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지난 2023년은 유독 바빴습니다. 기고와 출판, 번역, 강의와 강연, 대학원 준비와 커뮤니티 활동 등 퇴근 후 저녁과 주말에도 늘 일정이 가득했거든요. 'N잡러' 혹은 요즘 표현으로는 '갓생러'로서 한 달에 50~80시간을 투자했습니다.
N잡러 혹은 프리랜서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텐데요, 회사 바깥의 활동은 주로 시간 단위로 가치가 환산됩니다. 하지만 따로 시간 관리를 하지 않으면 내가 각 활동에 시간을 얼마나 쏟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작업에 들인 시간 대비 효율을 모르기 때문에 어떤 작업을 우선순위로 둬야 할지 모르고,
게다가 한 달에 내가 시간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는지도 모르니 무리한 일정을 잡고, 생활의 균형도 흔들립니다.
그래서 저는 구글 시트로 각 활동에 얼마나 시간을 쏟는지를 기록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간단한 세팅만 하면 기록부터 시각화까지 모두 가능하기 때문인데요. 캘린더 등 같은 대략적인 시간 관리도 좋지만, '감'이 아니라 정확한 '기록'과 '숫자'를 통해 제대로 시간을 관리하고 싶었어요. 'N잡러'로서 나는 대체 어디에 얼마나 시간을 쏟고 있고, 그 일의 효율과 나의 삶의 균형은 어떠한지 궁금했거든요.
하지만 처음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무엇을 기록하면 될지, 그걸 어떤 형태로 표현해야 한눈에 잘 보일지, 그러려면 어떤 함수 등을 사용해야 할지 몰랐으니까요. 누군가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강의를 듣기에도 부담스러웠죠.
도와줄 사람은 없으니, 대신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에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제미나이(Gemini)의 도움을 받아 다음과 같이 저만의 시간 관리 구글 시트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알고 싶은 건 투입 시간 대비 얻는 게 많은 일이니, '파이 차트'로 분석해야겠네요. 제미나이의 답변을 정리하자면, '시성비'를 파악하려면 다음과 같이 해야겠습니다.
시간 기록 작성: 구글 시트에 날짜, 활동, 시작 시간, 종료 시간, 소요 시간, 중요도, 성취도, 메모에 해당하는 열을 작성하기
데이터 시각화: 중요도별 시간 분포를 파이 차트로 표현하기
고민🤔) '사이드로 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 같아. 일과 삶의 비중을 정확히 판단하고, 일을 얼마나 줄여야 할지 알고 싶어!'
사이드로 하는 일이 아니어도, 늘 하게 되는 고민이죠. 스스로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일에 과도한 시간을 쓰게 됩니다. 균형을 지키고자, 시각적으로 각 비중을 판단하는 이정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번에도 제미나이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앞과 같은 방식으로 고민을 공유하며 무엇을 기록할지, 또 어떻게 분석할지를 물어본 결과, 다음과 같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각 활동에 "일" "N잡" "개인적인 일" "휴식" 등의 항목으로 분류하기
각 항목에 투자한 시간을 전체 시간으로 나누어 비율을 계산하기
고민🤔) '글쓰기 작업을 사이드로 가장 많이 하는데, 무한대로 시간이 들어가는 것 같다... 작업당 들어갈 시간을 좀 정해둬야 하지 않을까?'
지난해를 돌아보면 기고, 출간 원고 작성, 강의 스토리라인 작성 등 글쓰기 작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기약 없이 시간을 할애하기도 하고, 그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때도 생겼어요.
그래서 글쓰기 작업 효율을 따져보고 싶다는 고민을 전달하며 조언을 얻었는데요. 제미나이로부터 '기고 한 건당 목표로 하는 투입 시간'과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기대 수익'을 세워보라는 조언을 받아 다음과 같이 하기로 했습니다.
투입하고자 하는 시간 목표를 세우고
해당 활동에 사용하는 시간을 구체적으로 기록하기
주 또는 월 단위로 주기적으로 시간/수익 목표 달성 여부 확인하기
1단계에서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구상한 내용을 바탕으로 매일의 시간 기록을 작성해 둘 시트의 틀을 다음과 같이 완성했습니다. 이제 2단계에서 시간을 기록하고, 3단계에서 이어서 시각화를 해보려고 합니다.
캡처로 첨부한 유형 이외에도 여러 기준과 방식에 따라 대분류와 소분류의 예시를 추천해 줬는데요, 제가 의도한 방식 이외에도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참신하거나 유용한 방식도 함께 제안해 줍니다. 저는 여기서 '2. 세부 유형 분류'가 마음에 들어서 이 방식으로 분류해 보기로 했고, 다음과 같이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함수를 쓰려고 했지만, 피벗 테이블이 가장 쉬워 보여서 함수가 아닌 피벗 테이블로 구현하기로 했는데요. 이때, 제미나이의 전문가적인 면모에 놀랐습니다. 단순히 어려운 지식이나 기술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다양하게 알고 있으며 이를 시의적절하게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3) 알려준 대로 피벗 테이블을 세팅해서 연-월별 유형별 총계를 구할 수 있었고, 피벗 테이블을 다시 [차트] 기능으로 바로 누적 막대 그래프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각 유형별 들인 시간 비중을 시각화해서 보니, 요즘 제가 왜 그렇게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졌다고 느꼈는지를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전체적으로 1월 대비 2월에 사용한 시간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N잡'은 대폭 증가한 반면 '일상 생활'은 많이 감소했네요.
