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에게 초반 50일은 매우 귀한 시간이다. 초반에 어떤 기세로 판을 구성하고 장악하느냐가 장기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뒤에 고치는 것이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초반이 중요한 이유를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팀장이 새로 부임하는 순간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경영자, 담당 임원, 팀원, 타팀 팀장들까지 새로운 팀장의 등장에 큰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때 하는 행동들은 강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다. 영향을 미치는 농도가 짙다.
둘째,임기 초반에는 많은 힘을 실어 주기 마련이다. 팀장을 바꾸거나 팀을 새로 만들 때는 조직의 기대와 의도가 깔려 있다. 때문에 그 기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기대를 실현하기 위한 제안을 했을 때 힘을 실어주지 않을 수 없다.
셋째,추진 모멘텀의 형성이다. 초반에 진행하는 일들에 지지를 얻기 시작하고, 실행이 되고, 문제가 풀리기 시작하면, 그 이후에 추진하는 일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 팀장 부임 첫 50일 체크리스트 미리보기
✅ 우리 팀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 알아가기 : 팀원, 상사, 주변 팀장, 고객
✅ 팀에 불필요한 요소 제거하기
✅ 신속하게 업무 파악하기 : 전임 팀장 인수인계, 업무 보고/자료 스터디 등
✅ 팀 운영 방안 수립하기
팀 운영 방안 수립법 미리보기 ⓒ장윤혁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이 처음 부임할 때의 예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처음 부임하면 국민들로부터의 기대감이 매우 높다. 감독을 선임한 것이 축구 협회이니만큼(상사) 축구협회도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감독이 성공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때 감독이 원하는 것은 대부분 들어준다. 외국 감독의 경우 코치나 비디오 분석관 등 필수 참모를 함께 데리고 오기도 하고, 팀 선발에 있어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그리고 팀 문화를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도 초반의 액션(action)들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감독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잘 따르려고 집중하는 때가 이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초반 50일은 팀장에게 매우 귀한 시간이다. 따라서 팀장에 부임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상황마다 천차만별이겠지만, 보통 한 달, 적어도 2주의 시간은 주어질 것이다.
나는 그동안 7번 정도 새로운 팀을 빌드업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체계적으로 접근했다기보다는 그때 그때 본능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활동들을 했기 때문에 돌아보면 매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여 시도한 활동 중에 효과적인 것들을 중심으로 팀을 처음 맡으면 어떤 일을 놓치지 말고 해야 하는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이미 50일이 한참 더 지났다고 해도 관계없다. 초반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나 늦게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하나하나의 활동을 점검해보자.
Check 1. 우리 팀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 알아가기
1. 팀원: 팀장 스스로 먼저 소개하기
팀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자'를 꼽으라고 하면 누굴까? 난 망설임 없이 팀원을 선택할 것이다.
팀장은 팀으로 성과를 내는 사람이다. 때문에 팀원들과의 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인사를 한 후에 가능하면 빠른 시간 안에 본인을 소개하는 미팅을 잡는다.
가능하면 자세하게 본인에 대해 오픈하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인 것부터 커리어적인 부분까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팀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이때 하나의 방법으로 모노로그를 활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이는 개인의 역사, 좋아하는 것, 가치있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인데, 자세한 사항은 〈팀워크는 단순히 친해지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를 참고하면 좋다.
'처음부터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팀원들은 당신을 매우 궁금해한다. 그만큼 매우 큰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초기에 가까워지는 기간을 단축한다. 내가 마음을 연 만큼은 아니겠지만, 그에 비례해서 당신에게 마음을 열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팀원들이 부담이나 압박감을 느끼지 않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팀장이 자기소개를 하는 것이나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의 이유를 상세하게 이야기해준다. 이때 절대 내 생각을 고집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나에 대해서 잘 알아야 팀원들이 더 쉽게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런 시간을 가진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언제든지 편하게 이야기해주기를 당부한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한 후에는 본인의 리더십 철학, 팀 운영 철학을 공유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간단하게라도 이 부분을 정리해 공유한다. 팀원들로 하여금 '팀장의 스타일'에 대해서 이래저래 추측하는 노력을 줄여주기 위해서 명확하게 이야기해준다. 예를 들면,
[예시] 리더십 철학, 팀 운영 철학 공유
저는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끊임없이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기도 합니다.
일을 하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역량을 모두 성장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일을 통해 미래의 우리의 가치를 올리는 과정이 일의 목적입니다.
