기계가 돌아가는데 한 대는 전 세계로 나가는 원두의 로스팅이고 다른 한 대는 이 매장에서 소진되는 원두의 로스팅이다. 구부러진 파이프, 커다란 황동으로 만든 커피 저장소, 커피를 볶지만, 특유의 군내가 전혀 나지 않는 공기 순환설비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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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페셜티 카페가 늘면서 바와 매장 내부를 고스란히 오픈하는 곳들이 종종 있는데, 보는 사람은 멋있을지 몰라도 운영하고 일하는 사람 입장에선 고역이다. 어느 한 곳이 더러워도 안 되고, 조금만 흐트러져도 금방 티가 난다. 손님에게 면대면 서비스를 하는 바리스타들은 그렇다 해도 사무직이나 원두 팩토리에서 일하는 크루들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누구나 사진을 찍고, 모든 걸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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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아직 전 세계에 유일하지만, 곧 상해와 도쿄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다. 그 매장을 운영할 크루들이 이곳에 와서 미리 일을 배우고 있다. 약 6개월간 연수 과정을 거쳐 본인의 나라에서 이 매장을 세우고 운영해야 한다. 이미 에이스급의 점장들이지만 여기 와서는 상품 진열, 청소, 로스터리 운영 등 전 부문에 걸쳐 교육과 실습을 다시 한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서비스가 핵심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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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꼭짓점에서 일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심장하게 본 곳은 화장실이다. 손 씻는 곳의 유리가 매직미러다. 손을 씻으면서 로스팅된 원두를 정리하거나 패키징하는 등 작업 공정을 고스란히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일하는 쪽에선 막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일하는 입장에서 꽤 부담스럽지만, 손님들 입장에서는 언제든 '아, 커피가 저런 식으로 만들어지는구나'를 체감할 수 있다. 스타벅스가 이 모든 작업을 꽤 진지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메시지도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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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로서의 매장은 그래서 가장 어렵고 힘든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의 꼭짓점으로 기능하는 가장 우수한 서비스와 가장 멋진 공간을 보여주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겠지. 그런데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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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모든 직원들은 하나같이 친절하고 진지했다. 소명의식까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자부심은 충분히 느껴졌다. 전 세계에 하나뿐인 곳에서 일한다는 자부심, 그래서 내가 보여주는 서비스가 우리 브랜드의 최전선이라는 다짐이 여실히 살아있었다. 이 매장 또한 조금씩 늘고, 사람들이 익숙해지는 때가 오면 그때 스타벅스는 무엇을 보여줄까? 기대되면서 동시에 걱정된다. 너무 잘한다, 이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