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좋아하는 광고를 만든다
💡 인터뷰 미리보기
l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이 메시지를 얼마나 파격적인 방법으로 보여줄지를 기준으로 아이데이션해요. 이 두 가지가 만나면 흥행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l 광고의 컨셉이 B급일 순 있지만, 퀄리티만큼은 B급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l 광고를 만들기 위해 혹은 재밌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하진 않아요. 오히려 관련 없는 걸 광고에 붙일 때 더 크리에이티브해 보이거든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튜디오좋, 사명이 특이해요.
이정서(이하 이🤝): 스튜디오좋(이하 스좋)은 좋대로 광고를 제작하는 회사입니다. '좋대로'라는 표현 때문에 뜻을 오해하는 분들도 있고 광고주분들이 종종 부르기 민망해하시지만, 광고주와 소비자, 팀 구성원까지 모두가 좋아하는 광고를 만든다는 철학하에 지은 이름이에요. 스튜디오좋의 핵심 철학이 담긴 사명이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팀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지, 어떤 프로젝트를 담당하셨는지 퍼블리 독자 여러분께 간단히 소개 부탁드릴게요.
이🤝: 스좋에서 3년째 AE*로 일하고 있는 이정서라고 합니다. 7년 차 기획자예요.
* Account Executive의 약자로 광고대행사에서 고객과 대행사를 연결하는 역할. 고객에게 과제를 전달받아 디자이너, 콘텐츠 제작자, 기획자 등 여러 전문가와 광고 기획, 제작 및 실행 전략 구상
스좋 내부에서는 AE를 캠페인의 선장 같은 존재로 여기는데요. 회사의 AE로서 다양한 캠페인의 선장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캠페인 기획부터 실행에 필요한 전반적인 업무를 담당하며, 광고주와 내부 구성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주로 진행해요.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대상 미원의 두 번째 서사 '바람 바람, 맛바람 미원' 캠페인과 버거킹의 '트러플♥머쉬룸 와퍼 재출시' 캠페인, 롯데칠성의 오가닉 유기농 음료 '크니쁘니와 친구들: 밥 먹을 때 유튜브' 캠페인 등이 있습니다.
백시우(이하 백🎨): 디자인 팀에서 캐릭터디자인 셀장을 맡고 있는 백시우라고 합니다.
단순히 예쁘고 잘생기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고 브랜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디자인하고 있어요. 캐릭터만 봐도 그 브랜드가 떠오를 수 있도록 브랜드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빙그레 세계관의 23명을 디자인했고, 최근 롯데칠성의 새로 구미와 삼양의 불닭 캐릭터도 대표작이에요. 캐릭터 디자이너라 인물만 그릴 것 같지만, 광고 영상에 등장하는 의상부터 소품, 배경까지 모두 디자인하고, 포스터나 콘티를 그리거나 3D 모델링을 검수하기도 합니다. 브랜드 굿즈도 디자인하고요. 넓은 범위의 디자인을 경계 없이 경험할 수 있어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윤아영(이하 윤✍️): 제작 팀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는 9년 차 카피라이터, 윤아영입니다. 광고주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잘 담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그 아이디어를 다시 소비자가 듣고 싶은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빙그레의 두 번째 캠페인과 예스24의 24주년 캠페인, 롯데칠성의 새로 구미 세 번째 시즌, 버거킹 재출시 캠페인 등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스좋만의 재미는 파격적인 시도에서 나온다
스좋 팀은 늘 개성 있고 독특한 광고로 화제를 모으죠. 특히 다양한 세계관의 광고가 인상적이에요.
이🤝: 단순히 재미만을 위해 세계관을 만드는 건 아니에요. 하나의 큰 세계관 안에 재미는 물론, 감동과 웃음 등 다양한 요소를 녹이고 있습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브랜드의 자산이 쌓인다는 점에서 세계관 도입을 선호해요. 미원의 캠페인도 광고는 실사지만, 주인공인 '미원'이 계속해서 스토리를 써 나간다는 면에서 일종의 세계관 캠페인이거든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쌓는 하나의 장치로서 세계관을 원하신다고 생각해요.