➡️ 개인의 성장 없이 회사의 성장이 있을 수 없고, 회사의 성장 없이 개인의 성장도 있을 수 없다. 기업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뛰어난 인재가 기업을 성장시킨다. 우리 모두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고, 잠재력을 실현해 나아가는 과정이 성장이다.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자극, 성장할 수 있는 일, 혁신, 노력, 가슴앓이다. 뛰어난 사람과 함께 일해야 배울 수 있다. 기획만 하면 안 되고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로 성장한다.
또 근육을 키울 때는 자극뿐 아니라 휴식도 필요하다. 적절한 휴식은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저는 인간은 자유롭고 주도적으로 일할 때 최고의 성과를 낸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입니다.
시킨대로 하면 딱 그 경계까지만 일합니다. 하고 싶다가도 누가 하라 그러면 하기 싫어지는 게 인간입니다. 해서 일할 때 자유를 보장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 회사를 위해서 일하지 말고, 팀장을 위해서 일하지 말고, 나를 위해 일하자.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할 때 인간은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낀다. 일은 나를 위해 하는 것이다.
인재는 통제보다 자유를 선호한다. 가능하면 근무 시간, 장소, 업무 방식 등 형식으로 통제하지 않겠다. 이때 진정한 효율이 나온다. 세세한 것까지 관리하지 않고 최대한 맡기고 가능한 한 기다리겠다.
팀장은 의사 결정을 최대한 빨리하고,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진다. 인재가 자유롭게 일하는 데 장애물을 제거해주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저는 팀원 여러분을 모두 우선적으로 덮어놓고 믿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는 모두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고, 충분히 성숙하며,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인재라고 가정하고 일을 할 것입니다
➡️ 팀장과 팀원은 동등한 존재다. 다만 역할이 다를 뿐이다. 팀의 비전, 미션, 해야 할 업무 등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과정을 팀원들과 함께한다.
(인사나 개인사 관련 등 민감한 정보를 제외한) 모든 정보를 가능한 한 투명하게 공개한다. 서로의 발전을 위한 오픈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팀장은 항상 제안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 있을 것이다.
나에 대한 소개가 끝나면 팀원들과 아래 주제로 1:1 미팅을 진행한다. 질문을 미리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본인이 걸어온 커리어
단기, 중장기로 나누어 앞으로 하고 싶은 일
팀장이 알고 있어야 할 개인사
팀이 지금까지 잘해온 것, 개선해야 할 부분
팀이 앞으로 해야 할 일, 미션에 대한 의견
현재 팀워크를 저해하는 요소(관계), 개선해야 할 부분
2. 상사: 지원을 받기 위한 핏 맞추기
상사는 팀원 다음으로 중요한 내부고객이다. 확장하면 상사도 팀이다. 상사의 지지와 지원 없이 조직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상사와 핏(fit)이 맞지 않으면 여러 사람이 피곤해질 수 있다. 이러한 핏은 스타일이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노력으로 메꿀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초반에는 상사와 1:1 미팅을 자주(1~2주에 한 번, 1시간) 진행하는 것이 좋다. 상사가 먼저 이야기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요청한다. 대부분의 상사는 요청하지 않기도 하는데, 먼저 제안하면 함께 의견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좋아하는 편이다.
첫 한두 번의 미팅에는 아래 주제로 이야기하고, 그 이후에는 일의 진행 상황, 팀 운영상 업데이트 혹은 이슈에 대한 논의 등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팀이 잘해왔다고 생각하는 부분과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부분
팀의 미션, 조직 내에서 해줘야 하는 역할
올해 남은 기간 중점적으로 했으면 하는 업무
나를 팀장으로 선택한 이유
나에게 기대하는 것
팀원들의 역량과 태도에 대한 생각
정기 보고 형식 및 주기
3. 주변 팀장: 친목 아닌 업무적 조력자 되기
주변에 함께 일을 많이 할 팀장님들과 티타임을 한다. 예를 들어, 전략팀장으로 부임했다면 재무팀 및 인사팀, 마케팅팀장으로 부임했다면 영업팀과 IT팀, 상품개발팀장으로 부임했다면 연구개발팀장과 마케팅팀 등이다.
조직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드물다. 거의 모든 일에 협업이 필요하다. 협업에 있어 관계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주변 핵심 팀장들과 관계를 쌓아 놓자. 이때는 아래와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중심으로 질문하고 파악하면 좋다.
