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가 없는 곳, 실패가 없는 소비

💡 10분 안에 이런 내용을 알려드려요!

  • '제품'이 아니라 '가치'를 생각하는 브랜드, 오롤리데이의 고군분투 성장기
  • 큰 브랜드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작은 브랜드만의 지갑을 열게 하는 마케팅 전략
  •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될 수 있다면? 일과 삶을 넘나드는 브랜딩 철학

* 본 아티클은 2022년 4월 발간된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의 본문을 발췌해 구성한 것입니다.

 

[콘텐츠 발행일: 2022.07.21]

 

코로나가 내 삶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체감한 계기는 '오프라인 몰의 매출 급감'이었다. 첫 달엔 1/3로 감소하더니 그다음 달엔 1/5로 빠르게 떨어졌다. 특히 우리 제품이 입점돼 있던 편집숍 중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던 곳은 매출 감소 폭이 매우 컸고, 속도도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오프라인 매출도 떨어지고, 온라인 매출까지 덩달아 떨어지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고 있을 때, 놀라운 부분을 발견했다. 오프라인 매출이 곤두박질치는데도 전체 매출의 변동 폭이 크지 않았던 것이다. 어라? 그럼 온라인 매출이 늘었다는 말인가?

 

의문을 갖고 온라인 매출을 자세히 분석해 보니 그 원인은 '국내와 국외 고객 모두의 구매 건수 상승'에 있었다. 직접 한국에 와서 구매하지 못하니 해외 온라인 구매 건수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히 이해가 갔다.

 

우리가 해외에 가서 사 오던 제품을 '직구'를 통해 구매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극히 꾸밈 비용에 가까운 오롤리데이 제품 판매량이 국내에서도 점점 늘고 있는 것이 아주 신기한 포인트였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나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봤다. 판매자로서 답변을 찾지 못할 땐, 내가 소비자가 돼 보는 것이다. 역지사지 권법이다. 내 일자리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생기면 소비 긴축에 들어갈 것이고, 나를 가꾸는 꾸밈 비용을 가장 먼저 줄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옷을 안 입나? 노트를 안 쓰나? 미용실에 안 가나? 횟수는 줄어들지라도 그 소비가 아예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는 것.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소비할까? 바로 '실패가 없는 곳'에서 '실패가 없는 것'을 소비할 것이다.

ⓒ오롤리데이

'실패가 없는 곳'이란 어떤 곳일까.

  • 이미 소비해 본 적이 있는데, 제품이든 서비스든 좋았던 곳
  • 평상시의 행보가 믿음직스러웠던 곳
  • 대다수 사람들이 강력 추천하는 곳

그럼 '실패가 없는 것'이란 어떤 것일까.

  • '가심비', '가성비'를 충족시키는 것
  • 이미 좋은 경험을 해 봤던 것(요즘은 그런 아이템을 '정착템'이라고 부른다)
  • 대다수 사람들이 강력 추천하는 것

만약 누군가가 나를 백화점에 데려가 무한대로 쓸 수 있는 신용카드를 줬다고 가정해 보자. 발길이 닿는 곳 어디든 들어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살 것이다. 그럼 반대로 50만 원만 쓸 수 있는 카드를 준다면? 그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무엇을 사야 후회하지 않을지 고심하고 또 고심할 것이다. 예산이 한정돼 있는데 모험을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렇게 생각하니 팬데믹 상황에서도 우리 매출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오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물론 순전히 내 추측이지만, 우리를 좋아하는 팬들이 여전히 우리 물건을 소비해 주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 무렵, A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님을 소개받았다. 도매시장에서 시작해 의류와 액세서리 도·소매를 함께 하는 굉장히 큰 기업이었다. 연 매출이 수백 억이 넘는다고 했으니 대단한 곳임에는 분명했다. 유동 인구가 많아 월세가 굉장히 비싼 서울 번화가에 큰 건물 한 채를 통째로 임대해 소매점을 하고 있었다.

 

그분은 연 매출이 본인들의 1/20도 되지 않는 우리를 부러워했다. 그 이유를 들어 보니 본인들은 도매를 기반으로 성장한 곳이라 '브랜드'에 대한 중요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 결과 코로나가 터지자마자 큰 타격을 입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나에게 브랜드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그래서 A가 했다는 브랜딩을 자세히 관찰해 봤다. 20년 가까이 의류와 액세서리를 제조해 온 곳이니 제품의 퀄리티와 디자인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우리가 미팅을 한 A의 오프라인 쇼룸도 인테리어나 향기, 음악 등 공간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감도가 훌륭했다. 그런데 왜 타격을 입은 것일까? 내가 파악한 문제점은 바로 '메시지의 부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