윤✍️: 세계관에 관한 아이디어를 낼 때는 팀원 모두가 그 세계가 실재하는 것처럼 굉장히 몰입해요. 본인이 만든 캐릭터에 완전히 몰두해서 함께 울고 웃으며 만들다 보니 많은 소비자가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가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마케팅에 세계관을 접목한 이유가 궁금해요. 일반적으로 스토리가 촘촘하게 짜인 광고가 많지는 않잖아요. 왜 세계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나요?
이🤝: 세계관, 스토리텔링 유형이 많은 이야기를 함축해서 담아낼 수 있는 포맷이거든요. 광고주 입장에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그걸 15~30초 광고안에 다 풀 수 없어요. 세계관을 활용하면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죠. 클라이언트를 위한 방법을 열심히 고민한 결과예요.
또, 브랜드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고 소비자가 무조건 들어주는 건 아니잖아요. 광고를 본 소비자도 재미를 느껴야 하는데, 세계관 형식을 차용할 때 소비자가 흥미를 느끼면서 광고 내용을 좀 더 오래 기억하더라고요. 광고주, 소비자 입장에서 모두 긍정적인 소재라 스토리텔링 형식을 적극 차용해요.
세계관이 있다고 무조건 재밌는 건 아닌데, 스좋 팀이 만든 광고는 계속 보게 만드는 특유의 유머가 잘 녹아있어요. 그래서 밈이 되는 경우도 많고요.
윤✍️: 회의를 할 때마다 늘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내자"라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재미'가 '웃겨야지'는 아니에요. 대표님이자 저희 팀 CD님인 남우리 CD님의 말을 빌리면
스좋이 추구하는 재미는 '파격적인 시도'에서 나와요.
남 CD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게, 브랜드가 제품을 통해 말하려는 바를 지금까지 쓰이지 않았던 새로운 방법이나 형식미를 활용해 보여주자는 거예요.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이나, 소설의 한 장면, 전시 혹은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브랜드가 사용했던 형식미가 브랜드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만났을 때 파격적인 느낌이 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아이디어 낼 때도 1) 브랜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2) 이 메시지를 얼마나 새로운 방법으로 보여줄지를 기준으로 아이데이션해요. 이 두 가지가 만나면 흥행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이고 신선한 시도가 스좋만의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완성한 많은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늘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소비자가 스좋의 광고에 공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윤✍️: 스좋의 파격적이고 새로운 시도에도 많은 소비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건, 클리셰를 적절히 사용하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버거킹의 '트러플♥머쉬룸 와퍼 재출시' 캠페인을 만들 때는 '환승연애'를 닳도록 봤어요. 어떨 때 연인이 싸우는지 열심히 관찰하면서 에피소드를 만들었죠.
빙그레의 두 번째 캠페인을 만들 때는 카카오페이지에서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다 같이 읽었고요. 어느 포인트에 바람이 나는지, 언제쯤 주인공 한 명이 죽는지 (웃음) 로맨스 판타지의 클리셰를 전부 파악하고 만드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클리셰를 적극 차용하되, 그 안에 브랜드 요소와 크리에이티브 요소를 잘 녹이는 게 포인트죠.
이렇게 클리셰를 활용하면 소비자도 익숙한 내용이라 더 쉽게 즐길 수 있거든요. 이미 아는 내용이니까 왜 웃기고 재밌는지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요. 그런 부분이 흥행에 한몫하지 않았나 싶어요.
이🤝: 빙그레 캠페인은 로맨스 판타지를 차용했고, 미원은 조연 서사, 새로 구미 캠페인은 애니메이션에서 흥행할 법한 요소를 차용했죠. 여기에 더해서 캐릭터의 매력도 중요한 요인이에요. 단순 모델이 아니라, 광고에 몰입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서사 속 캐릭터거든요. 브랜드가 하려는 이야기를 품은 캐릭터라 소비자에게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미원 광고의 모델은 김지석 배우지만, 소비자의 눈에는 그냥 '미원'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예요. 영상에서 지석 님이 빨간 집게를 꽂으면 평소 미원을 보관하던 내 모습이 떠오르는 거죠. 매력적인 브랜드 캐릭터가 있었기에 소비자가 감정을 이입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백🎨: 시대가 변하면서 캐릭터를 보는 관점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웹툰 대부분이 일상툰이었지만, 요즘은 로맨스부터 판타지까지 굉장히 다양해졌잖아요. 만화에 대한 접근도 훨씬 쉬워졌고요. 옛날에는 덕후만 보는 게 만화였는데 (웃음) 요즘은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웹툰을 즐기니까요. 그런 교집합이 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캐릭터를 쉽게 즐길 수 있게 됐고, 그래서 저희 광고도 더 흥행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스좋이 만든 광고에는 'B급 감성'이란 수식어가 자주 붙죠. 그만큼 호불호가 있는 컨셉인데, 다수의 고객이 즐거워하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어떤 점을 고민하시는지 궁금해요.
