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힘에 대해

2015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의 키노트(Keynote, 기조연설)는 '책이 아닌 아이디어'를 다루는 장으로서 북페어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후 이어진 5일 간의 행사는 출판업이 아닌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만드는 일'의 현재 상황과 미래 가능성에 대해 다룹니다.

 

왜 '아이디어' 그리고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며 북페어를 시작했을까에 대하여 이 보고서를 발행한지 2년이 지난 지금, 프로젝트의 기획자이자 편집자로서 생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아이디어의 '선별'은 모든 콘텐츠의 시작

 

콘텐츠로 남겨져야 하는 아이디어는 무엇일까요? 모든 아이디어는 소중합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남기기엔 너무 많은 비용이 듭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는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사람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해야하는 중요한 고민은 '아이디어' 그 자체가 아닌, '어떤 아이디어를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아이디어를 늘어놓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은 대체로 즐겁습니다. 그 중 무엇을 콘텐츠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선별의 작업은 고통스럽습니다.

 

더 많은 사람과 돈이 있다면 선별하는 일이 좀 덜 고통스러울까 생각해본 적도 있습니다만, 현재까지의 결론은 '그렇지 않다'에 가깝습니다. 만드는 사람이 쓰는 시간과 돈이 아닌, 만들어진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의 시간과 돈까지 생각하면 선별은 언제나 쉽지 않은 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만드는 사람의 고통이 없다면, 소비하는 사람이 고통스러울 겁니다.)

 

2015 프랑크푸르트 북페어의 인상적인 이벤트 중 하나였던 아셰 리브르(Hachette Livre)의 CEO 아르노 누리(Arnaud Nourry)가 언급한 아셰 리브르의 경쟁력에서도 '선별'이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