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티셔츠의 탄생

💡 10분 안에 이런 걸 알려드려요!

  • 김씨네과일을 시작한 계기와 도전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 귀엽고, 자연스럽고, 재미 있고, 진심으로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 남을 평가할 시간에 실패를 반복하며 한 발짝씩 나아가는 마인드

* 본 콘텐츠는 2023년 7월에 발간된 〈김씨네과일〉을 퍼블리의 시선으로 발췌해 구성한 것입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에 노력이 필요하다고?

ⓒ필름

2019년 2월, 나는 대학교를 졸업했고 어디로 가야 할지를 정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전공인 광고를 살려서 업계에 취직을 하거나, 내가 좋아하는 티셔츠 작업을 이어가면서 프리랜서의 길을 가느냐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열심히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했다. 나름 자신 있게 1차 발표를 기다렸다. 한 번쯤 만나서 이야기 들어볼 가치는 충분한 사람이라고 평가받으리라 생각했다.

 

결과는 탈락이었고 나는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불합격이 나에게 다가온 순간, 나의 모든 것이 오기로 변했다. '취업하는 게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도 아닌데, 이것도 더 노력이 필요하다고? 그럼 차라리 내가 좋아하는 일 하지 뭐.' 그렇게 지금의 길로 첫발을 떼게 되었다.

 

오기가 결심으로 바뀐 지 3년이 지났지만 갖고 싶었던 티셔츠 인쇄 기계를 구매할 능력이 없었다. 결국 가족의 도움으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기계를 구매했다. 기계 성능 테스트 겸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티셔츠에 인쇄하고 싶은 이미지를 알려주면 바로 인쇄해서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중 한 명이 토마토를 이야기해서 인쇄를 해보니 왜 이렇게 귀여운지. 언제 한번 시리즈로 만들어봐야지 생각했다. 어느 날, 이전 한 촬영에서 인연이 됐던 GQ 에디터에게 연락이 왔다. 곧 플리마켓을 열 건데 참여할 생각이 있냐고 했다. 마침 일이 없던 차라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토마토가 떠올랐다. 저번에 생각했던 시리즈를 만들어야지. 

 

채소를 할까, 과일을 할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과일이 더 사랑스러울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내가 주로 이용하는 유료 이미지 사이트가 있다. 그곳에서 과일을 검색했다. 무수한 과일 이미지들 중 마음에 드는 것들을 골라냈다. 그때 콘셉트를 정했다. 디지털 세상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먹지 못하는 과일. [Kim's Digital Fruits] 과일 이름 뒤에 'png'라는 파일명을 그대로 그래픽에 옮겼다. 너무 귀여웠다.

 

기계가 있으니 바로 흰색 티셔츠에 뽑아봤다. 너무 귀여웠다. 플리마켓이니까 재밌게 팔고 싶은데.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까. 과일은 보통 바구니에 넣어서 파니까 나도 바구니에 담아서 팔아야겠다. 택배로 시킨 빨간 바구니와 노란 바구니가 작업실에 도착했고, 인쇄한 키위 티셔츠를 빨간 바구니에 처음 담아 보는 순간 완벽한 귀여움을 느꼈다.

 

플리마켓에 몇 번 참여해본 바로, 담아갈 봉투를 판매자가 준비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내친김에 검은 봉지를 떠올렸다. 하지만 큰 고민이 됐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성의 없어 보이지 않을까. 일반적인 티셔츠 포장에서 사용하는 OPP 비닐과 검은 봉지 중에 깊은 고민을 했다. 결국 검은 봉지를 준비해서 플리마켓에 나갔다.

 

수염이 있고 세련된 한 남자가 첫 손님으로 왔고 나는 티셔츠를 돌돌 만 뒤에 슬쩍 눈치를 보고 조심히 검은 봉지에 담았다. 순간 그 손님이 웃음을 터뜨렸다. 굉장히 긍정적인 느낌이었고 나는 속으로 '됐다. 이거 맞다'라고 말했다.

 

나를 찾아오던 마니아층이 주를 이루던 평소 고객층과 다르게 지나다가 우연히 본 사람들이 티셔츠를 계속해서 구매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결국 플리마켓이 끝나기 전에 가져왔던 재고 약 100장을 판매하고 가장 먼저 장사를 마쳤다. 뭔가 느낌이 좋았다. 뭔가 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기계를 산 지 한 달 만인 5월 15일이었다.

ⓒ필름

우리는 매일 기획한다

김씨네과일은 하나의 콘셉트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놓은 집약체이기도 하다. 시장을 좋아하고 시장 어른들의 소통 방식을 좋아했기 때문에 내 나름의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 과일 가게, 어르신들의 소통 방식을 재해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