이🤝: B급 감성이라는 말이 싫지만은 않아요. A급이라는 일률적인 기준에 맞춘 크리에이티브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광고를 만든다고 생각해서요. 그래도 호불호가 나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최대한 '극호'가 될 수 있도록 소비자 사이드에서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광고에 불편한 요소가 있진 않는지, 제품이 제대로 기억에 남는지,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지 등 소비자 입장에서 직접적인 시뮬레이션을 거치며 여러 차례 아이디어를 다듬는 과정을 거쳐요. 세밀한 디테일에 신경쓰다보면 자연스럽게 다수가 즐거워하는 광고에 도달한다고 생각하고요.
광고의 컨셉이 B급일 순 있지만,
퀄리티만큼은 B급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어느 광고 평가 글에서 "A급이 B급을 해야 B급 감성이지, C급이 B급을 하면 최선을 다한 거다"라는 댓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사실 B급인데도 재미없는 광고가 많잖아요. 성패를 가르는 하나의 키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불편함의 유무가 아닐까요? 누군가를 조롱한다거나, 광고를 본 소비자가 어떤 포인트에서든 불편함을 느끼고 '진짜 B급이네'라고 느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소비자 사이드에서 계속 생각하며 정리해야죠.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퀄리티 측면에서 뒤지지 않다는 점도 중요해요. B급 감성이라도 대충 만든 느낌은 절대 아니거든요. 작화 퀄리티나 영상의 퀄리티만큼은 정말 자신 있어요. 그래서 가끔 "이렇게까지 한다고?"라는 댓글이 달리는데 (웃음) 그래서 더 웃긴 것도 있어요.
백🎨: 퀄리티의 힘에 동의해요. 새로 구미 같은 경우도 영상에 등장하는 기둥, 천장, 소파까지 모든 포인트에 브랜드의 의미를 담았어요. 특히 한복이 주된 키워드라 사전에 철저하게 고증을 하고, 그 안에서 살짝 바꿔 트렌디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많이 고민했죠. 그렇게 만들면 디자인이 새롭게 보이니까, 퀄리티는 높아집니다. 너무 멋지게 나오는데, 웃긴 거죠. (웃음) 그 간극이 주는 힘이 있어요.
윤✍️: 또 위트 포인트를 너무 일차원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해요. 광고뿐 아니라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면서, 진심으로 웃음이 날 법한 위트 포인트를 학습하려 노력하고 광고에도 녹이려 하고 있습니다.
파격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아이데이션을 진행하는 방식이 궁금해요. 예산이나 시간 같은 제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컨셉을 상상하고 기획한 뒤 커팅하는 방식도 있고, 초반부터 여러 제약을 고려해 타이트하게 안을 잡아 살을 붙이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이🤝: 캠페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후자에 좀 더 가까워요. 광고주의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는 게 대행사의 역할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주어진 예산이나 매체 등 제한 요소는 기본적으로 다 고려해요.
기본 제한 요소를 지키는 선에서 첫 아이데이션 회의를 진행하는데, 캠페인에 따라 AE와 제작팀은 물론 다양한 직군의 구성원이 참여해요. 프로젝트에 따라 디자이너가 붙기도 하고요. 각 직군에서 생각해 볼 법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첫 아이데이션 자리에서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재미있는 점이에요. 단초가 되는 아이디어가 전혀 다른 팀에서 나올 수 있거든요.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키노트로 공유되고, 본격적으로 팀원들이 의견을 나누기 시작해요. 아이디어를 내는 중간 과정이 전부 공유되는 거예요. 팀원들끼리 아이디어나 카피에 살을 붙여 가며 발전시키고, 그다음 롤을 나눠가는 구조입니다.
예산이나 일정 등은 RFP*에 있는 내용을 기조로 하지만, 아이데이션 과정에서 '이건 무조건 뒤집는다'라고 확신하는 아이디어는 중간에 광고주에게 증액의 여지가 있는지 확인하며 더 발전시켜 나가요.
