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트렌드를 알아야하는 이유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트렌드를 찾고 예측하는데 살짝은 지친 분들을 위한 트렌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 이것은 트렌드일까 아니면 짧게 지나가는 현상일까? 트렌드의 구성 요소와 기준
- 개인이나 조직이 트렌드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트렌드를 활용하는 방법
Interviewee 박현영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장, <2025 트렌드 노트> 저자 > 프로필 더 보기
🗨️ Editor's comment
퍼블리에서는 매년 다음 해의 트렌드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도서들의 일부 파트를 잘 정리해서 독자분들께 소개하고 있는데요, 소개할수록 독자들의 반응이 다양해지고 있어요.
- 공감하기 어려운데, 진짜 트렌드 맞나요?
- 이거 이미 아는 건데 새로운 인사이트는 없나요?
- 트렌드가 너무 빨리 바뀌어요. 또 공부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그중 최근에는 오히려 트렌드와 관련해서 살짝은 지치고 복잡한 마음들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엉킨 마음을 명쾌하게 풀어줄 〈2025 트렌드 노트〉의 저자 생활변화관측소 박현영 소장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트렌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타파하고, 그런데도 트렌드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여러분의 트렌드를 바라보는 관점이 180도 달라질 인터뷰, 자신 있게 소개합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네, 안녕하세요, 박현영입니다. 저는 데이터를 통해서 컨설팅하고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2025 트렌드 노트〉가 발행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이 책을 기획할 때부터 마케터를 독자로 타깃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에서 마케터란 회사에서 내년도 사업이나 마케팅을 기획하시는 분들, 또는 사업 계획서를 쓰는 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분들입니다. 그래서 단원 말머리에 마케터에게 전하는 시사점이 있고요, 그게 우리의 독자이자 페르소나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고 어떤 면에서 더 반가운 독자들은, 우리가 교장 선생님이라고 표현하는 조직의 리더분들입니다. 이런 리더분들은 똑똑함을 기반으로 성실하게 노력해서 조직의 높은 위치까지도 올라가셨는데요. 내 자식, 그리고 같이 일하는 젊은 직원들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하시고는 해요. 그런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아, 이해하게 되었어요"라는 말씀을 하실 때 가장 좋습니다.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팀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트렌드를 정리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죠. 팀이 어떻게 일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빅데이터 회사이기 때문에 일단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데이터 분석입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수집팀이 따로 있고, 이를 위해 엄청난 하드 서버가 돌아가고 있죠. 또한 이를 분석할 수 있는 툴도 계속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기업들을 컨설팅하는 게 메인 사업입니다.
컨설팅하면서 여러 가지 트렌드들이 보여서 그것으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과정을 설명해 드리면 이렇습니다. 생활변화관측소에서 매년 3월쯤 저자로 참여하시고 싶은 직원분들이 자신의 주제와 이에 대한 세 줄 설명을 써서 익명으로 제출합니다. 그럼, 제가 그거를 엑셀에 쫙 모아서 북스톤 편집장님께 보냅니다. 출판사에서 내부 논의를 통해 주제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책을 만들어오고 있어요.
사실 실무진이 쓴다는 게 그 당시도 파격적이었지만 지금도 어떻게 보면 이 사람의 관점을 충분히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의견이 있지는 않으셨나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맞습니다. 실무진을 어떻게 믿고 필자를 어떻게 고르냐 하시는데요. 저는 우리가 너무 정답 사회를 살다 보니까 이런 생각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측한 트렌드를 얼마나 맞췄는지에 대한 관점이거든요. 이건 대통령 선거가 아니에요. 선거는 단 한 명이 선택된다는 개념이에요.
그런데 세상이라는 것은 정답이 없어요. 트렌드는 세상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는 틀이에요. 트렌드의 예시는 '뉴닉'일 수도, '와우산로'일 수도, '상수동에 있는 한 빵집'일 수도 있죠. 정답이 있는 건 아니에요. 지금 우리는 어떤 새로운 문화적인 변화를 이야기하고 싶은 거예요.
지금 우리가 가고 있는 이 사회를 젊음과 문화가 손잡는 연대의 소통으로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합의가 되면 그걸 쓰는 사람에게 믿고 맡길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리고 그 합의는 한 사람의 촉이나 확신이 아닌 우리가 계속해서 보는 데이터를 통해 발견되는 커다란 움직임을 근거로 합니다. 생활변화관측소 내부적으로 "이런 거 어때? 이런 거 있지 않아? " "나도 데이터에서 봤어!" 이런 식으로 대화로 정리하고 있어요.
