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나 이직을 준비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밀려옵니다. '나를 뽑아주는 곳이 있기나 할까?' 이제 막 사회에 입문한 주니어라면 더 공감하실 거예요.
이는 채용 시장에 있는 수요-공급의 문제입니다. 열려 있는 자리의 수에 비해 나를 대체할 사람이 너무나 많죠. 때문에 구직자는 영혼까지 끌어모아 자신을 어필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는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사람이지 않나' 싶어 자신감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힘들게 입사한 직장에서는 또 어떤가요? 혹시 누구도 내 성장에는 관심이 없다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물론 든든한 사수가 있는 회사라면 다행이지만, 다수의 주니어는 단지 주어진 일을 해내기 바쁩니다.
그러나 잠깐 틈이 생기면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싶은 회의가 듭니다. 그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SNS에는 〈직장인들을 위한 일잘러 강의〉 같은 광고가 귀신같이 나타나요. '요즘 다들 강의 하나씩은 듣는다던데. 나만 혼자 뒤처지는 거 아닐까?'
나는 분명 최선을 다해 오늘 일을 해냈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요?
판단 기준을 외부에 두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나'를 보는 시선과 기준이 없어서 바깥(타인, 미디어 등)에서 그 기준을 가져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일잘러 강의를 듣지 않는 나는 충분히 노력하고 있지 않다'처럼요.
저는 대학 졸업 후 2년 가까이 취업 준비를 했습니다. 100여 개 회사에 탈락한 끝에 프로덕트 매니저로 커리어를 시작했는데요.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데다, 나를 외부의 기준으로 보느라 괴로웠습니다. 여전히 이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부단히 애쓰고 있어요.
저의 커리어 목표는 '지속가능한 직업인'입니다. 일하며 성장하는 즐거움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Today I Learned(이하 TIL)'을 작성합니다.
내가 나의 사수가 되어야 한다면
하지만 첫 직장에서 6개월 만에 번아웃이 왔습니다.첫 직장이어서 '이 정도면 잘했다'라는 자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었어요. 동시에 직속 상사에게 명확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고요. 내 손을 떠난 기획안은 다른 부서를 거쳐 알 수 없는 결과물로 돌아왔어요. 자기 확신이 없어서 가진 리소스를 모두 쏟아부으면서도 늘 불안했습니다. 그 결과 금방 번아웃이 찾아왔어요.
전속력으로 달리던 자동차가 어느 순간 강제로 멈췄습니다. 엔진이 고장 났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있는 것마저 불안했습니다. '앞으로 번아웃이 계속 찾아오면 어떡하지?'
번아웃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다음 일터에서는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하게끔 스스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자신을 위해 선택한 방법의 하나가 'TIL'입니다.
스타트업에는 사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수나 리더가 있음에도 피드백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많죠. 혼자 일하는, '나 소속'인 분들도 있습니다. 내가 나의 CEO이자 사수가 되어주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수가 없다는 건 일을 가르쳐줄 사람이 없다는 뜻이자, 피드백과 지지를 보내줄 사람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TIL을 활용하면 자기 확신과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티클을 읽고 바로 TIL을 시도해 보실 수 있도록 템플릿과 꿀팁도 함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TIL은 'Today I Learned(오늘 내가 배운 것)'의 약자입니다. 개발자가 쓰는 일일 커밋 방식 중 하나로 알려져 있어요. (커밋이란, 코드의 변화를 기록하는 행위인데요. 일일 코드 회고 같은 느낌입니다.)
이름만 듣고 TIL을 단순한 하루치 아웃풋의 기록으로 이해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보고서에 가깝습니다. TIL은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도구입니다. '좋은 결과를 냈는지' 또한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일의 결과가 언제나 노력에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상황이라는 변수가 있으니까요. 아웃풋보다는 '일하는 나'에게 초점을 맞추는 게 낫습니다.
일일 회고를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일하는 나의 성장'입니다. 지표의 성장이나 프로젝트의 진척도가 아닌, 나는 이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가에 집중해야만 '일하는 나의 성장'을 스스로 확인할 수 있어요.
TIL은 '성취 > 개선 > 학습'의 순서로 구성됩니다. 오늘도 한 단계 성장한 나 자신을 발견하도록 이끌어주죠.