* 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서의 약자
다양한 아이디어 가운데 최종 컨셉을 확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이🤝: 광고 컨셉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3가지 요소는 브랜드 에센스*, 파격, 흥행이에요. 광고주의 자산을 토대로 세상에 없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캠페인의 흥행을 책임진다는 목표로 컨셉을 정리하고 확정합니다.
* 브랜드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 차별점을 2~3개 키워드로 응축
윤✍️: 실제 영상으로 잘 풀릴 컨셉인지도 중요해요. 처음 들었을 때 '와-' 하는 컨셉도 막상 구체화하다 보면 크리에이티브하게 잘 풀리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거든요. 확정하기 전에 이 컨셉이 현실적으로 좋은 결과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체크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백🎨: 캐릭터 같은 경우는 브랜드가 담고자 하는 의도에 중점을 두고 컨셉을 잡아요. 특히 캐릭터 컨셉은 한눈에 보여지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무작정 복잡하고 화려하게 디자인하기보다 브랜드의 대표 색상이나 사람들이 그 브랜드를 봤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를 담으려 해요.
아직 특정한 이미지가 없는 신규 브랜드는 고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를 파악해 컨셉을 잡아요. 브랜드 로고나 연관된 소스를 캐릭터에 넣기도 하고요. 다양한 브랜드 캐릭터가 있는 만큼 겹치지 않는 요소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같은 RFP여도 기획 팀과 제작 팀이 보는 시선이 각각 다를 텐데, 그러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 미원의 두 번째 캠페인을 진행할 때, 굿즈 아이디어 회의만 2~3번 했어요. 제작 팀에서는 준비한 건 영화제나 전시회에서 볼 법한, 예술적인 레퍼런스에서 찾을 만한 아이디어였는데, 기획 팀에서는 극현실주의 아이디어를 준비했거든요. 전화 돌려서 수량 얼마나 되는지 체크한 (웃음) 기성품에 가까운 굿즈였죠.
결과적으로는 둘 사이의 합의점을 찾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제작했어요. 3D 모델링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하나하나 만드는 형태라 제작 수량이 30~50개밖에 안 됐는데, 그래도 그게 캠페인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판단해 진행했어요. 캠페인의 메시지를 잘 담을 수 있다면 기존 방식도 과감하게 포기하고, 구현 가능한 방법을 어떻게든 찾아 제작하는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물론 굿즈를 소량으로만 제작한다는 게 설득하기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제한된 수량의 한정판 굿즈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그럴수록 더 많은 소비자가 이벤트에 참여할 거라고 광고주를 설득했죠. 또 기성품일 때는 어떤 디자인이, 어떤 소재로 나온다는 걸 사전에 모두 말씀드렸기 때문에 디테일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광고주분들도 이해하셨어요. 캠페인 굿즈는 캠페인과 잘 연결될 때 실효성이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해 주셔서 적은 수량도 수락해 주셨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해당 굿즈에 대한 과정만 5개월 정도 걸렸으니까, 정말 오래 걸렸죠. 개인적으로는 정말 힘들었지만, 그만큼 기억에 강하게 남아요.
내부에서 아무리 반응이 좋은 아이디어라도 광고주와의 협의는 반드시 필요한데요. 광고주가 반대하는 경우는 어떻게 아이디어를 다듬어 가나요?
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철저하게 광고주를 분석해 기획안을 제안하는 편이라,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그대로 진행돼요. 기본적으로 전화, 메일로 광고주분들과 스킨십을 많이 하거든요. 광고주분들의 해석이나 예시, 우리 회사에 기대하는 바 등을 아주 세세하게 캐내려 하죠. 자주 연락하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을 최대한 잘 정리해 담아내면 성공률도 그만큼 높아진다고 봐요.
물론 그럼에도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요. 표현이 너무 세거나 낯선 경우는 특히 우려하시죠. 그런데, 크리에이티브에 기획의 의도를 잘 담기 위해서는 세더라도 나름의 말맛이 필요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는 기획팀과 제작팀 모두 서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 행동해요.
