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비즈니스의 원조: 바디샵과 아니타 로딕

나는 비즈니스가 잔혹한 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이라고 보는 케케묵은 견해가 사라지기를 희망한다. 앞으로 비즈니스는 책임 있는 자들만이 이끌 수 있는 곳이 될 것이다.
– Anita Roddick , 바디샵(The Body Shop) 설립자

대중적인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로 알려진 바디샵(The Body Shop)의 시작이 다분히 임팩트 지향적이었다는 것은 생소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40년 전 영국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바디샵을 시작한 Anita는, 화장품 용기부터 동물실험 금지, 공정무역을 통한 자연친화적 화장품 원료 사용에 이르기까지 화장품 시장의 전통적인 관행을 깨뜨린 임팩트 DNA를 바디샵에 새긴 주인공이다.

 

바디샵의 독특한 사회적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은 1990년 걸프전 당시의 반전 캠페인이다.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바디샵 이사회 내부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Anita는 전 세계의 바디샵 매장에 이라크 전쟁에 저항하기 위해 당장 일어서야 한다는 메일을 보냈다. 오스트레일리아 바디샵들은 "평화에게 기회를 달라(Give peace a chance)" 엽서를 매장에 비치하는 것으로 호응했다.


기업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도대체 누가 상상할 수나 있었을까?

 

임팩트 비즈니스로서 바디샵이 창출하는 사회적/환경적 가치는, 오너이자 경영자였던 Anita의 카리스마와 불가분의 관계였다. 대중은 바디샵 상품에 열광하는 이상으로 Anita에게 매료되었다. Anita는 임팩트 비즈니스 필드의 슈퍼 락스타였다.

Anita Roddick(1942.10.23-2007.9.10)의 사회적기업가 정신과 바디샵의 임팩트 비즈니스는 불가분의 관계였다. ©David Fowler/Shutterstock

로레알이 바디샵처럼 변할 것이다?

임팩트 비즈니스의 원조이자 전설이었던 바디샵은 2000년대에 들어서며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한다. 글로벌시장에서의 판매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다. 오너인 Anita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등 다각적인 시도를 했으나,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뉴스가 터져 나온다. 로레알이 6억 2천5백만 파운드(당시 한화로 약 1조 1,123억 원)에 바디샵을 인수한 것이다.
 
로레알은 여러모로 바디샵의 가치와 상반되는 기업이었다. 동물실험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던 바디샵과 달리, 로레알은 환경운동단체들에게 악명 높은 동물실험으로 유명했다. 이런 로레알과 바디샵의 공존이 가능할까? 로레알의 하위 브랜드로서 바디샵의 임팩트 비즈니스가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로레알의 바디샵 인수는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물론, 바디샵을 임팩트 비즈니스의 모범으로 삼아 왔던 사회적기업가들에게도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설립자이며 바디샵 인수결정에 최종적인 책임이 있는 Anita에게 시선이 쏠렸다. Anita는 예의 그 카리스마로 자신에게 쏠린 세간의 우려를 정면으로 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