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Editor's comment

미리보기 3화와 4화를 통해 공개되었던 글이 일부 수정되어 최종 보고서의 Section 2로 포함되었습니다.

콘텐츠 생산과 콘텐츠 유통의 구분, 포맷과 채널의 경계는 희미해지고 산업 전체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필요한 시기다. 과거에 콘텐츠와 미디어, 포맷을 결정했던 문지기들은 점차 힘을 잃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책 산업은 어떤 지평에 놓여 있을까? 이런 시기에 프랑크푸르트 북페어를 통해 책 산업의 현재를 가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책은 콘텐츠/미디어 산업의 격변 앞에 가장 천천히 변하고 있는 산업처럼, 혹자에게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산업처럼 보인다. 그러나 책이 역사의 기록과 함께 살아남아 온 정보와 스토리 전달의 포맷이자 미디어라는 사실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특히 시의성이 훨씬 중요하게 작동하는 신문 및 잡지에 비해, 완결적 형태로 정돈된 정보를 제공하고, 심도 있게 서사화된 스토리를 전달하는 책은 디지털과 모바일의 거센 폭격 아래서도 그 규모를 어느 정도 방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서점의 귀환


가치사슬의 첫 번째 분화는 끝났나?
 

출판업의 전통적인 가치사슬은 아래와 같았다. 우리 대부분에게 무척 익숙한 그림이다.

(1) 저자는 글을 써 콘텐츠를 만들고
(2) 출판사는 그 콘텐츠를 엮어 물리적인 책으로 '제조'하면
(3) 서점은 그 책을 받아 유통하고
(4) 독자는 읽는다.

전통적인 책 산업의 가치사슬 ©제현주

위와 같은 전통적인 가치사슬의 첫 번째 분화는 온라인 서점의 등장에서 시작되었다. Amazon으로 상징되는 온라인 서점의 등장은 가치사슬의 유통 부분, 바로 서점업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가치사슬의 첫 번째 분화: 온라인 서점의 등장 ©제현주

Amazon이 등장하고, 그에 맞서 Borders와 Barns & Noble(이하 'B&N') 등 책 산업의 유통 거인이 공격적인 확장으로 반격하면서, 지역의 독립서점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상장회사였던 Borders나 B&N는 성장잠재력이 훼손되지 않았음을 자본시장에 납득시켜야 했고, 그 때문에 이길 수 없는 게임에 발을 들였다. 결국 Borders는 백기를 들었고, B&N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독자를 놓고 경쟁하기에 앞서 투자자를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장회사가 피하기 어려웠던 결과였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