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e to Learn을 만드는 사람들
핀란드는 이제 막 100살이 된 나라입니다. 2017년 독립 100주년을 맞이해 헬싱키에는 여러 플래카드와 홍보물이 내걸리고 있으며, 핀란드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는 여러 연구와 컨퍼런스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중 일부는 핀란드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고 일부는 예술가, 과학자, 인문학자 등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립니다.
이 중 'Dare to Learn'은 후자에 속하는 컨퍼런스입니다. 본래 자그마한 교육 모임에서 시작했지만, 올해는 '핀란드의 100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뜻깊은 선물을 주고 싶다.'는 문구와 함께 공식적 첫 막을 올렸습니다. 컨퍼런스의 목표는 핀란드 교육의 성과를 논의하고 변화하는 테크놀로지 시대에 맞는 핀란드 교육 담론을 끌어내자는 것에 있습니다.
Dare to Learn에는 핀란드를 비롯한 스웨덴,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교육자와 연구자, 그리고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사전 예매로만 3천 여장의 표가 모두 매진되었으며, 이 기세를 몰아 2018년 9월에 두 번째 이벤트가 열릴 예정입니다.
Dare to Learn이 열린 곳은 헬싱키 시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다목적 시설, 케이블 팩토리(Cable Factory)로 이름 그대로 이 장소는 본래 오래된 공장 건물이었습니다. 냉전이 끝났을 때나 노키아가 사업을 철수했을 때와 같이 산업에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사라질뻔한 공공건물 일부는 철거되는 대신 다목적 시설 혹은 사무실 건물로 개조됐습니다. 케이블 팩토리는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Dare to Learn뿐만 아니라 핀란드 디자인의 상징인 헬싱키 디자인 위크(Helsinki Design Week)의 거점으로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Dare to Learn을 만드는 사람들
핀란드는 이제 막 100살이 된 나라입니다. 2017년 독립 100주년을 맞이해 헬싱키에는 여러 플래카드와 홍보물이 내걸리고 있으며, 핀란드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는 여러 연구와 컨퍼런스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중 일부는 핀란드 정부가 주도하는 것이고 일부는 예술가, 과학자, 인문학자 등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꾸립니다.
이 중 'Dare to Learn'은 후자에 속하는 컨퍼런스입니다. 본래 자그마한 교육 모임에서 시작했지만, 올해는 '핀란드의 100번째 생일을 맞이하여 뜻깊은 선물을 주고 싶다.'는 문구와 함께 공식적 첫 막을 올렸습니다. 컨퍼런스의 목표는 핀란드 교육의 성과를 논의하고 변화하는 테크놀로지 시대에 맞는 핀란드 교육 담론을 끌어내자는 것에 있습니다.
Dare to Learn에는 핀란드를 비롯한 스웨덴,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교육자와 연구자, 그리고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사전 예매로만 3천 여장의 표가 모두 매진되었으며, 이 기세를 몰아 2018년 9월에 두 번째 이벤트가 열릴 예정입니다.
Dare to Learn이 열린 곳은 헬싱키 시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다목적 시설, 케이블 팩토리(Cable Factory)로 이름 그대로 이 장소는 본래 오래된 공장 건물이었습니다. 냉전이 끝났을 때나 노키아가 사업을 철수했을 때와 같이 산업에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사라질뻔한 공공건물 일부는 철거되는 대신 다목적 시설 혹은 사무실 건물로 개조됐습니다. 케이블 팩토리는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Dare to Learn뿐만 아니라 핀란드 디자인의 상징인 헬싱키 디자인 위크(Helsinki Design Week)의 거점으로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핀란드 최대, 유럽 최대 규모로 성장한 스타트업 컨퍼런스 SLUSH 역시 케이블 팩토리를 통해 정식 데뷔를 한 역사가 있습니다. 비록 화려한 장식 하나 없이 투박하게 벽돌을 쌓아 만든 공장 건물이지만, 이곳은 그 역사적 유래와 명성만큼이나 핀란드에서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컨퍼런스의 오프닝을 맡은 것은 Dare to Learn의 CEO 안니 크루타스(Anni Klutas)입니다. 언뜻 보아도 앳된 모습의 젊은 핀란드 청년이었습니다. 그의 힘찬 목소리와 함께 컨퍼런스가 시작되었습니다.