일단 기획 팀에서는 굉장히 철저하고 집요하게 광고주에게 질문해요. 정확히 어떤 부분이 우려되는지, 처음 제안한 RFP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등을 자세히 여쭤보고 상황을 분석하죠. 이를테면, 아이디어 제안 전후로 광고주의 내·외부적 상황에 변화가 있었는지, 주요 제품이나 서비스가 변경됐는지 등 의견이 갈리는 원인을 파악합니다. 이 내용을 제작 팀과 공유하면 제작 팀에서 빠르게 '해결 방안'을 제시해 줘요.
광고주가 우려하는 부분이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이라고 판단되면 제작 팀에서 광고주를 설득할 자료를 빠르게 만들어 주고, 광고주의 상황이 이해가 된다면 기존 안을 수정해요. 광고주의 피드백을 넣자니 우리만의 맛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아예 새로운 안을 만들기도 하고요. 이렇게 3가지 방법으로 정리해 나가는 편이에요. 이 과정을 굉장히 빠르게 진행하고요.
어떤 방향이든 모든 구성원은 캠페인의 '좋은 결과'를 만든다는 일념하에 움직여요. 같은 목표 아래 기획 팀은 광고주의 니즈를 캐내는 집요함으로, 제작 팀은 그에 따라 빠르게 수정하고 수행하는 행동력과 판단력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백🎨: 모든 기획에 WHY가 명확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캐릭터 디자인도 크게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 없는데요. 브랜드의 자산에서 출발한 캐릭터는 디자인의 이유가 명확하기 때문이에요. 헤어부터 의상까지 브랜드와 연관된 소스들을 많이 넣고요. 각 소스가 왜 들어갔는지가 명확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설득력이 생겨요.
신선한 아이디어를 위해선 인풋이 필수인데요. 세 분의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지, 레퍼런스는 어떻게 수집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윤✍️: 광고를 만들기 위해 혹은 재밌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콘텐츠를 소비하진 않아요. 애초에 영감을 얻으려고 하지 않아요.
오히려 관련 없는 걸 광고에 붙일 때 더 크리에이티브해 보이거든요.
아예 동떨어진 곳에서 얻은 영감을 광고에 붙였을 때 굉장히 신선해 보여요. '이걸 여기다 쓴다고?' 하는 느낌에서 오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그냥 다 열어두고 정말 좋아하는 걸 많이 보면서 즐기려 해요.
특별한 목적 없이 그냥 재미로, 순수하게 즐긴 영화나 만화 혹은 지나가다 우연히 본 글귀나 간판, 그림 같은 것들이 아이디어를 낼 때 더 크게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대신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도 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를 부지런히 즐기려 하죠.
특별히 재밌다고 생각한 것들은 메모장에 기록하거나 카카오톡 내게 쓰기로 보내놔요. 그렇게 쌓아 두면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 수 있는 저만의 보물창고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백🎨: 따로 영감을 얻는다기보다는, 평소에 지나다니면서 많이 관찰하는 편이에요. 디자인할 때 고증이 워낙 중요해서 이 물건이 어떤 구조로 움직이는지, 이런 옷은 어떻게 고정해야 핏이 잘 나오는지 등 사소한 물건부터 지나가는 사람까지 모두 관찰하는 편이에요.
관찰한 내용을 따로 기록하진 않는데요. 대신 잘 외워서 머릿속에 넣어두려 해요. 스스로 제대로 이해해야 나중에 디자인할 때 자연스럽게 반영할 수 있고 바로바로 써먹을 수 있거든요. 기록해 놓으면 찾는 데 시간이 걸리니까.
또 하나는 덕질이에요. 애니메이션, 웹툰, 웹소설, 게임 콘텐츠에 월 50만 원씩은 쓰는 것 같은데, 그렇게 즐기고 경험하면서 우리 광고에 어떤 요소를 사용할 수 있을지, 대중에게 너무 낯설지는 않은지 등을 고려합니다.
이🤝: 저도 '영감을 얻어야지'라는 기준으로 콘텐츠를 보진 않고, 오히려 평소에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직장 동료나 주변 지인들, 친구, 가족과 스몰 토크를 많이 하는데, 그 과정에서 인사이트를 자주 발견해요.
한 번은 남편과 인도 커리집에 갔는데 인도분께서 매운 정도를 신라면 기준으로 표현해 주시는 거예요. (웃음) 나중에 신라면 광고를 맡으면 이런 걸 글로벌 소재로 쓸 수 있겠다 싶었죠. 이렇게 발견한 인사이트는 따로 메모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검색해서 찾아 쓰는 편이에요.