트렌드에 대한 오해 3가지
트렌드에 대한 오해 1. 트렌드는 예측하는 것이다?
뭔가 오늘 질문할 전체 맥락을 벌써 살짝 말씀해 주신 것 같은데요. 본격적으로 트렌드에 대한 정의와 트렌드에 관련된 오해와 편견을 여쭤보고 싶어요. 트렌드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리고 싶은데 소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트렌드란 무엇인가요?
트렌드는 말 그대로 경향성입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고,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한 경향성이에요. 우리나라 출생률은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낮아지고 있죠. 그게 트렌드예요. 네, 70년대부터 떨어지기 시작했거든요. 우리나라의 출생률의 하락률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가파르게 떨어집니다. 그럼 내년엔 어떻게 될까요?
(웃음) 떨어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천지가 개벽해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출산율 그래프를 보면 어떻게 생각하는 게 맞습니까? 떨어진다고 유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트렌드는 어떤 현상에 대한 경향성을 보는 거예요. 그러니까 데이터로 보는 것이 유리하죠.
근데 트렌드를 현상이라고 오해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상은 어떤 트렌드의 예시일 뿐이에요. 현상에 너무 천착하다 보니까 "이거 알아? 저거 알아?"에 피곤해지고 "그거 떴다더니 벌써 졌다며?" 이런 반응들이 나오게 돼요. 또 언어 신조어들이 또 워낙 많다 보니까 "이 말 알아? 저 말 알아?" 이런 식으로 알아 몰라 게임이 되죠. 많이들 하는 트렌드 테스트? 저는 거의 못 맞춥니다. 그리고 맞출 필요도 별로 느끼지 못해요.
그러니까 트렌드를 본다는 것은, 현상 하나하나에 천착하는 것이 아니라, 큰 흐름을 보는 것입니다. 트렌드는 정답을 맞히기 위해 찍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에요. 그래서 생활변화관측소에서 나가는 소위 예시 현상에 해당하는 것은 적어도 3년 이상 이어져야 나가게 돼요.
저는 트렌드 관련해서 "낚시하지 마라"라는 말을 자주 하거든요. 낚시하듯이 뭐 하나 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보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건질 수 없습니다. 보이는 사람은 하나로도 다 읽을 수 있는 거고 안 보는 사람은 100개를 던져도 볼 수가 없는 거예요. 정답을 맞힌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트렌드에 대한 오해 2. 트렌드 주기가 빨라졌다?
앞선 답변에서도 살짝 짚어주셨는데요, 사실 트렌드 주기가 되게 빨라졌다고 사람들이 말하고 있어요. 근데 소장님께서는 아무래도 3년간 이어지는 거야말로 트렌드라고 하셨는데요. 그럼, 사람들이 오래 갈 트렌드와 빨리 사라질 트렌드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긴 흐름 속에서 현상마다 빨리 지는 것이 있고, 길게 가는 것이 있어요. 현상과 현상 너머의 큰 흐름을 잘 구분하는 것이 중요해요.
디저트로 예를 들어볼게요. 2019년까지 빵 중의 빵은 식빵이 1등이에요. 스테디예요.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2019년까지 대한민국 빵에서 식빵이 트렌드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2019년 크로플 선수가 식빵을 치고 올라옵니다. 근데 크로플 선수 1년을 못 가요. 그러면 크로플은 트렌드일까요?
현상적으로는 크로플이라는 트렌드가 빨리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식빵을 역전한 단일 품목이 나타났어'라는 흐름에는 부합하는 친구입니다. 그다음에 노티드나 랜디스 같은 브랜드들을 필두로 도넛이 막 치고 올라와요. 그다음에는 런던 베이글이 지금 2년째 가고 있거든요. 그런 식으로 바통을 계속 바꾸고 변화 주기가 빨라지고 있어요.
트렌드를 보기 위해서 우리는 이 디저트 판의 전체적인 흐름을 줌 아웃해서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크로플, 도넛, 베이글의 공통점은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빵인데요, 이 위에 올라가는 토핑이나 맛의 변주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즉, 먹는 사람이 한 마디 덧붙일 수 있는 콘텐츠성이 강화된 디저트가 유행하는 것이죠. "너는 뭐를 제일 좋아해?" 이 말도 할 수 있고 "나는 이 맛을 먹어봤는데 저 맛도 먹어봤어. 이것과 저것의 조합이 끝내줘."라고도 할 수 있죠. 이 조합과 변주와 페어링을 100개, 200개, 300개 말할 수 있죠.