'오늘의 나는 무엇을 잘했는지' - 성취
'오늘의 나는 어떤 문제를 겪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 개선
'오늘의 일에서 나는 어떤 것을 배웠는지' - 학습
TIL를 작성하면 3가지의 핵심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자기 업무에 대한 감정적·이성적 피드백하기
매일의 배움을 체화하기
성장을 위해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서 쌓이는 자신감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메타인지'*를 강화하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관찰하면서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나면, 성장을 위한 how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나의 완벽하지 않은 모습도 인정할 수 있게 되죠. 메타인지를 가진 사람은 성장에 유리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TIL을 작성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메타인지: 내가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에 대해 아는 것에서부터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계획과 그 계획의 실행과정을 평가하는 것에 이르는 전반을 의미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그럼, 본격적으로 이 TIL를 어떻게 작성하고, 활용하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세 가지의 키워드: 잘한 점, 개선점, 배운 점
TIL은 잘한 점·개선점·배운 점으로 구성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면 좋은지, 세 가지 항목별 작성 방법을 실제 제가 작성했던 TIL을 가져와 살펴보겠습니다.
'오늘의 나는 무엇을 잘했는지'를 작성하는 부분입니다. 내가 무엇을 성취했는지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상황 > 액션 > 칭찬'의 순서로 구성합니다.
상황: 맥락 이해를 위해 간략한 상황 설명을 적습니다.
액션: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적습니다.
칭찬: 자기 긍정을 경험하는 하이라이트 구간입니다.
✍🏻 작성 예시: 잘한 점
'○○' 기능 구현 방식을 논의하는 미팅을 진행해 프로젝트를 진척시켰다.
상황: 회색 지대(누구의 담당 업무인지 명확하지 않은 영역)에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업무의 내용을 명확히 하고, 그 과정에서 담당자를 찾아 프로젝트에 참여시켜야 했다.
액션: 기능 구현에 관련된 파트별 리더와 실무자가 누구인지 파악해서 미팅 아젠다와 일정을 안내했다. 미팅에서 파트별 의견을 파악하고 기능 구현 방식을 확정 지었다.
또한, 작업에 앞서 확인해야 하는 내용을 목록으로 작성했으며, 정리된 내용을 문서화해 타 부서에 공유할 수 있도록 준비해뒀다.
칭찬: 일에 필요한 사람들을 파악해서 도움을 요청하고 일을 진전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많이 어려워했던 일인데, 오늘은 잘 해냈다. 칭찬해!
잘한 점을 정리하는 이유는 다음에도 잘하기 위함입니다. 즉,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그 액션을 반복하면서 더 발전하기 위해 기록해두는 것이죠. 칭찬이 구체적일수록 자기 긍정의 근거도 확실해집니다.
'잘한 점'을 한 문단에 뭉뚱그리지 말고, 위의 예시처럼 상황 > 액션 > 칭찬의 순서로 구분해 작성하시길 권합니다.
2) 개선점
개선점은 '문제 > 원인 > 액션플랜'으로 구분해서 적습니다. 그래야 다음 기회에 어떻게 시도해볼지가 명확해집니다.
문제: 현재 업무에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를 적습니다.
원인: 문제의 원인을 짚어봅니다.
액션플랜: 문제 해결을 위해 액션에 옮길 것을 미리 생각해 봅니다.
✍🏻 작성 예시: 개선점
문제: 지라 알림 확인이 늦어서 ○○ 기능 관련 QA 대응이 지체되었다.
원인: 슬랙에 지라 알림이 꺼져 있었는데 모르고 있었음...😭
액션플랜: 슬랙의 지라 알림을 켜뒀다. 데일리 스크럼 때 지라 알림함을 확인하자.
처음에는 '개선점'이 아닌 '아쉬운 점'으로 작성했어요. 그랬더니 후회만 쌓이고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않아,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아쉬운 점'에서 '개선점'으로 항목명을 변경하고, 문제와 원인을 찾아 이를 해결하는 액션플랜까지 작성하는 구성으로 바꿨습니다.
문제와 원인을 명확히 하고 나니 감정과 사실이 구분되었습니다. 또, 자신을 탓하는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고민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액션플랜은 제가 막연함과 무기력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여러분도 위의 구성대로 개선점을 작성하다 보면 문제에 압도되지 않고 차근차근 답을 찾는 연습을 하게 될 거예요. 문제 해결의 경험은 자신감으로 이어져, 여러분의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데도 도움을 줍니다.
3) 배운 점
'오늘은 일에서 어떤 것을 배웠는지'를 작성합니다. '배운 점'은 소프트 스킬과 하드 스킬로 나뉩니다. 오늘 여러분의 업무는 어떤 스킬과 연결되나요?
하드 스킬: 업무 툴 사용,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등
소프트 스킬: 커뮤니케이션 방법, 일정 관리 능력 등
내용은 자유롭게 적으셔도 되겠지만, 저는 '배움 > 의미'의 순서로 작성하시길 권해드릴게요.