윤✍️: 저도 남편과 영화를 볼 때 "작가가 뭘 봤길래 첫 장면이 이렇게 시작할까?"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요. 최근에 '김씨표류기'를 보는데도 "작가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타입이었을 거야. 아니다. 지하철을 타다 밤섬을 보고 저기 사람이 살면 어떨까 상상했을 거야"라는 식으로 대화했거든요. 아이데이션할 때도 이렇게 대입해서 생각하는 편이에요.
회고해야 흥행도 따라온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후에는 어떤 기준과 방법으로 회고하시는지 궁금해요.
이🤝: AE에게 회고는 당연한 프로세스예요. 결과 리포트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회고하니까요. AE로서는 KPI 달성 측면에서 정량적 지표를 통해 성과를 확인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캠페인에 대한 '찐 피드백'을 중요하게 봐요. 소비자 VOC, 타 채널에서의 언급 내용 같은 정성적인 소비자 반응이나 업계 동료가 전해주는 피드백이 진짜라고 생각해서 정량, 정성적 성과를 골고루 확인하며 회고해요.
또 커뮤니티에 직접 반응을 검색해 보며 부정적인 반응은 따로 메모해 둬요. 미처 생각지 못했던 포인트는 체크해 뒀다가 다음 캠페인에 대입하기도 합니다.
백🎨: 저도 정성적인 결과에 좀 더 집중해요. 열심히 검색하며 소비자 반응을 찾아보죠. 커뮤니티에도 들어가 보고, 유튜브나 SNS 댓글도 확인하고, 누가 공유했는지도 다 보는 편이에요.
캐릭터를 만들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아주 작은 포인트도 딱 캐치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 분들을 보면 '내가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던 게 잘 보이는구나' 생각하면서 더 디테일하게, 더 퀄리티 높게 만들고 싶어져요. 동기부여가 되죠.
윤✍️: 성과만큼 개인적으로 만족감을 느끼는 포인트가 있는데요. 주변 동료나 친구들이 제가 참여한 캠페인을 레퍼런스로 썼다고 이야기할 때 굉장히 기분이 좋아요. 최근에는 중학교 선생님인 친구가 미술 수업에 우리 캐릭터를 레퍼런스로 사용했다고 해서 정말 뿌듯했어요.
회고를 통해 얻었던 레슨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을까요? 스좋 팀이 가진 강점이나 개선하고 싶었던 점 등 위주로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윤✍️: 평소 CD님이 하시는 말씀 중에 인상적인 이야기를 모니터에 붙여 두는 버릇이 있는데, 요즘 붙여 둔 명언은 기획 의도를 담은 앞단이 크리에 명확히 들어가 있는가예요.
그동안 스좋에서 만든 캠페인들을 보면, 광고가 무엇을 의도하는지 소비자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요. 미원의 '맛바람' 캠페인은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린다는 게 너무 잘 보이고, 예스24의 캠페인도 책의 다양성을 4가지 장르로 구현해 명확하게 보여줬죠.
막상 아이디어를 풀다 보면, 앞단에 기획 의도를 잘 써놓고도 영상 안에는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기획 의도를 명확하게 담아야만 흥행할 수 있다는 기조를 늘 가져가려 해요. 아이데이션할 때도, 스스로 아이디어를 검열할 때도 항상 그 기조에 두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일에서 좋은 결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잘 극복하는 것도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이🤝: 끊임없이 누군가를 설득하고 이야기해야 하는 역할이라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하고, 또 그만큼 어렵다고 느껴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처럼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 방법이나 상황에 따라 오인지되지는 않을지, 상대의 감정이 상하진 않을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AE 팀 국장님께서도 항상 문서를 읽는 사람이 무엇을 궁금해할지 생각하며 워딩을 다듬으라고 말씀하시거든요. 상대의 관점에서 읽어보면 '이 내용은 빼도 되겠다. 이 부분은 더 궁금해하겠구나'라는 게 정리가 돼요.