우리 팀에 기대하는 바
그동안 팀을 운영하며 좋았던 것과 아쉬웠던 것
지금 해당 팀에서 가장 중요하게 추진하고 있는 업무와 그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점
그 팀의 핵심업무가 잘 되도록 도와주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관계 형성에 효과적인 것이 없다.
나의 경우 새로운 조직에 새롭게 팀장으로 부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배타적이고 방어적인 팀장님들이 있었다. 그분들의 마음을 사는 데 효과적인 것은 같이 밤새 술을 먹는 것이 아니더라. 그것보다는 그 팀장님이 고민하는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업무적으로 도움을 주었을 때 효과가 가장 좋았다.
내가 전략팀장일 때는 현업 팀들이 의사결정 받고 싶으나 어려워하는 문제들을 도왔다. 분석을 도와주거나, 자료를 도와주거나, 다른 팀과의 의견 조율을 해준다거나, 보스에게 이야기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을 대신 보고해 준다거나 하는 식이었다.
SCM(물류)팀장일 때는 필요한 제품을 빨리 구해 준다거나, 제품의 운송 상황을 오픈해서 공유한다거나 하는 등의 지원을 했다. 나에게 업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팀장을 싫어할 사람은 많지 않다.
4. 주요 고객: 직접 만나 생생한 소리 듣기
주요 고객을 만나는 것도 중요한 시작이다. 특히 매출 비중이 크거나 전략적으로 중요한 고객들이라면 부임하고 바로 만나는 것이 좋다. 그동안 불편했던 점이나 앞으로의 기대사항에 대해서 가볍게 티타임을 가지며 논의하자.
Check 2. 팀에 불필요한 요소 제거하기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 히딩크 감독은 부임 초기에 "명보!", "선홍!" 등 아무리 선배라도 운동장에서만큼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게 했다.
식사를 할 때도 이전 같으면 고참은 고참끼리, 나이 어린 선수는 어린 선수끼리 먹던 문화를 바꿔 섞어서 먹게 했다. 수직적인 문화가 성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내린 조치였다.
이런 식으로 눈에 보이는 명확한 개선 사항이 있다면 바로 실행한다. '변화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서다.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 없애기
불필요한 업무 줄이기(아무도 보지 않는 서류작업, 의미 없는 당직근무 등)
회의 생산성 높이기(주제 미리 공유, 끝나면 바로 합의사항 공유)
회식 줄이기
퇴근 눈치 보지 않게 하기
근무 환경 개선하기(듀얼 모니터, 오래된 노트북 교체 등)
'아, 변화가 가능하구나! 앞으로도 가능하겠구나!'라고 피부로 느끼게 되면 조직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돌기 시작한다. 팀원들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 내는 힘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첫 바퀴를 굴리기 위해서 쉽고 빠른 변화를 만들어 보자.
Check 3. 신속하게 업무 파악하기
당연한 이야기지만, 최대한 빠르게 업무를 파악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상사와 팀원들에게 신뢰를 얻는 길이기도 하고, 초반 전략 수립과 팀 운영방안 수립, 향후 성과 창출을 위해서 필수적인 과정이다.
2~4주 안에 주요 줄기는 파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자료 공부, 전임 팀장, 상사, 팀원, 주변팀, 업계 전문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자.
1. 전임 팀장과의 인수인계
우선 전임 팀장과 아래 주제를 가지고 폭넓게 대화를 나눈다. 지금까지의 노력과 성취에 존경을 표하고, 남은 팀원들을 위해 최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을 정중하게 요청한다.
팀의 핵심 업무
주요 성취·업적
올해 남은 핵심 업무
중장기로 계획했던 업무
현재 R&R(Role&Responsibilities) 및 조직 구조, 충원 계획
팀원들의 특성, 장점, 개선할 점, 커리어 목표
팀원 간의 관계(특별히 서로 가까운 팀원, 갈등이 있는 팀원)
회사 조직, 주요 이해 관계자, 팀 간 관계
상사의 특성, 원칙, 철학, 가치관, 주의할 점
만약 전임 팀장에게 인수인계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기존 팀원들 중에 가장 연차가 높거나 팀에 오래 있었던 팀원들을 통해 정보를 파악한다.
2. 확인해야 할 업무 리스트 작성
전임 팀장과의 인수인계를 바탕으로 팀을 위해 확인해야 할 본인만의 상세 스터디 리스트를 작성한다.
