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의 ‘고객 지향’은 ‘민원 대응’과 다릅니다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넘쳐나는 VoC 가운데서 시급한 문제를 판별하는 방법
  • 고객 VoC를 제품의 방향성과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보는 법
  • VoC의 중요도를 판단하는 체크 리스트 제공

저자 오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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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민원 부서에서 인턴십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몰려드는 전화와 방문 때문에 업무 시간에는 직원 모두가 민원 대응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공식 운영 시간이 끝나고 나서야 맡은 사무를 보던 모습이 종종 떠오릅니다. 고객 지향의 공공기관, 민원부서였기에 모든 고객의 문제가 똑같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PM의 고객 지향은 이와 다릅니다. PM은 분명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결국에는 이를 통해 조직의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PM의 리소스는 늘 한정되어 있죠.

 

이 글은 빗발치는 고객의 문의와 불만 속에서,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할지 고민인 주니어 PM 또는 운영이나 C/S 업무 담당자로서 더 큰 비즈니스의 차원에서 고객을 이해하고 대응하고 싶어 하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제품과 서비스를 운영하다 보면 늘 고객의 문의와 불만을 마주하고, 고민합니다. '지금 해야 하나?', '뭐라고 답해야 하나?', '어떻게 해결해줘야 하나?' 등등.

 

그러나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의 진짜 고민은 "VoC*로 접수된 다양한 문제 중 'PM으로서 풀어야 할' 진짜 문제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발견하고, 판별할 수 있을까?"일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시간과 인력이라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으니까요.

* Voice Of Customer, 고객의 소리, 고객 요구사항  

 

이에 대한 답을 살펴보고자, 먼저 VoC를 아래와 같이 정의했습니다. 고객, 불편함, 남긴 내역 등 세 가지 관점에서 문제를 도출하는 법을 예시와 함께 설명해보겠습니다.  

VoC = 서비스의 고객이 + 서비스에서 경험한 불편함을 + 접수 채널을 통해 남긴 내역

[고객] 누구의 불편함인가?

우리는 분명 제품과 서비스의 중심을 고객에 두고 있습니다. 많은 시간을 고객의 페인 포인트는 무엇인지, 서비스를 사용하며 불편하거나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등 고객을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사용하니까요.

 

그러나 비즈니스의 맥락에서, 모든 고객이 똑같이 중요한 건 아닙니다. 분명 고객의 문제 해결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목적이 아닌 수단입니다. 우리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사용자 증가, 매출 증진, 시장 점유율 확대 등 사업의 목표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앞서 밝혔듯 PM의 리소스는 유한합니다. PM은 사업적 목표를 해결하는 데 더 중요한 고객을 우대하고, 나머지 고객은 어쩔 수 없이 차등 대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혹 너무 매정하거나 고객 지향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면, 예시를 잠깐 살펴봅시다. 응급실에는 KTAS 분류라고 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새벽이면 외상 환자부터 술 취한 사람까지 다양한 환자들이 방문합니다. KTAS는 이 중 먼저 조치를 취해야 하는 '진짜 응급 환자'가 누구인지 판단하는 방법입니다. 

 

모두의 생명과 건강은 똑같이 중요하지만, 응급실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응급실 서비스의 본질은 '방문하는 모든 환자를 치료한다'가 아니라, '주간 진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응급 환자를 치료한다'이기도 하죠.

 

이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의 차원에서 제품과 서비스에 더 중요한 고객은 누구일까요? 때마다, 서비스마다, 혹은 조직의 의사결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제품의 핵심 가치를 경험하면서 제품과 핏이 잘 맞는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로 하나 들어볼게요. 

🥗 김개미는 유기농 재료로 만든 카레를 팔고 있습니다.

👉🏻 이 카레 전문점의 주 고객은 농약을 쓰지 않은 식품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입니다. 유기농 재료의 매력에 푹 빠진 고객들은 지인에게 이 식당을 추천하기도 하고, 개인 SNS에 홍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몇몇 고객들은 카레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불평합니다. 일반 카레와의 차이점을 모르겠다며 가격을 내리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피드백을 하기도 합니다.

 

이때 카레 전문점에 더 중요한 고객은 누구일까요? 이 카레의 가치를 알고 꾸준히 사 먹는 사람들입니다. 반면에, 재료에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컴플레인을 걸었던 고객은 핏이 잘 맞지 않는 고객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좌) 유기농의 가치를 아는 고객, (우) 가격이 비싸다며 컴플레인하는 고객 / 제작: 퍼블리 

이처럼 '제품'은 시장에 존재하는 특정 고객의 특정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가치를 제공합니다. 제품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크고, 깊게 경험하던 고객은 제품의 가치에 크게 공감합니다. 반면 문제를 경험하긴 했지만, 그다지 절실하지 않거나 혹은 다른 문제를 겪고 있는 고객이라면 적게 공감할 것입니다.

 

제품이 주는 가치에 크게 공감한 고객은 우리의 제품을 더 많이, 더 자주, 더 오래 사용합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성장시키고 싶은 지표인 RFM(Recency, Frequency, Monetary)* 또는 리텐션**(Retention)으로 나타나는 거죠. 결국 수많은 고객 중,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하는 가치와 핏이 맞는 고객이 비즈니스의 핵심입니다.

* 고객이 얼마나 최근에 구매했고, 자주 구매했고, 많이 구매했는지 확인하는 지표 또는 분석 방법 

** 고객의 재방문율 

ⓒ 오세규

[고객] 얼마나 자주 겪는 불편인가?

반면 제품의 핵심과 관련되지 않더라도, 다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VoC도 있습니다. 바로 다양한 유형과 많은 숫자의 고객에게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VoC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