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호텔을 지금처럼 100여 군데 다니기 전에는 '비싼 돈 내고 방문하는데 이 정도야 뭐'라는 생각에 공간을 막 쓰다 가는 경우가 많았다. 객실 내에 비치된 각종 일회용품을 쿨하게 뜯어서 사용하고, 하루 이상 투숙할 경우 수건과 침대 이불, 베개 커버를 매일 새 걸로 바꿔주는 일을 당연하게 여기기도 했다.
그런데 CHECKIN 활동을 한 이후 목격한 한 광경이 내 생각을 180도 바꿔놨다. 체크아웃 시간이 되어 객실 밖으로 나오다가 하우스키퍼분들께서 객실 문을 열어놓고 정비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때 객실 안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양이 상당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수건, 커버가 트럭째로 교체되고, 심하게 훼손된 것들은 버려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최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수익 창출까지 도모하는 ESG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호텔은 어떨까. 비싼 돈 내고 투숙하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아껴 써라', '환경을 생각해라'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는 노릇. 소비와 낭비의 공간인 호텔에 ESG 경영을 접목하기란 여간 쉽지 않아 보인다.