그래서 지금 트렌드는 '콘텐츠성'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콘텐츠성을 일으킬 수 있는 것들의 공통점은 '변주'입니다. 변주를 끊임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토핑을 바꾸거나 페어링을 바꿀 수 있는 것들이죠. 요아정도 마찬가지고 하이볼도 마찬가지입니다. 짐빔 한 병 사두면 매일매일 변주해서 마실 수 있어요. 작업하면서 스트레이트로 한번 먹어보고, 이런 맛, 저런 맛 하이볼도 만들어서 먹어보고, 아이스크림이랑도 먹어보고, 일본식 전골이랑도 먹어보고요. '굉장한 변주가 일어나는 식음주가 뜨고 있다'라는 것이 최종 흐름의 결론입니다.
정리를 하면, 그런 변주를 입히는 식음이 뜨고 있다는 것을 좀 오래갈 트렌드로 보고, 그 안에서의 하나하나가 짧은 트렌드여서 트렌드가 빨라진 것처럼 보이는 거네요.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역사를 잠시 들여다본 것 같은데요. 트렌드를 구성하는 요소가 있나요?
그렇습니다. 트렌드를 구성하는 3요소가 있습니다. 먼저, '사회적인 변화'라는 큰 베이스가 있고요. 여기에 브랜드라고도 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이 많이 참가합니다. 마지막 화룡점정은 '소비자의 반응'입니다. 이 삼박자만 맞으면, 트렌드라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성수동 트렌드는 우리나라의 놀이 문화가 상업 공간을 방문하는 것으로 재편되는 것을 베이스로 했어요. 놀이터에서 그냥 그네 타는 게 아니라 상업 공간을 투어 하는 것이죠. '카페 투어' 같은 말도 생겨나기 시작할 때였죠. 이러한 베이스 안에 '내가 무언가를 경험한 것이 나의 자산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기저 생각의 변화가 있고, 거기에 '대림창고'와 '어니언'이라는 플레이어가 등장했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카페, 새로운 형식의 브랜드 매장들이 성수동의 창고형 부지나 가정집이 즐비한 복잡한 골목집에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앞서 소개한 소비자들이 마구 참여하면서 소위 성수동 붐이 만들어졌죠. 그 붐을 보고 플레이어들이 또 돌아가죠. 나도 팝업, 너도 팝업, 팝업이 늘어나니 투어도 생기고, 투어를 알려주는 인플루언서들이 생겨납니다. 여기에 구독자들이 가세하고, 사람들이 그걸 보고 계속 배우죠. 그러니까 트렌드가 점점 커져서 메가 트렌드가 되는 것입니다.
트렌드에 대한 오해 3. 트렌드를 꼭 알아야 한다?
트렌드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만큼 또 이해하기 어렵다. 나는 공감할 수 없다고 그냥 댓글을 다시는 분들도 되게 많더라고요. 이런 분들에게 주로 해 주시는 말씀이 있나요?
자꾸 반복하지만, 트렌드를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신라 호텔 망고 빙수가 트렌드라고 했을 때, '팔자 좋다' 이런 말을 많이 한단 말이에요. 근데 '그것을 먹느냐 안 먹느냐?', '10만 원에 대한 값이 정당하냐 아니냐?'에 매몰돼서는 안 됩니다.
사람들이 망고 빙수를 먹는 이유에 대해 더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망고 빙수를 먹는 행위는 일종의 자신을 돌보는 의례적 행위었어요. 자기의 삶을 잘 돌아보고 스스로를 좀 챙기겠다는 마음의 발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례적 행위를 완성하는 것은 한정판, 계절 제철성, 식음이라는 점이었죠. 여름이 됐으니까 소중한 나에게 한정판 망고 빙수를 대접하겠다는, 그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올여름도 잘 보내자는 나의 어떤 결심을 좀 남겨보겠다는 마음의 발현이었던 거죠. 그런 식으로 사람들이 자기만의 의례적 행위를 만들어 가는 행위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트렌드에 대해 꼭 알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을 내려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안 먹고 싶으면 안 먹습니다. '망고 빙수' 꼭 안 먹어도 되는 거예요. 강박만 내려놔도 훨씬 자유로울 수 있어요.