배움: 오늘 업무를 통해 배운 것을 적습니다.
의미: 오늘의 배움을 왜 기록하고 싶은지 적습니다.
특히, 배움이 갖는 의미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 배움을 체화해야 할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배운 점을 정리하고 나면 성장을 위한 동기부여가 되는데요, 아래 작성 예시를 살펴보면 이해하기 수월하실 거예요.
✍🏻 작성 예시: 배운 점
배움: 리더로부터 업무 설명을 들을 때, 내 수준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때는 추가 질문을 해서 내용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해한 내용을 정리하며 추가 설명을 요청해, 점차 싱크를 맞춰가는 식. 그래야 업무의 맥락과 현황을 명확히 파악하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를 계획할 수 있다.
의미: PM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오너십을 가져야 하고, 오너십 이전에 업무 맥락의 명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그냥 '넵!' 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정확한 맥락을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사실 '잘한 점'과 '배운 점'은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립니다. 앞서 TIL의 목적은 '자기 확신'을 갖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잘한 점과 배운 점은 꼭 한 가지 이상 작성하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저 또한 '잘한 점'과 '배운 점'을 적으면서 자기 확신을 쌓았습니다. TIL 이전의 저는 리소스를 남김없이 쏟아부으면서도 늘 불안하고 '충분히 잘하고 있지 않다'라는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TIL을 통해 제가 '무언가 하나쯤은 잘 해내는 사람'이고, '무언가 하나씩은 꼭 배우는 사람'임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매일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차곡차곡 쌓아온 것이지요. 여러분도 TIL에서, 특히 '잘한 점'과 '배운 점'을 기록함으로써 저와 같은 변화를 경험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유의 사항과 팁
1. TIL을 작성하기 좋은 툴
정답은 없습니다.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노션, 기본 메모 앱 등 자신이 원하는 곳에 기록하면 돼요.
저는 티스토리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에디터 기능이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모바일 앱이 있어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에요. 이동 시간에 먼저 앱에서 초안을 빠르게 작성해두고, 이후 PC 웹에서 편집을 거치면 커리어 콘텐츠로 제작하기까지의 과정도 매끄럽습니다.
다만, TIL 특성상 업무 관련 내용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 티스토리에서는 비공개 포스팅으로 작성합니다. 브런치 등에 공개하는 콘텐츠는 공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업무로부터 얻은 저의 인사이트를 다룹니다.
첫째, 퇴근하자마자 작성하는 걸 추천해요. 저는 오피스로 출근하는 날은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작성하고, 재택 근무할 때는 퇴근 후 저녁 식사 전에 침대에 누워서 작성합니다.
퇴근길과 저녁 식사의 공통점은 매일 겪는 루틴한 일상이라는 점입니다. 일상의 틈에 끼워 넣으면 TIL을 자연스럽게 루틴화할 수 있었어요. 저는 2호선 지하철 바닥만 보면 TIL이 생각납니다.'아, 맞다. TIL 적어야지!' 하고요.
둘째, 직장 안팎에 소문을 내세요. "저 매일 업무 회고합니다!" 하고 티 내는 거예요. 자기 브랜딩의 일환이기도 하고, 꾸준히 TIL을 작성하도록 동기부여하는 방법입니다. 뱉은 말을 책임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작성하는 것이죠. 저도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셋째, TIL 챌린지를 함께할 동료를 구하는 것도 좋습니다. 매일 퇴근 후 간단한 TIL 인증을 올리는 정도여도 좋고, 공개 가능한 선에서 내용을 공유하는 것도 좋습니다. 본인에게 맞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적용해 보세요.
3. 소요 시간이나 작성 분량
소요 시간은 평균 10~15분 정도입니다. 분량은 자유롭습니다. TIL은 결국 나중에 자신이 보기 위한 기록이기 때문에, 오늘 내가 기억해두고 싶은 것을 적으면 돼요. 단순하게 한 문장씩 작성하는 것으로 시작해 보셔도 좋아요. 나중에는 누가 말려도 더 길게 쓰고 싶어지실 거예요.
시작하기가 어렵더라도 습관이 되면 술술 나옵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일에서 느끼는 감정과 소회는 정말 다양하니까요.
TIL을 활용하는 세 가지 방법
1) 액션플랜 실행에 옮기기
저는 출근 직후 직전 근무일의 TIL에서 액션플랜을 체크합니다. 만약 액션플랜이 구체적인 태스크라면 당일 업무 체크리스트에 추가하고, 소프트 스킬에 대한 내용이라면 위클리 투 두에 추가해두고 리마인드합니다. 이렇게 하면 액션플랜을 놓치지 않고 실행에 옮길 수 있을뿐더러 성취감이 생겨서 동기부여에도 도움이 돼요.