핵심 지표
전사 목표(매출·수익·시장 점유율 등), 전략 방향성, 주요 추진 과제
사업부 목표, 전략 방향, 주요 추진 과제
팀 목표, 핵심 지표(KPI)
전사·사업부·팀 지표 현황 및 과거 3개년 지표 결과
산업·경쟁사 동향
주요 유관팀 목표 및 핵심 활동 과거·현황·계획
뼈대를 만들어 놓고, 아래 과정을 진행하면서 리스트를 늘려간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중요한 것부터 파악한다.
3. 업무 자료 스터디 & 팀원으로부터 디테일 보고받기
각 팀원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업무 보고를 받는 것이 좋다. 권위적으로 보일까 봐 걱정될 수 있으나 어떤 표현을 쓰든 간에 반드시 초기에 진행해야 할 활동이다. 일을 빨리 파악해야 팀원들에게도 덜 민폐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개개인의 실력과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 최대한 자세히 개개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공유받는다.
주요 업무 배경(왜 그 업무를 하고 있는지)
주요 업무의 목표(성공의 정의)
주요 업무 현황 및 계획
이슈 사항
업무 진행을 위해 팀장이 지원해줘야 하는 것
또한 위에서 작성한 리스트에 해당하는 자료들은 최대한 구할 수 있는 데까지 구한다. 전임팀장이 가장 중요한 소스(source)가 될 것이고, 상사, 팀원들, 주변 팀장들에게도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요청해서 공부하자.
이때 사업에 중심 지표가 되는 핵심 숫자는 요약해서 외우는 것이 좋다. 핵심 숫자를 외워 놓으면 구조적인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예를 들면, 회사의 매출, 사업부별 매출, 사업부별 매출 총이익, 영업이익, 고객 숫자, 유형별 시장 크기, 시장 점유율 등의 숫자이다.
초반에 사람도 많이 만나고 미팅도 많아서 공부할 시간이 없겠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팀장은 계속 힘들게 살아야 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초반에는 강도 높게 일을 흡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뒤에서 밸런스를 찾을 수 있다. 전체로 보면 이게 더 효과적이다.
4. 현장 방문
만약, 사업이 오프라인 매장/지점을 토대로 이루어진다면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현장에서 보고 들으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또 다르기 때문에. 한 번 직접 본 것과 간접적으로 공부한 것과의 차이는 크다. 어느 정도 전체적인 그림이 파악되었다면 주요 사업장과 고객을 돌아보자.
사업장과 고객 현장의 수가 많다면 우선순위를 매기자. 과도한 현장 방문은 초반 스터디에 필요한 시간 확보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유형별로 중요한 현장 위주로 돌아본 후에 전체 현장 방문은 초반 50일 뒤로 미룬다.
Check 4. 팀 운영 방안 수립하기
어느 정도 업무에 대해서 공부가 되고, 상사·팀원·주변 팀장들의 기대 사항이 파악되면 팀 운영방안을 수립하자. 상사가 먼저 시키지 않아도 이것은 실질적인 팀 운영을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다.
또한 먼저 주도적으로 체계적인 팀 운영계획을 세워 상사 및 팀원들과 공유하면 신뢰를 얻고 불안감을 낮출 수 있다.
팀 운영방안은 가급적이면 팀원들과 함께 워크숍을 통해 수립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럴 상황이 안 된다면, 먼저 팀장이 기획한 후에 팀원들과 미팅을 통해 조율하는 시간을 가진다.
1. WHY: 팀 미션 정의
팀 운영 방안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팀 미션 정의다. 보통 팀의 미션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인사팀은 채용·평가·보상, 재무팀은 마감·분개·예산·기획 등 기능만 정의되어 있는 식이다.
팀의 존재 이유 및 중장기 목표에 대해서 명확한 그림이 있으면 팀 운영 계획을 세우기가 용이하다. 이를 통해 팀원의 역량을 한 점으로 집중시킬 수 있고, 회사 및 상사와의 기대 수준 및 방향을 정렬할 수 있다. 아래는 팀 미션의 예시이다.
[예시] 팀 미션 정의
사업을 리드할 수 있는 업계 최고 수준의 인재를 영입하고 육성한다.
사업의 목표를 숫자로 정의하고, 그 추진 과정에서의 성취와 부족의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해내며 그에 대한 대응책을 수립함으로써 사업의 질적 성장을 주도한다.
5년 안에 전사 매출액 대비 50%에 해당하는 새로운 사업을 개발해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모험 정신을 회사 전체에 심어낸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회사의 온라인 전환을 리드한다.
