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공간, 소비·관계·비즈니스의 미래를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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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저자, 김난도가 분석한 더현대 서울의 성공 비결 
  • MZ세대가 몰려드는 '페르소나 공간'을 만드는 방법
  •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공간 비즈니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저자 김난도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저자

* 본 콘텐츠는 2022년 2월에 발간된 <더현대 서울 인사이트>의 본문 내용을 퍼블리의 시선으로 발췌해 구성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의 핵심은 '경험'이다. 경험이 중요해짐에 따라, 이제 '공간(space)'보다는 '장소(place)'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추상적 공간의 활용을 넘어 그 공간의 '장소성(placeness)'을 경험하는 비즈니스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소는 공간 중에서도 특별히 삶과 경험, 애착이 녹아든 곳을 말한다. 디지털 시대, 온라인 공간이 주지 못하는 '장소성'이야말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비즈니스의 정체성이자 특장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간'을 '장소'로 만들 수 있는가?

이곳은 나의 공간이다. 

방문하는 고객들이 나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일종의 '정체성의 동일시'가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이때의 동일시는 취향과 재미, 자연과 개방 같은 다양하고 흥미로운 체험 요소를 고려한 인간적·심리학적 기획이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
 

이렇게 개별 고객이 자기 정체성을 동일시할 수 있는 공간을 '페르소나 공간(persona space)'이라 명명하고자 한다. 

 

페르소나 공간은 이용자의 페르소나에 부합하는 개인적 취향, 흥미, 가치관, 라이프스타일 등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기획된 공간, 나아가 고객이 공간에서 자신의 취향 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제안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자극하는 공간을 말한다.

 

확고한 취향을 담은 공간만이 살아남는다

오래된 정신분석학 용어인 페르소나가 최근에 다시 화두가 되는 첫 번째 이유는 소비자들의 자기표현 경로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고객들은 각종 메신저 서비스는 물론이고, 다양한 SNS를 사용한다. 그 결과 현실과 온라인에서의 정체성이 다르고, 온라인에서도 어떤 계정에 접속하고 있느냐에 따라 정체성이 다르다. 이러한 '유연한 자아(flexible self)'의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혈연, 학연, 지연과 같은 일차적 관계보다는 '취향'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취향은 소통과 소속의 욕구를 실현하는 정체성 의식 형성의 핵심이다. 백화점의 미래는 '럭셔리'에 달려 있다고 하는데, 현대의 럭셔리는 단지 '매우 비싼 브랜드'가 아니다. 멀티 페르소나 시대의 럭셔리란 '확고한 취향'이다.

 

공간에도 고객 페르소나를 녹이기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때 타깃 고객을 되도록 상세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을 흔히 '고객 페르소나'라고 한다.

 

특정 브랜드의 타깃을 '40대 초반 여성'이라고 두루뭉술하게 잡는 것이 아니라 "40대 초반, 판교소재 IT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여성으로 슬하에 아이 하나가 있고, 가계소득은 월 400만 원 이상이며, 마포의 중소형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한다. 그의 라이프스타일, 관심사, 소비 형태, 브랜드 선호는 어떠어떠하다"라는 식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더현대 서울 기획 당시, 고객 페르소나를 9가지 유형으로 규정한 내부 자료 ⓒ더현대 서울

공간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들이 이곳에 방문하도록 유도할 것인가?'라는 타깃 설정의 문제가 기획의 출발점이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공간의 고객 페르소나를 적확하게 설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취지에서 페르소나 공간의 또 하나의 의미는 '타깃 그룹의 고객 페르소나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공간'이다.
 

요약하면 뉴리테일 시대에 사람들이 열망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1) 타깃 고객의 페르소나에 부합하고, 2) 그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공간이라고 자각할 수 있는 페르소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백화점'이란 단어를 과감하게 지운 더현대서울의 트렌디한 버스 쉘터 광고 ⓒ더현대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