감히 배울 준비가 되었습니까? (Are you ready to dare to learn?)
- 안니 크루타스(Anni Klutas), Dare to Learn CEO
이후 소감을 밝히는 시간에 안니 크루타스는 Dare to Learn이 열릴 수 있게 힘을 모은 청년 자원봉사자들에게 먼저 감사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젊은 학생들이 컨퍼런스를 계획하는 것부터 장소를 빌리고 사람들을 모으는 것까지 모든 절차를 주도했다는 것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컨퍼런스 티셔츠를 입은 청년들이 이곳저곳에서 보였습니다. SLUSH처럼 그리고 핀란드 창업 관련 민간단체들과 마찬가지로 이곳은 대학을 다니고 있는 20대 초중반의 청년들이 이끌고 있었습니다.
2016년 SLUSH를 취재하면서 가장 놀랐던 사실은, 거대한 컨퍼런스와 그 뒤를 뒷받침하는 생태계를 직접 주도하는 청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떤 지자체나 기업, 공기업, 관공서도 직접 관여하거나 이들의 결정 과정을 주도하지 않습니다. 청년들이 무대를 만들면 경험자인 어른들이 그 무대를 빛내주고, 물질적 지원과 금전적 후원을 합니다. 즉, 서로의 역할과 개성을 존중하며 각자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었습니다.
Dare to Learn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컨퍼런스 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대부분 교사, 연구자 등 교육을 시행하거나 가르치는 어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50대 이상의 교육계 원로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는데 이들은 디지털 시대의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통해 배우기 위해 모였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영국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참석자는 "전 세계 여러 나라에 강연을 다녀보았지만, 이렇게 학생들이 먼저 나서서 교수와 교육계 원로를 초대해 컨퍼런스를 꾸려나가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고 말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1박 2일이 빼곡히 채워진 일정표를 보니 강연자 중에는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정치인, 교육 관계자, 연구자들도 더러 섞여 있었습니다. 그들은 흔쾌히 이제 막 20대가 된 청년들이 꾸려나가고 있는 이 컨퍼런스에 함께했습니다.
핀란드 교육이 다루는 범위
그리고 일정표를 살펴보며, 언뜻 보아서는 교육이라는 키워드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는 세션을 발견했습니다.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세션과 워크숍이었는데요. 이런 내용이 도대체 교육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Learning by Swarming (떼로 배우기)' 워크숍을 주도한 얀네 루오히스토(Janne Ruohisto)를 통해 그 궁금증이 풀렸는데요. 그는 변화하는 사회에 필요한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언급할 때 '배움(learn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단순히 개인 영역에서의 교육을 넘어 조직조차도 유기적으로 배우고 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이지요. 조직을 배움의 주체로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유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 사회에서는, 배우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개인에게만 배움의 의무를 떠넘기고, 톱니바퀴처럼 고정된 방식으로만 촘촘히 움직이는 조직은 변화하는 미래 디지털 사회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 얀네 루오히스토(Janne Ruohisto), Intunex CEO
이렇게 핀란드 교육이 다루는 드넓은 영역은, 2013년 핀란드 정부 보고 계획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Foresight 2030」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는 20여 년 후 핀란드의 이상향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교실 밖의 교육을 논의합니다. 보고서를 읽으며 제가 눈여겨 본 문장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배움, 노동 그리고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 정신)이 연계된 새로운 조직이 기존의 시스템을 대체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은 조직의 일에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조직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그리고 디지털 시대에 더욱 '인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도 역설하고 있습니다.
문화와 세대를 연결하는 배움이 필요하다. 21세기에 요구되는 역량은 문제 해결, 감성(공감), 협동,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며 새로운 정보와 도구를 또 다시 추구할 줄 아는 자세이다.