또한, 연휴 이후 등 오랜만에 업무에 복귀하는 경우, 다시 업무에 몰입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기도 하는데요. 이때 TIL을 활용하면 지난 업무에서 어떤 문제와 액션플랜을 고민했는지 다시 리마인드할 수 있어 빠른 업무 적응에 도움이 됩니다.
TIL을 원온원에 활용하면 왜 좋을까요? TIL은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일기가 아닌 항목별로 구성한 기록이죠. 따라서 추후 필요한 정보를 찾고 정리하기에도 용이해요. 이미 구조화된 기록에서 필요한 일부분을 취합하는 것만으로 리더에게 전달해야 하는 정보를 목록화할 수 있습니다.
저는 현재 소속된 조직에서 1개월에 한 번씩 리더와 원온원을 합니다. 이때 직전 1개월의 TIL을 다시 살펴보며 아래의 세 가지를 발굴합니다. 원온원에서 이 내용을 공유하며 도움을 요청하고 정보를 얻습니다.
1. 실무자 레벨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업무상의 문제 상황
2. 나의 현재 상황(업무 강도, 몰입도, 컨디션)
3. 커리어 고민(PM으로서의 성장과 현재 맡은 업무의 연관성 등)
또한, TIL을 활용한 원온원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남깁니다. 이미 정리된 명확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선아 님은 생각을 조리 있게 정리해서 전달하는 사람 같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어요.
나아가 항상 동기 부여된 상태를 유지하고, 리더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꼭 활용해보시길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3) TIL로 나의 커리어 콘텐츠 만들기
제가 TIL을 활용해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TIL에 주요 내용이 이미 작성되어 있기 때문에, 글을 구성하고 다듬기가 쉽습니다.
주니어, 심지어 신입도 나만의 커리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습니다.
주니어가 커리어와 연관된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적절한 포지셔닝이 필요해요. 시니어보다 경험치가 적어서 업계·직무의 인사이트 또한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칫 설득력 없는 콘텐츠가 만들어지기도 쉬워요.
인사이트는 경험과 배움에서 오고, TIL은 경험과 배움에 기반한 회고 방식입니다. TIL을 활용하면 주니어라도 자신만의 인사이트를 엮어서 설득력 있는 커리어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가능합니다.
저는 그동안 작성했던 TIL로 '주니어이기 때문에' 알 수 있는 시행착오와 배움을 쌓아왔어요. 예를 들면, '바쁜 동료·상사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면 어떻게 질문해야 할까?'에서 출발해, 효율적인 질문 방식이나 정보를 얻는 방법을 액션플랜으로 고민하고, 이후 실행에 옮긴 결과로 얻은 배움으로 기록한 것이죠.
제가 부딪치며 얻은 배움이 누군가에겐 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콘텐츠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TIL을 기반으로 브런치 아티클을 발행했습니다. 그 외에도 링크드인, 커리어리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저의 업데이트 소식을 업로드합니다. 그러다 보면 다양한 분들과 연결되기도 하고,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기도 해요.
실제로 제로베이스라는 곳에 제가 TIL을 바탕으로 작성한 브런치 글이 소개된 적이 있어요. 커리어 지식 플랫폼 '서핏'에 소개되면서 더 많은 분께 읽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퍼블리를 통해 아티클을 제작하는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죠.
이런 경험들은 직업인 수수나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단지 어떤 회사 소속이 아니라, 내가 쌓아온 나만의 커리어 콘텐츠로 '일하는 나'를 설명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TIL을 활용해 콘텐츠를 쌓아나가고자 합니다.
+ 자주 묻는 말&템플릿
Q. 꼭 매일 작성해야 하나요? 일주일 단위로 작성하면 안 되나요?
A. TIL의 의미는 매일 성장하는 나를 기록한다는 데 있어요. 정 바쁘면 간단한 키워드만 남겨도 좋으니 되도록 매일 작성하시길 권해드리고 싶어요. 저의 경우, TIL 내용을 바탕으로 별도의 주간 회고도 쓰고 있어요. 이미 기록이 있으니 정리만 하면 됩니다. 하루 단위 회고와 일주일 단위 회고는 목적도 다르고, 새롭게 알게 되는 점도 다릅니다. 가능하다면 둘 다 하는 것이 좋고, 만약 하나만 시도해본다면 TIL이 낫습니다.