신흥국 고객들에게 혁신적인 건설기계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삶의 질을 올리는 데 기여한다.
미션, 즉 WHY에 대한 논의를 마쳤으면 WHAT과 HOW에 대해 논의할 차례다. '팀의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는 과정이다.
2021 업무 돌아보기 ⓒ장윤혁
먼저 지금까지 팀이 해왔던 일들을 모두 나열한다. 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많은 에너지를 쏟아온 것부터 적는다. 이 중에 '계속할 것'과 '중지할 것' 그리고 '새로 시작해야 할 것'에 대해서 논의한다. 기준은 팀의 미션이다.
미션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 활동은 과감하게 정리하거나 줄인다. 미션 달성을 위해 새롭게 더해야 할 활동이 있으면 추가한다. 이렇게 해서 새롭게 완성된 활동의 리스트를 다 하면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 확신이 생겨야 한다.
미션을 위한 전략팀 주요 업무 정의 ⓒ장윤혁
핵심 활동의 리스트가 완성되면 적절한 단위로 구분(grouping)한다. 상시업무와 프로젝트 업무로 나눌 수도 있고, 사업의 내용에 따라 나눌 수도 있고, 지역에 따라 나눌 수도 있다. 이는 향후 업무 로드맵 및 R&R을 정할 때 활용하기 위함이다.
3. WHEN: 연간 로드맵 설계
전반적인 업무 로드맵은 연간 단위로 끊는 것이 좋다. 4월에 부임했다면 5월에서 12월까지의 로드맵을 그린다. 위에서 구분한 업무의 영역별로 매달 어떤 일을 할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이다.
모든 업무를 한번에 다 할 수는 없다. 이를 고려하여 한 시점에 너무 몰리지 않게 우선순위를 생각해서 로드맵을 그린다. 아래는 한 전략팀의 로드맵 예시이다.
(이미지) 전략팀 로드맵 ⓒ장윤혁
4. WHO: R&R 업무 배분, 필요 인력 어필
누가 어떤 일을 맡을지 정한다. 이 작업은 워크숍 이후에 개인 면담을 진행한 후에 하는 것이 좋다. 각자 하고 싶은 일의 종류가 있을 텐데, 모두가 함께 있는 곳에서 논의하면 서로 눈치를 보느라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팀장이 들어보고 종합적으로 결정해서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본인의 커리어 목표에 맞는 일을 우선 기준으로 하고, 그 뒤에 역량을 고려한다. 이보다 조금 더 자세한 업무부여 기준 및 프로세스가 궁금하다면 〈내 성과는 내겠는데 팀의 성과는 어떻게 내는 거죠?〉를 참고해도 좋다.
하나의 팀원이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위해 팀원의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해서 써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방법도 추천한다. 아래가 그 예다.
팀원 리소스 배분 R&R 가이드라인 ⓒ장윤혁
R&R(Role and Responsibilities)을 정한 이후에는 팀 내 조직도를 구성한다. 팀이 팀장 포함 6인 이하라면 특별한 조직 없이 그때그때 업무에 따라서 구성하면 된다. 7인 이상이면 업무의 종류에 따라 파트를 나누어 주는 것도 좋다.
업무 혹은 프로젝트에 따라서 팀 안에 작은 파트로 구분하는 것이다. 7인이 넘어가면 팀장 혼자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중간 관리자를 만들면 좋다. 이처럼 조직도를 그리면서 반드시 해야 하는 일 중 하나가 '필요 인력의 정의'이다.
위의 과정을 통해서 정한 미션과 핵심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재 인력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사람의 수가 부족할 수도 있고, 어떤 부분의 전문성에 있어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시니어 프로젝트 매니저가 부족할 수도 있고, 프로젝트를 실행할 실무진(주니어)가 부족할 수도 있다.
필요 인력을 정의하고, 이를 상사에게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 팀장 부임 초기 50일은 필요 인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서의 황금기다. 팀장 초기에는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필요한 인력을 정의해서 통과시켜야 한다. 사람 없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5. KPI 수립
경영에 대한 경험을 쌓아가면서 점점 더 KPI(성공의 정의)의 중요성에 대해서 실감하게 된다. 회사의 모든 일은 결국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활동의 결과가 단기에 숫자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업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결과 혹은 핵심 과정에서의 주요 지표를 '이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우리의 활동을 점검하고 수정하는 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겉으로 보이는 가짜 지표가 아니라 문제의 근인에 다가간 핵심 지표를 뽑아내야 한다.