대화에도 똑같이 대입할 수 있어요. '내가 제작 팀이라면 이 일정을 이렇게 전달했을 때 수용할 수 있을까? 내가 광고주라면 지금 이 말이 너무 방어적으로 느껴지진 않을까? 다른 보완 방법을 함께 제시하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많이 고민해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걸 훈련하는 거죠. 이 일을 오래 하려면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체득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백🎨: 덕후 문화를 소비하는 입장에선 익숙한 클리셰가 일반인 기준에서는 굉장히 새로운 시도일 때가 있어요. 그런 간극이 어렵지만, 뭐 어쩌겠어요. 제가 이미 덕후인걸. (웃음) 그래서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물어보며 해결하고 있어요. 소비자 입장에서 신선한지, 이해가 잘 되는지 등 동료들의 시선을 빌리곤 합니다.
윤✍️: 게임이나 자동차 같은 전혀 모르는 분야나 평소 즐기지 않던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내야 할 때 어려움을 느껴요. 관심이 없는 분야에는 특히 몰입하기 어려워서 인사이트를 찾거나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공감하기가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나 같은 소비자도 공감할 수 있어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면서 일하려고 노력해요. 평소 그 분야에 관심 없는 사람 입장에서, 팀원들과는 또 다른 시선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좋 팀이 생각하는 좋은 크리에이티브
좋은 크리에이티브는 무엇일까요? 광고 기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도 함께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윤✍️: 내가 만들면서 즐거운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영감을 주는 좋은 크리에이티브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희 직업이 예산이나 시장 상황 등 여러 가지로 챌린지를 많이 받는 직업이라 그만큼 위축되기 쉬워요. 계속 스트레스를 받으며 불평하다 보면 점점 캠페인에 대한 열정도 식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죠.
코미디언 박명수 님이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고 하셨잖아요. 힘든 상황이 생겨도 결국 해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어려움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심의 상, 술 광고에서는 노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노래가 없는 노래"라는 크리에이티브 테마로 활용한 새로구미 캠페인처럼, 제한 요소를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용해 볼 수도 있죠.
팀원들과 애정을 가지고 함께 으쌰으쌰 했을 때 결과도 늘 좋았어요. 담당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해요.
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좋은 크리에이티브라 생각해요. 꼭 거창한 캠페인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크리에이티브로 인해 소비자가 즐거움을 느끼거나, 새로운 가치를 깨닫거나, 일상이 편리해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해줄 수 있다면 그것이 좋은 크리에이티브라고 생각합니다.
백🎨: 저도 비슷한데, 사람들이 '그때 그 광고 재밌었지' 하며 가끔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에 한 번 더 볼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기억에 오래 남는 광고를 만들고 싶어요.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고 싶은 분들께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회사에서 이것부터 시도해 보세요'라고 추천할 만한 게 있다면요?
백🎨: 항상 존재한 것들, 너무 당연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들을 먼저 관찰해 보세요. 잘 관찰해 머릿속에 넣어 두면 그걸 바탕으로 캐릭터와 디자인이 만들어질 거예요.
이🤝: 제안서가 아니라, 완성된 크리에이티브를 보면서 기획 의도를 파악하는 훈련을 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크리에이티브를 보며 '왜 이런 스토리를 담았을까? 어떤 의도로 이렇게 연출했을까?' 고민해 보고 기획 의도를 한 줄로 정리해 보세요. 스스로 분석한 내용이 제안서의 기획 의도와 다를 때는 어떻게 다르게 해석했는지, 어떤 방향을 놓쳤는지 한 번 더 복기해 보고요.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윤✍️: 저는 공상이 버릇이에요. 식당에 있는 낙서를 보면서도 누가, 왜 썼을지 상상하죠. 주변 카피라이터들도 습관적으로, 무의식중에 상상을 이어가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과정이 아이디어를 낼 때 논리를 세우는 흐름과 비슷하게 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일상에서 공상을 많이 해보셨으면 해요.
👀 바쁘다면 이거라도!
- 광고 컨셉 결정할 때 브랜드 에센스, 파격, 흥행 요소를 고려하자
- 파격적인 광고 만드는 노하우
- 브랜드 메시지를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주기
- 아예 관련 없는 요소, 전혀 다른 장르를 광고에 붙여보기
- 흥행하는 광고 만드는 비결
- 소비자가 쉽게 알아차릴 수 있게 기획 의도 명확하게 담기
- 모두가 알 법한 클리셰 차용해, 브랜드 요소 잘 녹이기
- 매력적인 브랜드 서사 속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