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제가 한 걸 마음대로 고쳐서 보내요?”

💡 10분 안에 이런 걸 알려드려요!

  • 이불 킥 팀장에서 존경받는 리더로 성장한 카카오 기획자가 알려주는 
  • 팀원의 업무 성숙도에 근거한 위임의 3가지 레벨 판단법(+ 위임 레벨 설정 템플릿🎁 제공)
  • 위임 레벨을 내가 관리하는 조직에 적용하는 현실적인 노하우

저자 이준 

카카오 플랫폼 기획자 > 프로필 더 보기

'드디어 세상이 내 재능을 알아봤구나.'

케빈은 사회에 나온 지 5년 차에 팀장으로 이직했습니다. 괜찮은 회사에 팀장으로 들어온 자신이 자랑스러워요. 명함도 만들고, 링크드인 프로필도 고치고. 이제 폼나는 팀장의 삶이 시작되겠지? 상상합니다.

 

회의를 열고 업무를 나눠줍니다. 세상에, 매니징이 천직이었나 봐요. 이게 이렇게 재밌을 수가 없는 거 있죠. '이제 조직원들이 알아서 잘하겠지?' 보고받을 일정을 기다려 봅니다. 그런데, 어라? 처음 보고를 받은 내용이 조금 이상하지만, 한 번 더 기다리기로 합니다.

 

하지만 다음 리뷰에도 별로 변화가 없는 상태를 또 봅니다. 세 번쯤 반복하니 케빈은 화가 나요. 당장 중요한 논의에 가져갈 자료인데 결국 끝까지 제대로 된 결과물이 안 나왔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처음부터 맡기지 말았어야 했는데.

 

오늘은 금요일, 최종 자료 송부일은 월요일. 주말밖에 시간이 없어요. 조바심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하지만 부임하자마자 주말에 일을 시킬 정도로 못된 팀장이 되고 싶지는 않죠. 그래서 토요일에 혼자 회사에 나옵니다. 담당자가 작업했던 파일을 열고, 한숨을 쉬며 여기저기 고치기 시작합니다.

 

'아니 이건 대체 왜 이렇게?' 무슨 의도로 만든 자료인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시간이 없죠. 토요일은 그렇게 회사 소파에서 자고 다음 날까지 매달려서 겨우 뭔가 만들었습니다. 관련자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느즈막이 집에 갑니다. 케빈은 혹시나 이것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날, 분위기가 별로일 거라 예상은 했지만 예상보다 더 안 좋아요. 케빈이 담당자를 불러서 이러저러해서 내가 수정해서 보냈다고 설명합니다. 유감이지만 급했다는 말도 함께 붙이고요. 나름 최대한 참고 표현을 한 거죠. 사과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한 말을 듣습니다.

"왜 제가 한 걸 마음대로 고쳐서 보내요?"

적반하장입니다. 케빈은 당황합니다. '적지 않은 연차이니 주도적으로 해보라고 충분히 기회를 줬고, 결국엔 제대로 되지 않았으니 주말에 내가 해결(?)해줬는데 이게 지금 할 소리야?' 속으로 한 생각인데 어디까지 이야기했었는지 모르겠네요. 케빈의 행복한 팀장 상상은 여기까지. 이후로는 지독한 매니지먼트 문제에 휘말립니다.

위임은 내가 아는 그런 달콤한 게 아니었다

탕비실에서 대충 저런 전개의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죠? 혹은 직접 경험하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이건 사실 제 이야기입니다. 네. 제가 엄청나게 미숙했죠. 저 사건은 영원한 제 이불킥이니까 더 거들지 않으셔도 돼요. 방금 저 일화를 글로 쓰면서도 스스로 머리를 뜯고 있었다고요.

 

저 사건을 단순하게 보면 '미리 똑 부러지게 말을 했다면', '직접 고치기 전에 알려줬더라면' 해결됐을 일일 거 같죠?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죠. 그때부터 저는 조직개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그 사건이 위임 레벨의 문제에서 발생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위임은 스위치처럼 '한다, 만다'로 끝나지 않아요. 위임의 정도를 다루는 '레벨'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위임을 하더라도 많이 위임할 수 있고 적게 위임할 수 있죠. 각 레벨에서 어디까지가 매니저의 권한이고 조직원의 권한인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유효한가, 이 레벨은 어떻게 평가하는 게 맞을까.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이 위임 레벨에 있습니다.

 

위임 레벨은 매니저와 팀원들 간의 업무 관계를 조율하고, 자율과 책임을 균형 있게 조절해줄 수 있어요. 매니저는 위임 레벨을 통해 팀원들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고 조직 성과를 향상할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됩니다. 물론 매니저 자신도 구해주죠. 

 

이번 아티클을 통해서는 제가 커리어의 여러 흑역사를 남기며 경험한 위임 레벨과 적용법을 알려드릴게요.

잠깐, 위임하기 전에 ‘업무 성숙도’를 알아야 해요

저는 아래 두 가지에 영향을 받아 저만의 위임 레벨을 개발했습니다.

  • 앤디 그로브의 업무 성숙도(TRM: Task Relevant Maturity)
  • 매니지먼트 3.0의 델리게이션 포커(Delegation Poker)

업무 성숙도를 먼저 살펴볼까요? 업무 성숙도라는 개념은 인텔의 전설적인 경영자 앤디 그로브가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에서 설명한 개념입니다(세상에, 제목부터 너무 호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