전략팀 KPIⓒ장윤혁
KPI는 사실 과정 지표도 될 수 있고 결과 지표도 될 수 있다. 결국 여러 가지 지표 중에서 정말 '이 지표'만 달성하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핵심을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예시] KPI, 핵심 지표 수립
한 공장의 '수익성 개선'이 활동의 목표라고 해보자. 공장의 '매출총이익' 혹은 '공헌이익률' 등은 당연한 결과 지표다. 팀은 이것보다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
현재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 있어서 혹은 개선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활동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최근에 잔업이 증가한다. 즉 '인당/시간당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것도 중요한 과정 지표다. 한 단계 더 들어간다. 인당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최근 잦은 퇴사와 입사의 반복으로 숙련생산인력의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
그럼 '단기 퇴사율을 잡아야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 핵심 지표는 '공장 수익성'과 '인당/시간당 생산량' 그리고 '1개월 내 단기 퇴사율'로 정의할 수 있다.
이렇게 완성한 '팀 운영계획'을 팀원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 이후에는 상사에게 팀원들이 배석한 상태에서 보고를 진행한다.
팀원 충원과 같은 민감한 이야기는 보고가 끝난 후 팀원들이 나간 상태에서 하는 것이 좋다. 상사의 피드백을 반영하면 팀 운영방안의 1차 완성이다.
6. 주간보고 세팅
적어도 첫 50일에는 주간 보고를 받는 것이 좋다. 이후에는 상황을 봐서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모든 개인이 이번 주에 한 일과 다음주에 한 일을 상세하게 기계적으로 쓰는 주간보고는 피하자. '의미 있는 일의 단위'로 구분하고, 그 일을 실무적으로 리드하는 팀원에게 주요 진행 경과 및 차주 계획에 대해서 직접 업데이트하게 하자.
팀장이 초기에 해야 할 역할은 아래 표에서 프로젝트(project)와 태스크(task)의 목록을 정해주고 마일스톤과 KPI를 점검하는 것이다.
주간보고 목록 예시 ⓒ장윤혁
중장기적으로 팀원들이 반드시 신경 써야 할 업무가 있는데 단기적으로 놓칠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매주 진행 사항이 있지 않아도 표에 남겨둠으로써 서로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팀원들이 이 업무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게 하면 안 된다. 너무 길게 쓰는 경향이 생기면 주의를 주자. 완성되면 팀 전체와 공유한다. 다른 팀원들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알게 하기 위해서이다. 상사에게도 보고한다.
7. 채용 속도 내기
위에서 언급했듯이 팀장 부임 초기는 채용의 골든타임이다. 팀 운영방안 수립을 통해 필요 인력을 정의하고 승인받았으면 바로 채용을 진행하자.
사실 후보자에 대해서는 팀장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내외 인맥을 모두 활용해 널리 인재를 수소문한다. 상세한 방법이 알고싶다면 〈팀장의 '좋은' 팀원 채용은 판타지가 아닌 절박한 실무다〉를 참고해도 좋다.
첫 50일, 팀 성과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디딤돌
팀장이 되어서 첫 50일 동안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정리해 보았다. 생각보다 챙겨야 할 것이 많을 수 있는데, 주의할 것은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지 않는 것이다.첫 50일을 매우 농도 진하게 보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50일 동안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마음은 접는 것이 좋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도 성과를 내는 데까지는 분명 필요한 리드타임이 있다. 이를 무시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집착하다 보면 중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을 놓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팀원들을 거칠게 몰아댈 수밖에 없다. 엉뚱한 곳에서 헛발질을 할 수도 있다.
하여 길게 보자. 첫 50일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생각하자. 상사에게도 과도한 약속 후 저조한 성과 달성(over-commit and under-delivery)은 피하자.
첫 50일은 준비하는 데 쓰겠다고, 그 이후에 현실적인 타깃에 대해서 보고하겠다고 설득하고 시간을 버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무턱대고 달려드는 사람보다는 이렇게 신중하게 접근하는 사람이 더 신뢰가 간다.
첫 50일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원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첫째도 팀원, 둘째도 팀원이다. 팀원 없이 팀장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팀원을 섬기고 아끼는 마음, 그들의 성장과 미래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잊지 말자. 그런 팀장을 최선을 다해 도와주지 않을 팀원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첫 50일을 성공적으로 시작하여 500일, 1000일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는 멋진 팀장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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