Q. 이제 막 일을 시작해서 이렇다 할 '잘한 점'이 없어요. 어떡하죠?
A. 저의 경우에도 첫 일 주일은 이렇다 할 업무가 없었을뿐더러 기억도 하기 힘들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그 와중에도 TIL 덕분에 매일 스스로 칭찬 하나씩은 꼭 해줄 수 있었습니다.
그땐 정말 별걸 다 '잘한 점'이라며 치켜세웠어요. 인사팀에 가서 고장 난 마우스를 교체한 것도 '잘한 점'으로 적어뒀죠. 더 나은 업무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도록 스스로 도왔다는 게 이유였어요.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 별걸 다 칭찬해보시길 권해드려요. 성과가 없는 입사 초기일수록 뭐라도 하나 잘했다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이 다음날 출근하는 마음에 보탬이 되어줄 거예요.
Q. 정말 피곤해서 건너뛰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A.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정말 지쳐서 힘들 때는 저도 그날의 TIL을 건너뜁니다. 하루 정도 휴식을 주는 거예요. (물론 다음날에는 무조건 다시 작성합니다. 루틴이 망가질 수 있으니까요.)
혹은 퇴근 직후에 바로 일정이 있어 집중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간단한 키워드 혹은 짧은 문장만 적어둡니다. 그리고 나중에 보완합니다.
[📝 노션 템플릿 📝 이용 방법]
템플릿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개인 노션 계정이 필요합니다. 계정이 없으신 분은 노션 홈페이지에서 먼저 계정을 만들어 주세요.
페이지 우측 상단에 표시된 [복제] 를 클릭하여 본인의 노션 워크스페이스에 템플릿을 복사하시면 됩니다.
매일 15분, TIL로 우리는 촘촘히 성장해나갈 거예요
스타트업은 하루하루가 변화의 연속입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게 달라진 상황에 최대한 빠르게 적응해야 하기도 하죠. 그래서 자기 확신과 회복탄력성이 중요한데요.
마인드를 회복하는 방법으로는 동료 혹은 리더의 도움, 휴식이나 맛있는 음식 등 다양한 방법이 있어요. 그러나 외부로부터 얻는 인풋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동료와 리더는 언제까지나 함께일 수 없으며, 즐거운 휴식은 바쁜 주중의 일과에 떠밀려 어느새 희미해집니다.
결국 현실에서 본질적인 문제를 찾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건 오롯이 본인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TIL을 작성하면서 제게는 크게 세 가지 변화가 생겼어요.
위기에서 배움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액션플랜을 세우는 방법
'지금의 상황이 내 능력 부족 탓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버리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
실패하거나 제약에 부딪혔을 때도 '여기에서는 어떤 걸 배웠을까'부터 생각하는 버릇
마음이 약해질 때, 저는 그동안 쌓아온 TIL을 천천히 읽어봅니다. 스스로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배움을 꼼꼼히 기록하고, 주변에서 최대한 많은 양분을 흡수하며 성장해온 저의 기록을 봅니다. 자기 확신은 어려움 속에서 강한 용기가 됩니다. 덕분에 언제나 다음 스텝을 준비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저는 자신감을 회복할 때 TIL의 도움을 받을 거예요.
여러분은 무엇을 위해서 노력하시나요?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또는 다른 동료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저는 우리가 전보다 더 잘하고 싶고, 성장하고 싶어서 노력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이렇게 아티클을 읽고 계실 거예요.
책 〈피드포워드〉의 저자 조 허시(Joe Hirsch)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피드포워드*는 미래지향적이다. 즉, 피드포워드의 기준점은 개인의 현재 모습이 아닌 개인이 변화하는 모습(who people are still becoming)이다."
*피드포워드: 과거에 대해 지적하는 피드백이 아닌 미래에 대해 조언하는 피드백
TIL을 통해 스스로 피드백·피드포워드 하면서 당신이 어떤 사람으로 변화해나가는지 기록해 보세요. 오늘의 문제에서 내일의 액션 플랜을 찾아보세요. 매일의 작은 배움을 놓치지 말고 기록해서 체화하세요.
TIL을 작성하면서, 일터에서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을 인정할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렇게 더 단단한 마음으로 일터에 나가 다시 새로운 배움을 열린 마음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TIL과 함께, 우리는 촘촘히 성장해나갈 거예요.
👀 바쁘다면 이거라도!
TIL은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도구입니다. 아웃풋보다는 '일하는 나'에게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잘한 점]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그 액션을 반복하면서 더 발전하기 위해 기록합니다.
[개선점]문제와 원인을 정리하며 감정과 사실을 구분합니다. 또, 자신을 탓하는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고민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배운 점] 오늘 일을 통해 배운 것을 정리하며 내가 이 배움을 체화해야 할 이유가 명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