Dare to Learn의 연사들은 단순히 어떤 교재를 쓸지, 어떤 시험을 치르는 게 좋을지, 어떤 코딩 언어를 가르칠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하면 코딩 교육을 완전히 정복할 수 있다는 정답을 제시하는 이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변화하는 디지털 사회에서 교육이란 무엇인지, 어떤 미래 사회를 지향하며 코딩 교육을 논해야 하는지, 코딩을 가르침으로써 우리는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그곳에서 학교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이나 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칫 두리뭉실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교육이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한 논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과 해커 정신의 만남
Dare to Learn을 관통하고 있던 해커 정신(Hacker's Culture)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해커(Hacker)란, 흔히 컴퓨터 시스템에 도전하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쓰입니다. 주로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결되는 이 단어는 해커 정신이라는 용어로 쓰일 때 좀 더 넓고 긍정적인 의미로 변화합니다. 기존의 체제를 인식하고, 그것의 한계와 문제점을 파악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도전을 꾀하는 '패기 넘치는 정신'을 뜻하는 말로 통용 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여기에는 재미와 즐거움에서 우러난 '왜?', '그럼 이렇게 해볼까?' 하는 호기심 어린 질문이 동반합니다. 이렇듯 기존 교육 시스템에 질문할 수 있는 것, 때로는 그 시스템에 재치 있게 도전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도전을 수렴할 가능성을 열어둔 유기적인 교육. Dare to Learn에서는 해커 정신을 교육에 반영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그 예로 Dare to Learn 컨퍼런스장 한쪽에서 해커톤(Hackathon)이 열렸습니다. 해커톤은 해커 정신에 따라 아이디어 및 프로토타입까지 개발하는 대회를 뜻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컴퓨터를 비롯하여 각종 기계 장치를 응용해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활동을 뜻하지만, 핀란드에서는 교육, 예술, 정치 등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를 내는 토론과 경진대회까지 포함합니다.
Dare to Learn에서는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하거나 졸업을 앞둔 청소년들이 교육 해커톤에 참가하여, 핀란드 사회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표하였습니다. 단상에 오른 한 학생의 발언이 저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주었습니다.
교육은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교육 체제를 향해 질문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던지는 것 역시 좋은 세상을 위한 행위일 것입니다.
- 해커톤에 참여한 핀란드 고등학생
핀란드의 해커 문화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하겠습니다. 무뚝뚝하고 시간과 규칙을 잘 지키는 핀란드 사람들이지만 의외로 핀란드의 긱(geek) 문화*에는 해커 문화가 이곳저곳을 관통하고 있습니다. 테크놀로지에 박식한 이들은 추운 핀란드 어딘가에 모여 기존의 규칙과 시스템을 누가 더 독창적으로, 더 재미있게 개조했는지를 자랑합니다. 그리고 공유하고 배포하지요.
* 긱(geek)이란 괴짜라는 뜻이지만, 속어로 엔지니어링, 전자공학 등 공과 분야를 탁월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서양의 경우 출신 분야 자체보다는 과학과 기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하위문화를 지칭하는 용어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핀란드 최대 긱 행사인 '어셈블리(Assembly)'는 게임, 소프트웨어 또는 컴퓨터 하드웨어를 개조하여 자랑하는 자리로 알려져 있습니다. 핀란드 IT 역사에 큰 획을 긋는 리눅스(Linux)*도 해커 문화에서 출발했다고 하지요.
* 1991년, 헬싱키대학교에 다니던 리누스 토르발즈(Linus Torvalds)가 공개한 유닉스(Unix) 기반 컴퓨터 운영체제입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리눅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오픈 소스 기반의 컴퓨터 운영 체제이자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안드로이드(Android)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핀란드 교육계는 각종 오픈 소스(Open Source)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활용에 포용적인 편입니다. 학교와 일선 교사들이 오픈 소스를 활용하여 코딩 교육을 진행하거나, 어느 정도 코딩을 할 줄 아는 학생들이 종종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서로 나눕니다. Dare to Learn에서 '교육을 해킹하라'라는 이야기가 언급된 것, 그리고 그곳에 교육 관련 해커톤 컨퍼런스가 열린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