다만, 트렌드가 우리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성이라고 보는 관점에서 우리 사회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한번 체크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하나하나의 현상을 모두 짚기보다는 크게 일상, 여가, 가치관이라는 포인트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짚고 넘어가면 좋겠어요.
그런 흐름에서 자기 자신도 한번 돌아볼 수 있어요. 내가 일상적으로 어떻게 조금씩 변하고 있지? 내가 왜 아침을 좀 챙겨 먹으려고 하지? 내가 왜 건강이 걱정되지? 다들 오래 살아야 한다고 하니까? 오래 살아야 한다는 말은 누구한테 들었나요? 밖에서 들은 거잖아요.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 것이죠. 젊은 친구들한테서 저속노화 열풍이 부는 변화도 알 수 있고요. 특히 마케터는 내 물건을 살 소비자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냐는 면에서 트렌드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5년 다가오는 회색 코뿔소는 '이것'입니다
말씀해 주신 것처럼 실무자분들이 스스로 짚어봐야겠지만, 그래도 바쁜 실무자분들을 위해 2025년 소장님께서 가장 주목하고 계신 트렌드 딱 한 가지를 뽑아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자기 돌봄과 장수 포비아에 연결되는 '1인 가구와 고령화'라고 봅니다. 이 트렌드가 현상 중 가장 기저에 있다고 보입니다. 트렌드 업계에서 자주 사용되는 비유는 '회색 코뿔소'와 '블랙 스완'입니다. 회색 코뿔소는 가까이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멀리서 지평을 흔드는 트렌드이고, 블랙스완은 하얀 백조들 사이에 끼어 있는 검은 백조처럼 눈에 확 띄는 변화를 의미하죠. 하지만, 멀리서 지평을 흔드는 회색 코뿔소야말로 판을 뒤집을 수 있는 큰 흐름으로 봅니다.
2025년의 회색 코뿔소 중 하나는 사람들이 '혼자 오래 살 것 같다고 예상하는 것'입니다. 1인 가구, 고령화와 관련이 있지만 실제로 혼자 살고 실제로 오래 사는 것보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나 혼자, 오래 살게 될 것 같은데 나를 돌볼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게으르게 살지 말자고 채근도 했다가, 스스로를 기특해하며 위로와 보상을 주기도 해요. 또 오래 혼자 살아야 할 텐데 연금 붓듯이 근육도 키우는 것이죠.
더 나아가서 혼자서 지속해야 하니까 쉬운 방법과 가성비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비싼 영양제 계속 먹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음식 먹는 순서를 바꾸는 저속 노화 트렌드가 딱 맞아떨어진 거예요. 나 혼자 오래 살게 될 건데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손에 잡히는 방법론이 제시되니까 확 끌리게 되었다고 봐요. 동시에 스트레스를 받는 나를 위한 보상과 위로의 의미로서 고열량 디저트도 함께 인기를 끌지요.
사람들이 행동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그 이유를 막 냉소적인 시각으로 "돈도 없다면서!" 이렇게 하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아요. '우리 소비자들 혹은 우리 친구들이 지금 어떤 걱정을 가지고 있고, 그럼에도 자기 스스로를 돌보면서 챙기고 있구나, 그래서 저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구나'라고 이해하면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트렌드로 성장하는 법: 냉소적인 시각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앞선 답변에서 트렌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많이 배웠는데요. 그래도 다시 한번, 우리가 꼭 트렌드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소장님의 언어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대세감에 안 따라도 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 사회를 살아가는 나도 그 대세 속에 하나이거든요. 알게 모르게 나도 영향을 주고 있고, 영향을 받기도 해요. 그러니까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필요는 있어요. 특히 마케팅하는 사람들의 경우 소비자와 같은 방향으로 길을 가든 반대의 길을 가든,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트렌드에 대해서 냉소적인 시각을 버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트렌드에 나의 기준을 가지고 가치 판단을 내리는 것은 트렌드 보는 사람의 눈으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어떤 트렌드로 흘러가고 있는지 알고 나서 트렌드에 따르지 않는 것은 괜찮아요. 그런데 "저저저저 쯧쯧" 이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어요. 다른 사람의 소비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저 사람은 왜 만 원짜리 커피를 마실까? 나는 그 정도의 가치를 못 느끼는데 저 사람이 느끼는 가치는 뭘까?"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그럼, 이제 트렌드를 직접 살펴보면서 성장하고 싶은 분들을 위한 팁을 소개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업무에 몰두하면서 트렌드를 쫓아갈 시간이 없다고 토로하는 분들이 되게 많으셔서, 시간이 없는 실무자분들이 딱 트렌드를 파악하는 법으로 한 가지만 추천해 주신다고 하면 뭐가 있을까요?
