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매거진 에디터의 레퍼런스 수집법

쏟아지는 영감을 모으고, 분류하고, 남기는 습관

만나서 반갑습니다. 우선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윤진입니다. 아침의 영감을 담아내는 매거진 <Achim>을 만들고 있고, 최근까지 소셜 독서 플랫폼 '텍스처(Texture)'의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습니다.

마케터로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오셨나요?

2021년 5월 텍스처의 브랜드 마케터로 합류해 BX 기획과 브랜드 마케팅, 콘텐츠 마케팅, 커뮤니티 마케팅, 그리고 이벤트 및 프로모션을 기획 운영했습니다. 텍스처 이전에는 스타일쉐어의 에디터이자 PB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었고요.

텍스처는 책을 통해 만난 좋은 문장들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작년 10월 론칭한 서비스예요. 가끔 책 한 권을 다 읽어도 기억 남는 게 거의 없을 때가 있는데요, 이때 기록을 활용하면 독서 경험을 보다 유용하게 만들어갈 수 있어요.

회사 밖에서 만들고 계신 매거진 <Achim>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매거진 <Achim>은 오직 내게만 집중하는 아침을 보내며 남겨진 영감을 담아내는 계간지입니다. 2015년 5월부터 지금까지 총 19권을 발행했고 3월에는 20호가 출간되네요. 2021년부터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했고, 매주 일요일 아침 7시에 메일함으로 배달되는 유료 뉴스레터 <일요 영감 모음집>도 발행하고 있죠.

무려 6년 전에 시작하셨다니, 꽤 오랜 시간을 만드셨는데요. 어떤 계기로 매거진을 만들게 되신 건가요?

아침이라는 시간을 '인식'하고 '집중'하게 된 것은 혼자 사는 경험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3살 때 어학연수 겸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뉴욕에서 1년 반 정도 혼자 살았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도시에서 살아볼 기회를 얻은 만큼,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죠.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는 끝이 있는 경험이었으니까요. 

그때부터 아침을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일기를 쓰고, 일정을 정리하고, 수집한 영감을 분류해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스스로 건강을 돌보기 위해 매일 50분씩 요가를 하고, 아침으로 사과와 시리얼을 먹고, 상황과 계절에 맞게 옷을 정성껏 챙겨 입으며 하루를 시작했죠. 그렇게 출근 전 5시간 정도의 시간은 오로지 저를 위해 썼는데요,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이 제게는 요즘 유행하는 '미라클 모닝'이더라고요.

'기록'은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끊임없이 영감이 쏟아지는 도시에 살다 보니 저에게 노출된 자극들을 모으고, 분류하고, 남기고, 버리는 작업에 푹 빠지게 되었고 그때 수집과 정리의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아요. 

그렇게 저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글쓰기를 통해 제 일상에 깊이 들어온 이 매력적인 시간을 주제 삼아 매거진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어느덧 자연스럽게 기획을 시작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가안으로 매거진 이름도 정하고, 이것저것 구성도 짜보며 행복한 상상에 푹 빠져 지냈던 시간이 생각나네요.

그때부터 시작된 기록 습관이 매거진 <Achim>의 초석이 되었고, 브랜드 마케터로서의 커리어에도 큰 영향을 미쳤겠네요.

맞아요. 그때를 계기로 제가 무언가를 모으고,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을 즐거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에디터든 마케터든 기획자라는 큰 틀 안에서 커리어를 밟아가다 보니 이러한 경험이 제가 하는 일에도 좋은 영향을 주었죠.

잘 모아둔 영감은 말하기 능력, 잘 정리된 영감은 글쓰기 능력

진 님의 장점은 '수집'과 '정리'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일단 저는 무언가 모으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이미지도 모으고, 돌도 모으고, 시리얼도 모으고, 문장도 모으고, 링크도 모읍니다.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꼭 쓰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거든요. 

콘텐츠는 일상에서 발견한 소재에서 출발하고, 평소에 모아둔 영감을 적절하게 선택하고 묶고 재정리하면서 완성되는 것 같아요. 완전히 새로운 것에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리서치 업무를 할 때 수집가는 출발선부터 다릅니다. 이미 몇 미터 앞에서 시작하죠. 리서치도 결국 시간 싸움이기 때문에, 평소에 모아둔 영감 속에서 필요한 소스를 편집해 사용하게 된다면 시간도 절약되고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을 거예요.

특히 여럿이 함께하는 작업이라면 일상에서 수집한 영감은 곧 소통의 언어가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합니다.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집한 소스를 소통의 도구로 삼아 경험과 생각의 간극을 메울 수 있죠. 포토그래퍼와는 사진으로, 모델과는 포즈 시안으로, 디자이너와는 핀터레스트에 모아 놓은 이미지로, UX 디자이너, 기획자, 개발자와는 지라(jira)와 피그마(Figma)를 통해서요. 

비유하자면, 잘 수집해 둔 풍성한 영감은 말하기 능력과 같고, 잘 정리된 영감은 글쓰기 능력과 같습니다.

수집을 위한 인풋은 보통 어디서, 어떻게 얻는지 궁금해요.

저는 모든 일상에서 수집을 하는 편이에요. 말 그대로 제 생활의 모든 접점에서 인풋이 일어나는데요,

1) 환경 조성하기

인풋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그곳에 저를 데려다 놓는 편입니다. 독립을 해서 제 공간을 찾을 때도 창의적인 생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복층 집, 걸으면서 영감을 정리할 수 있는 공원이 집 근처에 있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죠. 

반대로 지나치게 소음이 큰 공간이나, 복잡한 간판이 빼곡한 거리 등 제가 좋아하지 않는 환경에 노출되면 제게 스며든 소중한 영감이 소멸되는 느낌이 들어 최대한 피하는 편이에요. 다만, 환경에 대해 너무 단정 짓지 않으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의외의 장소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것도 있으니까요.

2) 플랫폼 활용하기

인스타그램 등 여러 가지 플랫폼을 통해서도 노출되는 많은 것들을 수집하고 있어요. 다양한 계정을 탐색하고, 의미 있는 것들은 게시물 저장 기능을 통해 모아두죠. 일상에서 스치듯 만난 영감이라면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빠르게 포착하여 테마별로 묶어두고, 포스팅으로 기록을 해두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