"N잡러" 혹은 이른바 "갓생러"의 시간은 일과 생활, 본업과 부업 사이에서 늘 균형이 무너지기 쉬운데요, 이러한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지 숫자와 그래프로 정확하고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음을 체감했습니다.
3. '월별 글쓰기 횟수, 소요 시간, 수익' 시각화하기
마지막으로 제가 매월 '글쓰기' 활동을 하는 횟수와, 각 작업당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는지, 그리고 월별 수익 목표 달성 여부를 확인하고 분석하는 표와 차트를 구성할 차례입니다. 최종적으로는 매월 목표치를 세워두고 비교하는 게 목표지만 아직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 목표인지 모르니, 우선은 현황과 추이를 살펴보기로 했어요.
1) 우선 한 달에 글쓰기 작업을 얼마나 했는지부터 정리하고자 구글 시트에 기록된 내용을 설명하면서 수식을 물어봤습니다.
"'기록' 탭의 B열에는 '연-월'이, F열에는 '방식'이, G열에는 '작업 내역'이 기록되어 있어. '방식'이 '글쓰기'인 것에 대해서 연-월별로 '고유한 작업 내역의 개수'를 구하는 구글 시트 함수를 작성해 줄래?"
그렇게 나온 답변은 바로 적용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는데요. 시트에서 참조하는 데이터가 모두 '기록'이라는 이름의 시트에 있다는 점을 반영하지 못해 바로 붙여넣기는 어려웠어요. 이럴 땐 문제가 되는 상황을 공유하면서 함수를 수정해 가면 됩니다.
약간의 재요청과 수정은 필요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미나이를 통해 함수식의 초안을 받아보는 건 유용했다고 느꼈습니다. 단순히 결과만 알려주는 게 아니라, 기능이나 함수식 너머에 있는 원리를 설명해 주기 때문이죠.
만약 이러한 원리를 설명해 주지 않았더라면 다음에도 똑같거나 유사한 문제를 풀기 위해 또다시 제미나이에게 물어보면서 이 과정을 모두 반복해야 했을 겁니다. 그러나 원리를 설명해 준 덕분에, 이처럼 한 번 해결해 익숙하게 된 부분은 제가 직접 빠르게 진행하고, 새롭게 모르는 부분을 제미나이에게 요청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일종의 제미나이와의 팀워크를 맞춰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표와 차트를 통해 월별로 N잡으로 작업한 글쓰기 횟수와 한 번 작업당 평균 소요 시간, 그리고 월별 수익의 총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쓰는 게 적당한지 처음부터 바로 목표를 세우긴 어렵죠. 3개월 정도 기록하다 보면, 평균적으로 내가 어느 정도 횟수의 작업을 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을 쏟는지 알 수 있어서 적정 수준을 잡을 수 있을 거예요.
또 매주 혹은 매월 생활을 돌이켜보면서 '이번 주에는 다른 일정이 많았더니 글쓰기를 거의 하지 못했네' 혹은 '이번 달에는 글쓰기를 많이 하긴 했는데 건당 평균 시간이 짧네. 너무 무리해서 이것저것 하느라 일을 쳐낸 건 아닌가?' 같은 식으로 회고하고, 다음 계획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익의 총합과 비교하면서 글쓰기 활동이 금전적으로는 얼마나 가치가 있는 활동인지, 투자 대비 수익 측면에서 계속 이어나가기에 적당한 활동이 맞는지 등을 검토하며 시간을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시각화까지 마친다면, 다음과 같은 대시보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한눈에 내 시간 사용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이렇게 해서 생성형AI 제미나이를 활용해 구글 시트를 통한 시간 관리를 시작해 봤습니다. 아마도 구글 시트가 이미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 글에서 제미나이가 설명해 준 함수나 기능들이 쉽게 느껴지셨을 텐데요.
중요한 건 제미나이가 단순히 함수를 대신 작성해 주는 역할이 아니라 1) 구상부터 구현까지 등 전 과정을 함께 해주고 2) 내가 생각하지 못한 더 쉬운 방법도 알려준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어느덧 2월 설날도 지나고, 정말 본격적으로 올 한 해를 열심히 살아보고자, 혹은 N잡으로 바쁜 나의 일과 생활을 제대로 관리해 보고자 시간 관리를 시도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나의 상황에 딱 맞는 템플릿은 없기에 어딘가 불편하다고 느끼거나, 그렇다고 직접 만들기에는 번거로웠던 분들이 많으셨을 텐데요.
이번 기회에 제미나이를 활용해 시간 관리를 위한 나만의 구글 시트를 만들어본다면 어떨까요? 시간을 기록하고, 이를 시각화해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더 직관적이고 객관적으로 현황을 확인하고, N잡러이자 갓생러로서 일과 생활의 효율과 균형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제가 활용해 보면서 제미나이는 특히 능숙하지 않은 툴을 사용할 때 활용하기 좋다고 느꼈습니다. 포털에 검색할 시간을 줄여주는 것은 물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게 친절히 설명해 주기 때문입니다. 막막할 때도 고민을 들려주며 대화를 나누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닥이 잡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제미나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도, 구글 시트가 처음인 분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으실 거예요. 여러분도 시도해 보시길 추천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 시간 관리 구글 시트 템플릿 🎁
참고하실 수 있도록 제미나이로 만든 시간 관리 구글 시트 템플릿(클릭)을 공유해 드립니다. 하지만 제미나이를 직접 활용하면서 나에게 딱 맞는 시간 관리 구글 시트를 처음부터 만들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