〈2025 트렌드 노트〉를 읽으세요. 뭔가를 짧은 시간 안에 얻으려 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변화를 이해하려고 해 보세요. 트렌드는 저희가 정리해 드렸으니,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자신만의 관점으로 살펴보셨으면 좋겠어요.
소장님께서는 많은 정보를 접하실 텐데, 정보를 정리하고 소화하시는 노하우가 있으실까요?
저는 정리를 잘하지 않습니다. (웃음) 회사에도 뭘 쌓아놓고 있고, 자리도 없어요. (웃음)
대신 한 가지 추천하는 방법은 있어요. 대화해야 해요. 내가 한 행동 내지는 내가 발견한 것들에 대한 현상들의 수집 리스트를 만들고 나서 남들과 대화해야 합니다. "나는 뭐가 보였어, 너는?", "이게 재미있게 느껴지던데? 내 친구도 이거 하더라고." 그런 얘기들을 서로 나누고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결론 내리지 않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트렌드에 대해 무척 강박을 느끼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냥 즐겨요. 회사에서도 이런 식의 얘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수평적인 자리, 티타임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소장님은 트렌드를 읽어내는 것을 업으로 삼고 계시는데요, 소장님만의 생각의 깊이를 더하는 루틴이 있으신가요?
한 달에 한 권씩 회사 내에서 만든 북클럽을 통해 혼자 읽기는 어려운 두꺼운 책을 읽고 있어요. 긴 호흡의 텍스트를 읽는 게 일에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책은, 〈여덟 마리 새끼 돼지〉라는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이에요. 제가 제 책 〈일의 진화〉를 쓸 때도 인용했거든요. '진화의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오래된 책이에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정답 사회 같은 부분이 트렌드에 대해서도 정답을 짚어내려고 하는 강박을 만들잖아요. 누군가는 정답을 알고 있는데 자신이 그것을 놓치는 것에 대해 걱정을 자꾸 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이 느끼는 게 트렌드예요.
〈여덟 마리 새끼 돼지〉 책의 결론은 살아남는 방식은 한 가지가 아니라는 거예요. 저자는 적자생존에 굉장히 반대하시는 분이에요. 살아남는다는 것, 생존은 생물에게 되게 중요한데 정답이 한 가지는 아니라는 거죠. 트렌드도 한 가지는 아니에요. 그리고 트렌드를 보는 방법도 당연히 한 가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위어드〉라는 옛날 책인데요. 전통적인 사고 방식과 서구적인 사고 방식은 무엇이 다른가, 개인주의는 얼마나 튀는 사고 방식인가를 다룬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의 화학자가 쓴 〈향모를 땋으며〉도 추천합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토박이 지혜와 서구 과학을 어떻게 자기 안에서 융합했는지를 말하는 책인데, 이 책도 추천해 드립니다.
마케터, 기획자들은 딱 나이가 들수록 트렌드에 뒤처질까 되게 두렵다는 분들이 많으신데 이런 분들을 위한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트렌드는 MZ세대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트렌드는 우리 모두 몸담은 우리 사회가 가는 방향성이에요. 그러니 당신이 소외될 일은 없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 너무 좋았던 인터뷰, 두고두고 보고 싶다면?
북스톤 출판사에서 준비해주신 퍼블리 독자분들을 위한 2025 트렌드 가이드를 '저장'하세요!
👀 바쁘다면 이거라도!
- 세상에는 정답이라는 것이 없음 트렌드는 세상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함
- 트렌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상에 집착하기보다 큰 흐름을 봐야 함
- 트렌드와 현상을 구분해서 이해해야 함. 트렌드는 긴 흐름 자체이고, 흐름 속에서 빨리 지는 현상과 길게 가는 현상이 있음.
- 트렌드를 구성하는 3요소: 사회적인 변화, 플레이어(브랜드), 소비자 반응
- 2025년 딱 한 가지의 트렌드만 알아야 한다면, '1인 가구와 고령화': 우리 사회에 일반 개인이 나 혼자 오래 살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비롯된 현상들이 많이 나타남
- 나의 가치 판단 기준으로 남을 보면 트렌드를 파악할 수 없음. 다른 사람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